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근처에 결혼식 갔다가 밥먹고 혼자 종로를 배회하는 중에 발길이 인사동으로 향했어요.


세 시 정도 됐을까요?

인사동길 중간 정도에서 한 무리의 덩치들이 나타나더니 좌판과 노점을 완전히 뒤엎고 상인들과 몸싸움 끝에 자릴 뜨더군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저를 포함한 길가던 모두가 놀란 모습이었구요, 상인들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구요.

많은 외국인들도 낯선 광경에 당황해하고 있었어요.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것같은 느낌이 강했어요.

나중에 보니 상인들중 그나마(!) 젊은 남자들은 이런 기미를 알고 미리 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같은데,

워낙 그 '덩치'들이 한 덩치했던지라 막지는 못했던 거였던 것 같아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어요.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 중 상당수가 땅에 그대로 내팽개쳐져서 부서지고 더럽혀졌어요.
행인들 중 몇몇이 그 물건들을 주섬주섬 주워서 다시 좌판으로 모았지만, 저도 줍다보니 깨진 도자기 제품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할아버지 한 분은 '종로구청의 용역깡패를 앞세운 무자비한 노점 강제 철거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인사동길을 왔다 갔다 하시더군요.
또 파수꾼으로 생각되는 아저씨들 몇은 무전기를 들고 길목에서 '덩치'들이 오는지 지켜보고 있는 듯했구요.

정말 그 '덩치'들은 깡패 그 자체더군요.
실제로 저런 현장을 목전에서 본것은 처음이었어요.
일단 노점을 완전히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고 적당히 몸싸움 하고 상인들에게 욕하면서 살살 약올리면서 물러나던데,

제가 그 상인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살인 충동을 느꼈을 지도 몰랐을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 덩치들은 이런 데는 프로(?)라 상대방이 강하게 나오면 적당히 피해자로 둔갑하여 일을 처리한다는 건 이젠 일반 상식이죠.
그래서 절대 약자인 노점상인들은 최소한의 방어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보였어요.

불법에는 불법 완력으로 대하는 게 대한민국 기본 원칙이 되어가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같아요.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같네요.

여전히 상생은 힘들고, 폭력은 가깝습니다.

 

*

글 쓰고서 혹시나 해서 뉴스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네요.

제가 오늘 목격한 것과 큰 차이 없어 보이는 일들이 일상처럼 진행되고 있는 것같아요.

오늘은 뉴스 기사들에 나오는 것처럼 노란 조끼의 무리들은 없이 건장한 덩치의 깡패들 밖에 보질 못했어요.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06/h2011061802310921950.ht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387242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387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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