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듣기 싫은 벨소리, 담담다

2011.03.19 23:54

Koudelka 조회 수:3501

   1. 아래 프레리독님 글에 댓글 달다가 생각나는 이야기. 외국에서의 모국어 독서는 참 제겐 여러모로 잊지 못할 기억들을 남겼는데, 제가 백수로 놀던 지난 달에 만난 시쓰는 선배 한 분은 직접 싸인한 책을 선물로 하사하시며 '너 외국에 있을 때 보냈으면 더 좋았겠는데, 읽다읽다읽다가 내 시의 전문 비평가가 될 수도 있지 않았겠냐' 라는 농담을 하셨는데 그 농담이 뼈아플 만큼 제게 당시의 독서는 너무 고독한 행위였어요. 저의 경우는 책도 다 가져갔는데 그래도 신간 읽고 싶으면 출장자들에게 읍소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출판사로 직접 전화해서 주문하고 받았는데 국제소포 가격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땐 그런 독서가 너무 쓸쓸하고 추웠는데(그럼에도 충만했지만). 작년 올해 동안 시집 3권 빼고 패션지 보그밖에 읽지 않았어요. 이젠 책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도시괴물이 되었습니다...

 

  2. 제가 정말 듣기 싫은 벨소리는 위 제목처럼 '담담다~ '로 시작하는 핸드폰 내장형 기본 벨소리입니다(아시는 분이 있으려는지). 벨소리가 듣기 싫을 뿐 설정해놓은 사람에겐 감정 없지만 종종 어디선가 들려올 때마다 한 번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요쏘섹시~로 시작하는 노래를 너무 천연덕스럽게 벨소리로 설정해 놓고, 일 때문에 전화를 걸 때마다 그 노래를 듣게 만들던 직장동료에 대한 싫은 기억도 나면서... 한때는 돈을 들여 나만의 벨소리로 정체성의 일면을 확립해보고자 했던 저 역시, 담담다~ 수준이었던 주제에.

 

  3. 연말에 뭐라도 할 것처럼 백수선언 하던 기백은 어디로 가고 취직했어요. 집에 있는 기간에도 느긋하게 집에만 붙어있지 않고 한파를 뚫고 막 돌아다녔어요.

 대학로와 광화문 일대 코엑스 상수동등 닥치는 대로 아무 곳이나. 그리고 명동을 진짜 7년만에 나가봤다는 거. 학림다방에서 혼자 커피도 마셨고 놓쳤던 영화들 다 봤고 어슬렁어슬렁 배고픈 호랑이처럼 돌아다니며 그렇지만 아는 사람들에겐 좀처럼 전화하지 않는 시간들을 보냈죠. 슬슬 총알도 떨어지고 품위유지를(빙자한 당당한 쇼핑질과 콧바람 쐬기) 하려니 저 같은 사람은 놀 팔자가 아닌지라 3월 초부터 출근했어요. 이 직장에 들어가기까지의 구직기는 회사에 적응하고(계속 다닐 만한 확신과 짤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의 합일 같은 것) 구구절절 서술해 보겠어요. 상당히 흥미있는 가설과 증명이 조를 이루는 눈물나게 재밌는 글이 될 수 밖에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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