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낮시간의 듀게는 온통 정치얘기 뿐이라 이런 주제가 면구스럽기도 하지만...방금 일어난 일이니 적어봐요.

 

   어제 한달여간의 격리가 해제되어서 2인실에서 6인실로 옮겼어요. 계속 2인실에 있으면 좋았겠지만 울 아부지님은 이건희가 아니니꽈...

짐을 챙기는데, 방문한 사람들이 책덕후인 제게 날라다 준 각종 책이 두박스더군요. 사달라고 부탁해서 사다준 신간들도 있고, 인쇄 기장인

작은아빠가 마음대로 샘플을 집어온 것들은 말 그대로 '줘도 안 읽는' 거였죠. 그중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도 있었는데 글쎄,

3권이랑 6권만 챙긴 거 있죠. 어쩌라는겨..그외의 자기계발서라든지 감동수기라든지 하는 책들은 집에 둬도 안 읽을테고, 그렇잖아도

집 책장은 차고 넘치니 그냥 병원에 기증하기로 했어요.

    그담에 친구들이 갖다 준 바나나 피쉬니 유리가면 애장판이니 하는 부피 많은 만화책과 진짜 제 책을 따로 정리했지요. 근데 책 박스 속에

제가 사고 당시 메고 있던 가방이 들어있더군요. 가방은 버리고, 안쪽에 건질 물건이 없나 살펴봤는데 세상에, 내 라이방 보잉 알이 빠졌어ㅠㅠㅠ

우산 손잡이도 깨지고. 격하게도 치였나 보더군요. 그 외에 북커버에 끼워놓은 책 한 권. 당시 읽고 있었던 책인 모양이지, 하며 펼쳐봤더니

 

어머나...........................................이건 한달전에 내가 싸부한테 읽고싶으니 생일선물 삼아 사다달라고 했던 정유정의 '7년의 밤'이군하.....................................

 

   제가, 말이죠, 머리를, 다친 이후로 영 예전같지 않아요. 셜록 2권 샀는데 그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친구한테 사다달라 그랬다가 알라딘

구매목록 조회해 본 후 중ㅋ복ㅋ임을 깨닫고 다른 친구에게 기증한다든지 말이죠. 이것도 같은 류의 실순데, 흠.

 

   그래서 제가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던 '7년의 밤'을 싸부에게 생일선물로 주기로 했어요. 전 7월 말, 싸부는 8월 말로 둘 다 사자자리.

생일이 그그저께쯤이었는데 병원이라 뭐 해줄 건 없고, 그냥 넘어간게 미안했는데 말이죠. 생각해 보니 본의 아니게 같은 책을 서로

생일선물로 주고받게 된 형국이니, 묘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핫핫핫.

 

-(슥 내밀며)싸부, 올해의 생일선물이얌. 이 책 알겠어?

-으잉, 내가 사다준 거잖아. 반납?

-내가 이미 사서 사고 당시에 읽고있었더라고. 짐정리하다 찾았긔. 나 정말 머리를 심하게 다친듯.

-음...응....-_-;;;

-올해 읽은 제일 재밌는 소설 중 하나였어. 와 진짜, 두꺼운데 잡으면 한번에 읽어야 직성이 풀림. 영화 판권 계약했다던데 완젼 기대됨 ㅇㅇ

-고맙긔(불혹도 넘은 나이에 제게 '긔'체를 배워서 몹시 또렷하게 꼭꼭 씹어 '긔[그이]'를 발음하는 싸부).

 

    네, 뭐 이런 이야깁니다. 주제가 뭐냐면. '머리는 다치면 안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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