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길에 사고를 목격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사고 후 광경을요. 

구급차가 사고가 난 길을 통제하는 바람에 길이 막혀 느릿느릿 가는데

구급차 옆에 사람이 죽어있더라고요. 영정실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를 보내며 '죽은 자'를 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 본 것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어요. 무언가 덮어놓은 시체 사방에는 피바다가 되어있었고, 결정적으로 머리 주위에는 산산조각난 뇌가 흩어져있었어요. 

살면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었네요. 버스 안은 구토를 하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 고딩들, 그리고 무용담을 하듯 주위에 알리기 바쁜 저와 같은 사람들로 가득했지요. 

버스기사님이 앞 버스와 무전을 하여 대강의 상황을 알 수 있었는데, 술에 취한 고인이 도로 근처에서 넘어지면서 지나가는 차에 머리를 받으셨다네요. 그분은

당시 현장에서 심지어 사고나는 소리까지 들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쯤 안정을 취하셨는지..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그 광경을 보며 저는 되려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뭐랄까. 비위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만,

정말 어떤 감정의 동요도 없었어요. 무뎌진 걸까요. 무뎌졌다면 대체 무슨 연유로 그랬던건지.. 


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둥바둥 살며 삶을 지켜내고, 더러는 삶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지키려 싸우고, 그것이 바탕이 된 사회를 이루려 소망하고 하는 것들..그런 것들이 도로 위에 널린 뇌를 보면서 굉장히 생경하게 느껴진다고요. 결국 불시의 사고로 인해 자기 삶을 지배했던 것의 부속을 드러내보이고 말다니요. 사람을 이루는 것이 이럴진대 삶을 이루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약하다기보다는 뭔가 굉장히 '사소'한 것 같아요.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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