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XX한가

2011.07.28 21:11

메피스토 조회 수:2337

*  전 '국민성'이라는 것의 출발이 정말 어떤 근원적인 특질의 차이때문에 시작되는게 아니라, "우리와 다른 타인들"이라는, 처음부터 차이를 의식한 생각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국가간의 '국민성'뿐만 아니라 남과 여, 지역간 사람들, 심지어 보편적이지 않은 가정환경(예를들어 편모, 편부슬하)에서 자란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국가의 국민이 '근면성실하다'라고 평가된다고 해보죠. 뭐 대충 일본이나 한국사람이 떠오르는군요. 그렇다면,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죠. 우린 근면성실한가? 한국사람들이 일을 좀 많이 하긴 합니다. 뻑하면 노동시간 얘기가 나오잖아요. 그런데 '우린 근면성실한가'라고 되물어본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아요. 일을 많이 한다..라는건 환경적인 특질이고, 특별한 권력을 쥐고있지 않은 이상 우린 '일이 많은 환경'에 맞춰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정이 근면성실한가 여부와는 상관없이 외부사람들에게 '근면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환경에 익숙한 사람들은 외부에 나가서도 '하던데로' 할 뿐인데, 이게 대단한 '차이점'으로 취급받죠. 

 

반대로, 직접 해외에 나가 살지 않는 이상 우린 제한적으로 해외정보를 습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입견이 한번 형성되겠죠. 예를들어, 예전에 전 독일사람들이 죄다 독하고 차가운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릴적부터 '독일병정같다'라는 선입견이 깔린 말을 듣고 관련된 영상을 봐왔기 때문이죠. 그러니, 해외에 나간다해도 이미 어느정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대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해외에 나간다해도 그 선입견에 들어맞는 사람이 나오면, 우린 그 선입견을 작은 경험을 근거로 더 강화하죠. 저 같이 독일인에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외국나갔다가 좀 무뚝뚝한 독일 사람을 만나면,  진리가 다시한번 재확인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 선입견을 본국..그러니까 한국사람에게 전파할겁니다. 역시나 독일인들은 독일병정스럽다 식으로 말이죠. 선입견은 더더욱 강화되는 것입니다.

 

전 국민성이라는 것, 혹은 이와 유사한 다른 대부분의 것들의 한계가 딱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얘긴 언젠가했지만, 미녀들의 수다라는, 외국인들을 모아놓고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제가 가장 큰 재미를 느끼는 상황이 있어요. 같은 나라의 외국인들이 자기들 나라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할때죠. 그 외국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자기들 나라에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것 마냥 말해요. 그러나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하는 비교대상이 등장하죠. 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 경우에요. 곰곰히 따져보면 우리와 그닥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외국인이 이야기하는 XX나라의 사람이 정말 그런 특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믿거나, 혹은 짐작하죠.

 

전 이런 현상 자체가 재미있어요. 제 자신도 이런 현상에 포함되니까요. 멀리 나갈 것도 없이,  전 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친구들과의 이야기;다른 고등학교 학생들과 우리 고등학교 학생들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학교 애들은 좀 이상한거 같아, 어떻게 A에 B로 반응할 수 있지?"

"ㅋㅋ걔네는 좀 애늙은이들 같지 않냐?"

 

돌이켜보면 이런 비교가 참 웃겨요. 물론 우리학교와 그 학교는 선생이 다르고 건물이 다르며 위치가 다릅니다. 이런것들이 다르니 대화주제에 차이가 생길수있고, 과장되게 말해  '문화적'차이가 존재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그 친구들이나 우리학교 학생들이나 연합고사점수는 삐까삐까였고, 특목고도 아닌 똑같은 인문계의 그저 평범한 고1,2,3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보내는 대학의 수준도 비슷비슷했어요. 네. 그 학교나 우리학교나...그저 평범한 경기도 어느 지역의 고등학생 무리였던거에요. 그런데도 우린 몇가지 차이점들에 유별나게 반응하거나, 상대가 우리와 '다른 성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던거죠.  

 

지금은....뭐 그래요. 이런게 웃기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런 생각을 안가지려고 노력하죠. 100%는 불가능하지만 의식적으론 안하려고 노력해요. 과연 내가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나와 다르긴 한걸까, 라고 되묻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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