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흘려라/돌아가는 기계 소리를 노래로 듣고(…)/2등 객차에 불란서 시집을 읽는 소녀야/나는 고운 네 손이 밉더라. 우리는 일을 하여야 한다. 고운 손으로는 살 수가 없다. 고운 손아 너로 말미암아 우리는 그만큼 못살게 되었고 빼앗기고 살아왔다. 고운 손은 우리의 적이다.
                                               

 (박정희, <국가와 혁명과 나>, 1997)

 

     

 

 횡횡하던 반지성주의의 극단적인 예를 스페인 내전에서 찾을 수 있다. 거기서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라는 쌍둥이 이념이 젊은이들의 삶을 대가로 서로 싸우고 있었다. 스페인 파시스트로 알려진 팔랑헤 당원들은 살라만카 대학을 점령했다. 이 대학 총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70세의 스페인 철학자 우나무노였다. 점령군의 선전책임자는 팔랑헤의 아스트레이 장군이었다. 지난 전쟁에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 그리고 한쪽 눈을 잃은 그의 구호는 죽음이여 영원하라!” 였다. 셰익스피어의 국왕 리처드 3세처엄 아스트레이의 형상은 그의 뒤틀린 악마 정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팔랑헤 당원들은 살라만카 대학의 강당에서 대규모로 축하연을 연다고 선언했다. 그 자리는 팔랑헤 당원들이 이 지역을 새로 접수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것으로, 신임 교구장 프랑코, 아스트레이, 살라만카의 주교, 그리고 우나무노 등이 참석했다.

 

 죽음이여 영원하라!” 아스트레이가 소리치자 그곳에 모인 참석자 전원은 이 구호를 따라 외쳤다. 누군가가 에스파냐!”라고 소리치자, 연회장은 화답하는 구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에스파냐! 죽음이여 영원하라!” 푸른색 당원복을 입은 팔랑헤 당원들은 연단 위에 걸려 있던 프랑코의 초상화를 바라보면서 일사불란하게 파시스트 경례를 올렸다. 가득 찬 구호의 메아리 속에서 우나무노는 조용히 일어서서 연단으로 걸어나갔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모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겠지요? 저를 잘 아시겠지만 저는 침묵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침묵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입니다. 한 사람의 이름을 들어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해보겠습니다. 아스트레이 장군, 저는 지금 한 시체애호자의 정신없는 외침을 듣고 있습니다. “죽음이여 영원하라!”고요? 저는 온 생애를 거쳐 역설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당신께 분명히 얘기합니다. 당신의 휘귀한 역설이 무척 혐오스럽군요. 아스트레이 장군은 불구자입니다. 상이군인이지요. 불행하게도 스페인에는 수많은 불구자가 있습니다. 신이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아마 스페인에는 불구자가 넘쳐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아스트레이는 우나무노를 연단에서 밀어낸 뒤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지식인들을 몰아내자! 죽음이여 영원하라!” 그의 외침은 연회장에 메아리쳤고, 팔랑헤 당원들은 우나무노를 체포하러 연단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늙은 학자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는 지성의 사원입니다. 저는 이곳의 수도승입니다. 당신들은 지금 신성한 경내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승리하겠지요. 당신들은 더욱더 끔찍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들은 다른 사람들을 확신시키지는 못할 겁니다. 남을 확신시키려면 먼저 남을 설득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을 설득하려면 이성과 권리를 지녀야 하죠. 하지만 당신들에겐 그것이 없습니다.

 

우나무노는 그 길로 체포되었고, 한 달 후 자연적 원인으로 인한 죽음을 맞았다고 발표되었다.

 

 

 

 

 

 

 방드라디는 한국인들의 사회지도층들이 보이는 "반지성주의"를 무척 싫어합니다. 왜냐면 방드라디는 인문주의자인까요. 그렇지만 아쉽게도 한국인들은 말많은 인문주의자들의 말보다도 그들의 사회 지도층의 반지성주의적인 말을 더 좋아합니다. 한국인들의 "반지성주의"는 그들의 노비적 본성에서 기인한 것이기에 한국인들의 "반지성주의"를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방드라디가 언제나 이야기하듯 인간에게 날개가 없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처럼 한국인이 노비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그들을 비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읎조릴 뿐입니다.

 

 물론 한국의 지식인들은, 다시 말하자면 경제학자들은 무능합니다. 그들은 주입식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이론을 현실에 주입식으로 응용할 뿐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엉망이죠. 조선 시대에는 유학자들이 중국의 성리학 경전을 달달 외워서 그걸 진리라 간주하고 맞춰서 그것을 조선에 실현하려고 했듯이, 그들은 서구의 모형들을 달달 외워서 그걸 진리라 간주하고 그것을 한국에 실현하려고 할 뿐입니다. 아 정말 한심합니다. 맨날 하는 말이 틀리고, 상황을 개선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못하니까, 남는 건 스타일적으로나마 수학을 써서 권위를 얻을 수 밖에 없죠.

 

 그렇지만 방드라디는 일반 사람들이 논리적인 토론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면 그것은 바로 위의 우나무노가 이야기했듯이, 논리만이 다른 사람에게 확신을 갖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한 폭력과 아무리 강한 선전이 있더라도, 논리만이 사람에게 확신을 갖게 할 수 있고 사람의 생각을 신념으로 만들 수가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노비들의 왕국이죠. 논리가 없으니 힘으로 다른 사람을 움직일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생각하는 거라고는 채찍과 당근, 즉 법질서하고 인센티브 밖에 없죠. 그러면 2011년 한국 사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진중권도 논리보다는 공감에 기반하는 글을 쓰는 그런 사회말입니다.

 

 

 결국 자기가 가진 힘만을 가지고 휘두르는 사람의 말은 아무도 안듣습니다. 듣는 척 할 뿐이죠. 그러면서 그런 사람들을 사람들은 진상이라고 부르고 경원시하고 힘을 잃으면 철저하게 무시당합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사회지도층은 똥을 바르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자기 손에 힘을 쥐고 있으려고 하고, 그렇게 죽는 날까지 두려움에 떨며 삽니다. 그리고 어린애들은 그러한 모습에 매혹되어 마치 TV 속에 나온 보안관을 흉내내며 장난감 총을 휘두르는 것처럼 이러한 모습을 따라합니다.

 

 그렇다면 방드라디가 뭘할 수 있을까요? 다만 읎조릴 뿐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은 애를 낳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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