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레스크를 봤습니다. 원래는 올해 2월 10일 날 개봉하기로 했던 작품이었죠. 개봉일까지 다 잡아놓고 극장에 홍보물도 세워놓고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 포장지에도 2월 10일 개봉한다는 스티커를 몽땅 붙여놨는데 결국엔 개봉이 좌초되고 곧장 dvd로

직행한 영화입니다. 원래대로 직역하면 벌레스크가 맞고 벌레스크란 단어도 한글로 검색해도 쉽게 뜨는데 부르기 편하게 버레스크로

한글 제목이 정해졌습니다. 벌레스크라고 하면 꼭 벌레 나오는 작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나봐요. 저도 벌레스크보단 버레스크가 더 좋습니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데뷔 초 때부터 자기는 가수만 하겠다고 공고히 내뱉었었죠. 그래서 영화 음악은 가끔씩 했지만 영화는 안 찍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신념(?)을 부수고 찍은 영화가 뮤지컬 영화치곤 제작비가 많이 투자된 버레스크. 이 영화의 제작비는 5천 5백만불인데 시카고나

헤어스프레이, 물랑루즈보다 더 많이 들었습니다. 배우들 개런티가 딱히 많이 들었을 것 같지도 않고 음악이 엄청 풍부한것도 아니고

규모가 큰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들었나 모르겠어요. 보고 있으면 3천만불 정도 들인 영화 같아 보이거든요.

 

클스가 이 영화 찍은 이유를 알겠어요. 클스 3집 뮤직비디오 확장판 같습니다. 클스가 3집에서 추구한 음악성격이 20~30년대 재즈바 분위기였고

컨셉도 그런 식으로 잡아서 흰 피부, 붉은 립스틱, 플래티넘 블론드로 하고 다녔습니다. 3집도 성공한 축에 속하지만 당시 트렌드랑 너무 안 맞아서

장기집권엔 실패했죠. 그런데 클스는 3집 작업이 너무 좋았나봐요. 버레스크도 클스의 3집 스타일로 흐릅니다.

이게 현대가 배경인데 영화의 배경이나 노래나 인물 설정을 보면 시대착오적이에요. 요즘도 저런 버레스크 쇼, 보드빌 쇼 같은 게 먹히나요.

그냥 배경을 20~30년대로 정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영화는 핸드폰 들고 나오는 장면조차 없어요. 그냥 현실엔 없는 세계입니다.

그리고 그 세계는 완벽한 게이들을 위한 구축입니다. 진짜 맞춤형이에요. 물랑루즈나 시카고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은 열광할만합니다.

 

내용은 뻔하고 기성품인데 편집도 현란하고 뮤지컬 씬이 볼만해요. 배우들도 좋고요. 클스는 가수 활동할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진짜 인형같더군요. 가수 활동할 때도 인형같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저는 그저 과도한 화장빨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몸매는 여전히 별로지만

예뻤고 연기도 크로스로드의 브릿 정도로 못하진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영화찍은 셰어 연기도 훌륭하고요.

묻히기엔 아까운 영화네요. 작년에 클스 최악의 해라서 영화 망해, 음반 망해, 사운드트랙 망해, 이혼해, 콘서트도 못해, 애국가 가사 틀려 개망신에

올 초엔 공공장소에서 과도하게 취해서 체포까지 돼...뭘 해도 아무것도 안 되던 시기라서 영화가 시기를 잘못탄거죠.

글리터나 크로스로드 같은 영화처럼 영화가 최악이라면 모르겠는데 버레스크는 재미도 있고 공들인 흔적도 많아서 볼만해요.

흥겹더군요. 물랑 루즈와 시카고 짬봉이지만 모조품이라도 쓸만한 모조품입니다. 사운드트랙도 괜찮은데 문제는 사운드트랙 총 런닝타임이 31분 밖에 안 된다는거.

 

영화는 음악사용이 되게 많은데 의외로 사운드트랙은 10트랙 31분 런닝타임으로 단촐합니다. 사운드트랙에 안 들어간 노래가 많아요. 스코어라도 채워서 50분은

되게 만들지 헐렁하네요. 아마 사운드트랙이 골드 인증도 못 받은 클스 4집보단 더 많이 팔렸을겁니다. 클스가 노래를 8곡이나 참여해서 정규앨범이나 다름없어요.

골든글러브에서 주제가상 받은 노래는 셰어가 부른 곡이라서 작년엔 진짜 클스가 안 되는 시기이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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