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까지는 교회에 꽤 열심히 나갔습니다.

문학의 밤이니 성경학교, 그런 행사에서 '무슨 부장' 같은 감투도 써보고요.

 

결정적인 회의를 느낀 이유는 두 가지 네요.

 

첫 번째는 '동기' 입니다.

사실 제가 처음 교회를 나간 건 가정 형편 때문이었어요.

이러 저러한 이유로 엄마가 가정을 책임지셨는데, 세살 터울의 남매를 혼자 힘으로 키우시기엔 너무 힘이 부쳤겠죠. 

그래서 교회에 나가면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게 됐습니다. (현금은 아니고 현물의 형태 였죠.)

좀 비하하자면 은혜 갚으러 나간거죠.

 

고등학교 졸업 할 무렵이 되니까, 그게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게 싫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교회에 꼬박꼬박 나가고 있다는게 너무 수치스러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믿음'은 개인적으로도 가질 수 있는 것일텐데... 저는 받은 게 있으니, 교회에서 원하는 성실한 신도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더군요.

심지어 교회의 미담으로 구전되어, 저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도 꽤 되더군요. 허허~

 

두 번째는 함께 교회를 다니던 친구들이었습니다.

아... 진상들. 이것들, 어머니 아부지가 권사 집사면 뭐하고, 모태 신앙이면 뭐합니까.

어릴때 부터 가야한다니까 습관적으로 교회에 나오는 것 뿐, 그 친구들의 관심은 교회 오빠, 끝나고 먹는 라면, 친목질... (그 안에서도 왕따가 있더군요. ㅉㅉ)

좀 더 머리가 커지니까 오전엔 예배드리고 오후엔 함께 노래방에 맥주, 담배 싸들고 가 유흥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더군요.

기가 막히고 코가 멕혀서, 친분이 있던 청년부(대학생) 오빠한테 "입 바른 소리만 하지 말고 걔들 무슨 짓 하고 다니는지를 좀 알라"며 고발해버렸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교회에 발길을 끊었어요.

 

결론은, 동기와 진짜 마인드는 어찌 됐든 '교회'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면 인정 받는 희한한 구조를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진짜 선교를 하려면, 무조건 교회에 나오도록 하는게 아니라, 교리를 제대로 이해시켜서 동기를 부여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왜 저 같은 사람을 만들고, 그 진상 같은 놈들이 나오도록 가르칩니까.

 

저는 요즘도 반 (anti 아님, half) 기독교인이라고 해요.
선한 교리에 따라 세상에 베푸는 훌륭한 교인/단체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웬 뻘짓을 하고 억지를 쓰는 인간들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을 '무조건' 추앙하는 교회를 보면, 이성이 마비된 집단 최면에 빠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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