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상당히 재미있게 봤는데 반응은 별로 없었던듯.

 

1.

 

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한 때 이런 인사방침이 존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무조건 지점 영업직으로 보내서 6개월에서 1년 구르게 하고 본사 스태프로 불러들인다. 제가 입사했을 때는 그게 폐기된 후였기에 전 영업사원 생활은 맛배기로 1~2주 해보고 말았습니다. 경험해본 분들 말로는 장단점이 있었다네요. 본사 스태프들이 영업 현장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지원해주려는 마인드가 많이 생겼다는 건 장점인데, 쓸만하다고 생각했던 똑똑한 직원들이 다들 영업현장에서 견디지 못하고 사표쓰고 딴 데로 가버렸다네요. 기간은 잘 설정해야겠지만, 그래도 영업직으로 돌려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아무 감각 없이 때 되면 수백만원의 월급이 나오는 걸로 알고 살면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수백은 커녕 몇 만원짜리 영업 하나 따기가 얼마나 힘든지 해봐야 스태프랍시고 함부로 영업사원들에게 군림하려는 태도를 안보이게 되고요.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쩐의 전쟁" 편을 보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노홍철의 상술은 정말 발군이더군요. 사실 알고보면 그닥 대단한 상술도 없어요. 대신 뻔뻔함과 자신감이 있었을 뿐이죠. 모여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산 사람보다 안 산 사람이 더 많을테니 거절당하는 것도 쿨하게 넘길 수 있는 긍정적인 마인드까지. 백원이면 살 수 있는 펜을 사서, 본인의 유명세를 이용해 길거리에서 사람들 불러 모으고, 살살 구슬러 사게했는데, 천원에 팔았으니 대단한 폭리지만, "연예인이 파는 물건 사보는" 경험값이라고 치면 보통 '버리는 셈 치고' 쓸 수 있는 돈이죠. 아마 시간을 더 줬으면 물건 사이즈를 늘리고 싸인 해서 두 배 값에 팔았을지도 몰라요. ㅡㅡ; 아, 연예인 신분 이용 금지였으니 그렇겐 못했겠군요.

 

다른 사람들은 그냥 평이했는데, 의외의 행동을 보인 이들이 유재석, 박명수였어요. 특히 발군의 진행 실력을 보이던 유재석이 막상 장사꾼 역할을 시켜놓자 정말 제대로 못하더군요. 박명수는 장사를 해 본 사람이니 그렇게까지 수줍음많고 퍼주기 마인드일 리가 없는데, 뭐 어느 정도는 컨셉으로 잡은 거겠죠. 하여간 둘이서 쭈뼛쭈뼛 잠재고객에게 제대로 말도 못걸고, 기껏 고객을 잡고서도 바가지를 씌우기는 커녕 받아야 할 돈도 제대로 못받는 걸 보니 재미있으면서도 옛날 생각 나더군요. 맞아요. 다른 사람한테 돈 받는거 사실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정당한 받을 돈이라도 받는 거 자체가 어려워요.

 

가끔 영업이 천직이라고 하는 분들 있던데, 부러워요. 맞기만 하면 영업만한게 없죠 정말.

 

2.

 

"쩐의전쟁" 도입부가 대학 등록금 이야기로 시작하더군요. 중간 자막에도 "1만원도 이렇게 큰 돈인데... 그 비싼 등록금은 어떻게?" 라고 안타까워 하는 내용이 있었고요. 사실 요즘 등록금... 정말 답 없네요. 군대에 가기 전에 친구와 이야기 하는데, 친구는 아버지 직장에서 대학 등록금이 다 나왔습니다. 전 아니었고 ㅠㅠ 그런데 친구도 아버지께서 직장을 언제 나오실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군대에 가기가 좀 애매했어요. 그래도 군에 가야겠다고 하면서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그때까지 다니실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해도, 사실 너나 나나 아르바이트 하면 등록금 못내겠냐." 했던게 기억나네요.

 

등록금이 얼마여야 하냐... 답이 있겠습니까만.. 옛날 기억에 맞추어 생각해보면, 적어도 대학생이,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아르바이트인 과외 아르바이트를 학기 내내 하면 한 학기 등록금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대학생 과외 얼마쯤 하나 모르겠지만 저때는 한 30~40만원 했었고, 그거 넉 달 하면 160만원 나왔네요. 방학까지 6개월 하면 240만원. 공대는 힘들었지만 인문계 등록금은 저거면 낼 수 있었습니다. 집안이 넉넉치 않아도 과외 두 개 뛰면 심지어 생활비까지 할 수 있었어요. 사립대였음에도. 근데 요즘 등록금은... 이건 정말 빚을 지거나, 부모 등골을 빼지 않으면 답이 없는 수준이더군요. 열심히 일해서 등록금을 내는 건 애초에 불가능.

 

아 근데.. 이 얘길 정치권에 하면... 그럼 과외비를 더 올려 받으면 되겠네! 못올리면 그건 니 능력 부족이고... 라고 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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