소설 속에서의 "나"란 화자

2011.01.28 14:02

얼룩이 조회 수:1707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다 읽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 속의 "나"란 화자는 작가가 아무리 화자에게 다른 개성을 부여할 지라도 어느 정도는 "작가"와 동일시 하게 되지 않던가요?

듀나님 소설 속에 나오는 화자 "나"는 대부분 굉장히 이성적이고 유능하며 지지부진 하지 않는 쿨한 면을 보이고 있죠. 감정을 표현하지 않거나 굉장히 절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 인물이 "나"라는 1인칭까지 사용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독자는 작가와 화자를 동일시 하게 되어 버리는 것 같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듀나님도 소위 "듀나짓"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신 적도 있는 걸 보면, 듀나님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하고.

 

일례로 하루키 소설의 "나"는 다 하루키 같아요. 팝을 좋아하고 가사를 즐기며 룸펜형 지식인 같은 초식남. 게다가 하루키는 얼굴도 잘 알려진 작가인지라 소설을 읽으면서 그냥 하루키가가 말하고 행동하는 걸로 자동적으로 상상이 돼요. 듀나님 소설 속의 "나"란 화자들도 이미 동일한 모습으로 제 머릿속에 등장하죠. 듀나님께서는 본인을 드러내지 않는 관계로 듀나님의 모습으로 치환되지는 않지만, 전 그냥 "에밀리 더 스트레인저" 같은 사람으로 상상이 되어버리죠. 소설의 읽으면서 여자인 "나"란 화자가 등장할 때마다 머리 속에서 에밀리가 말하고 행동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소설은 써본 적이 없어서 3인칭 화자나 1인칭 화자를 사용할 때의 기술상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상 작가가 1인칭 화자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끌어 갈 때는 소설 속에서 작가의 의지가 더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지죠. 정말 작가에게는 이런 의도가 있는 걸까요?

 

이건 여담인데, 듀나님께서 "좌절한 남자들"을 관찰자적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그 찌질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그려줘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찌질함의 끝을 냉정하게 비아냥 거려주시는 거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6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10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88
126239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1090
126238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09
126237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500
126236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55
126235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409
126234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152
126233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309
126232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321
126231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2974
126230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24
126229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16
126228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69086
126227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59
126226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33
126225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644
126224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840
126223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49876
126222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815
126221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4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