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건 모르겠고, 우나무노 얘기 나와서, 다시 읽고 가는 우나무노의 '안개'(...)

 

"친애하는 아우구스토, 사실은......" 나는 가장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자살할 수가 없어. 왜냐하면 살아 있지 않기 때문이야. 너는 살아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야.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으니까......"

"제가 왜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는 부르짖었다.

"존재하지 않아. 너는 단지 허구의 실제로서만 존재할 뿐이야. 불쌍한 아우구스토. 너는 단지 내 환상의 산물일 뿐이며, 내가 꾸며낸 너의 행운과 불행의 이야기를 읽는 내 독자들의 환상의 산물이야. 너는 소설 또는 소셜,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부르든 그 속의 인물일 뿐이야. 이제 네 비밀을 알겠지."

이 얘기를 들은 그 불쌍한 인간은 조준점을 관통하여 지나갈 것 같은 꿰뚫는 시선으로 나를 잠시 응시하고는 이내 책들 위에 걸려 있는 유화로 된 나의 초상화를 잠깐 쳐다 보았다. 그러고는 안색이 돌아오고 호흡이 진정되면서 원래의 생기를 되찾았다. 이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한 듯 보였다. 그는 내 앞 가까이에 있는 작은 침대에 팔꿈치를 놓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받치며 눈으로 미소를 짓고 나를 쳐다보면서 천천히 말하였다.

"잘 생각해 보세요. 돈 미겔...... 선생님이 착각을 하고 있고 선생님이 믿고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정반대의 일이 무엇인데?" 나는 그가 자신감을 되찾은 것을 보고 경계하며 물었다.

"친애하는 돈 미겔." 그는 덧붙여 말했다. "허구의 실체가 아니고 죽어 있지도 살아 있지도 않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자는 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아닐지...... 선생님은 단지 내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전혀 그렇지 않아!" 나는 기분이 상해 소리쳤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우나무노 선생님." 그는 내게 항변했다. "침착하세요. 당신은 내 존재에 대해서 의심하셨습니다......"

"의심이라고, 아니야."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네가 내 소설적 산물 밖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사실이지."

 

- 안개 / 우나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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