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우연히 학과 게시판에서 정보를 얻어 영화제작사에 찾아가 제작 예정인 영화 시나리오 A안과 B안을 읽고 평가하기 알바.


시나리오 모니터링 알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또래의 대학생 10명씩 두개 조로 나뉘어 말그대로 A안, B안 시나리오 두 부를 읽고, 구두 질문과 설문에 응하니 현금 10만원을 쥐어 돌려보내는 굉장히 고수익의 알바였습니다.


그 설문란에는 이 영화 제목을 뭘로 붙였으면 좋겠습니까??랑 역할별 가상캐스팅 등의 항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가 않더라구요... 그래도 '떠오르지 않음' 쓰고 나오긴 뭐해서 에라이 하는 마음으로 휘갈기고 나왔습니다.


솔직히 시나리오가 엄청 끌리거나 탄탄하다는 느낌은 못받았고, 완성하려면 돈 좀 들여야 되겠는데?! 나오면서 여친이랑 이런 대화 주고 받았습니다.


근데 진짜로 90억짜리 영화가 딱 하고 나오더랍니다.


박해일 배우 주연, 최종병기 활....


시나리오 단계에선 제목이 '활(가제)' 였습니다. 김기덕 감독 동명의 영화도 있거니와 상업영화 제목 치고 너무 단촐하죠.


그런데 시나리오를 아무리 읽어도 이거다 싶은 제목은 떠오르지 않고, 진짜 이 영화는 인간보다 활이 먹어주네 싶어서


평소 좋아하던 만화 '최종병기 그녀'에서 '최종병기' 따와서 무심코 쓰고 나온건데, 진짜 이 제목이 쓰이게 됐네요.


물론 저만 이런 생각한게 아닐 수도 있지만.. 영화 예고편이나 보도자료 접할 때마다 묘한 기분....


저도 오래전 일이고 기억에 대한 100프로 확신이 없어서 여친한테도 '그거 내가 한거같아...' 이러니 


확인도 안되고, 생기는 것도 없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ㅋㅋ 이런 반응만 돌아오고.


듀나님 리뷰 읽어보니 시나리오상에서도 문제로 보인 지점 지적해주셔서 공감도 되고, 리뷰에 댓글 다신 분들이 제목의 허접함 지적해주신 것도 너무 공감 됐습니다 ㅎㅎ


영화사 창고 뒤져보면 당시 모니터링 설문 자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확인 요청은 쉽지 않겠죠..


나름 창작에 기여했다고 혼자 위로해보는데 씁쓸하기도 하고, 참 애매하기도 하고, 이럴땐 어떤 마음가짐이 좋은지 궁금해서 잘 안쓰는 글 올려봅니다.


제작사에 영화표라도 달라고 졸라볼까요 ㅎㅎ 


그러고보니 가상캐스팅에 박해일 쓴 것도 들어맞어서 혼자만 좋아했다는... 


시나리오상에 류승룡씨 역할은 차승원 배우가 포화속으로 포스로 임하면 더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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