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당신들이 가수 맞구려

2011.05.02 10:47

크라피카 조회 수:4529

새사람이 들어왔기 때문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게 아니고 정말 임재범, BMK, 김연우의 노래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기교와 감정을 제대로 모아서 터트린 BMK의 무대와 감정 과잉을 최대한 절제한 채 청량한 자신의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준 김연우의 무대는 스타일에 상관없이 노래가 주는 감동은 하나라는 생각을 새삼 들게 해줬죠.

목에 핏대 세우고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는 열창을 해야만 상대적으로 가창력이 더 돋보이는 저런 류의 무대에서
김연우의 정석적인 공연은 다소 심심해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엔 하필 하이라이트에서 편집도 당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더했죠. 그런데 다음팟에서 김연우 무삭제 풀버전을 보니 감탄밖에 안 나오네요.
서정적이고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사도 가사지만 저 시퍼렇게 잘 벼린 검같이 기세등등한 목청이라니...
뭐뭐 할수록 더 뭐뭐하게 된다라는 문장 그대로 들으면 들을수록 김연우의 노래에 중독이 되고 있습니다.
정말 귀에 쫙쫙 달라붙는구나... 찰지도다. 김연우는 정말 김연우였네요.

뭐? 설마...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동안 BMK가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잘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나가수에 BMK가 나온다는 뉴스를 봤을 때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에 1차 충격을 받았으나 여태껏
나름 쟁쟁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가수들이 출연했기에 빅마마의 노래 잘하는 멤버라도 되나 보다 지레짐작하고 있었죠.
그런데 뒤져보니 그것도 전혀 아니랍디다. -0- (형도니 말투를 빌리자면, 분명 이 글 읽는 사람들 중에도 몇몇
나 같은 처지 있다잉~) 상태가 이러고 보니 카메라에 비춰진 방청객이 입을 벙긋거리며 가사를 다 따라 부를때
얼레, 저 사람들은 뭔 재주로 생판 첨 듣는 노래를 저리 잘 아는거지? 나만 무인도에 있다 왔나 하는 약간의
문화적 거리감을 좀 느끼긴 했습니다만 (내가 모르면 남들도 다 나 같겠거니 여기는 이 속편한 주의)
무대가 끝났을 땐 완전히 꽂혀서 오오, 여태 어디에 숨어 계셨나이까!를 외치고 있었네요.
물론 현실은 100% 저의 무지탓입니다만 이런 분을 처음으로 알았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심히 놀랍네요.
평가라는 게 애매하긴 합니다만 나가수 컨셉을 따르자면 제 순위상 이번주 1위는 간발의 차로 BMK 입니다.

임재범은 굳이 말이 필요할까요. 딱딱 끊어치는 노래가 좀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창법을 떠나
임재범표 음성과 그 진실성... 임재범의 출연이라서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맞춰진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평생 TV를
멀리했던 가수가 화면에 그 귀한 얼굴을 비췄다는 단순한 이유로 시청자들이 그 가수의 노래에 무조건 환호하는
일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임재범의 공연은 특별했어요. 가수가 노래하고 관객이 듣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고
가수와 관객의 가슴이 짧은 시간 동안 나가수 무대가 아닌 따로 독립된 공간에서 서로 공명하는 기분이랄까요.
이젠 호흡이 딸리네 어쩌네 하는 말들도 얼핏 봤습니다만 사람과 사람이 노래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순간을 보여준 것만으로 아쉬움 따위는 다 날려 버릴 수 있을 만큼 멋진 무대였습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의 기호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며 그런 발상조차 오만에 가깝죠.
취향은 다양하니 그 속에서 각자 좋은 것만 취하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결론은 나만 좋으면 된다는 거.
임재범의 무대는 저에게 충분히 아름다웠습니다. 울컥할 정도로...
(서두에 굳이 말이 필요할까요라고 시작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말 참 길구만요. -_-)

나가수가 아무리 가수들을 위한 무대라지만 그들의 곁에서 여러가지 부분을 함께 하는 개그맨들의 역할이
너무 폄하당할 땐 괜히 제 속이 조금 상합니다. 가수가 떨어지면 개그맨도 같이 사라져야 하는 순장제는
운명을 함께하는 동료라기보다 그들의 능력이나 목숨을 상대적으로 하찮게 여기는 것 같아 줄곧 거슬렸구요.
그래서 김건모와 백지영의 전 매니저였던 지상렬과 박휘순이 그대로 다음 가수를 맡아 등장할 때 굉장히
반갑고 좋았습니다. 이런 걸 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느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로 가수들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무대위에서 분명 개그맨 매니저들은 진짜 매니저들이 할 수 없는 완충작용을 하고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섬세한 소라 씨와 키다리 아저씨(?) 병진 씨 조합을 보는 것도 나가수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구요.
윤도현을 너무 윽박지르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가끔 있지만 윤도현과 김제동이라는, 그동안 쌓아온 세월만큼
각별한 친분을 통해 나올 수 있는 그들만의 톰과 제리 관계도도 나름 깨알같이 재밌어요.
나가수가 아닌 우결 찍는 기분으로 엠비씨에 온다는 김태현, 박정현 커플(?) 보는 흐뭇함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전 지금의 개그맨 매니저 제도가 참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말인데 조기에 운명을 달리한 불운한 팔자의 달인, 김신영도 어떻게 다시 데려올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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