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2011.09.21 00:11

미선나무 조회 수:1526

 

지금 임신 9주쯤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나라는 의료보험 받는것도 너무나 복잡해서

남편이 매일같이 알아보고 서류를 넣고 해도 또 필요한 서류가 있다며 만들어 오라고 한다네요.

그래서 아직 병원도 못 갔습니다. 아이가 뱃속에 자리를 잘 잡았는지 모르겠어요.

입덧은 그나마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못먹는 음식이 뚜렷하고, 비위가 약해져 있습니다.

점점 현실적인 문제들(가장 큰 건 역시 돈, 뭘 할래도 돈!)이 닥쳐오면서

여전히 주기적으로 임신을 원망하기는 하지만

몸이 나아져서 그런지 예전처럼 아기를 미워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요. 넌 내 뱃속에서 잘있나보구나...정도로 생각하고, 저는 하루하루를 별일없이 보내는 데 골몰하고 있지요.

 

그런데 향수병이 점점 심해집니다.

여기 음식을 못 먹겠어요. 심지어 여기 한국식당의 음식들도, 어쨌든 재료가 이곳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맛이 돌지 않아요.

한국가서 한국음식 먹고 싶어요.

신선설농탕 가서(비록 신선설농탕의 고기가 수입산이라 할지라도!-그런데 정말 수입산 맞나요?)설렁탕 국물에 큼직한 깍두기에 하얀 쌀밥 말아먹고 싶어요

서래마을 근처 서래본가 가서 양념갈비에 달큼맛깔진 밑반찬을 잔뜩 섭취하고 싶구요

여기서는 빵 종류를 하나도 못먹고 있는데 서울가서 던킨도넛이랑 크리스피 크림이랑 도쿄팡야도 먹고싶어요

어제는 꿈까지 꾸었지 뭡니까, 친한 친구와 강남 임패리얼팰리스 호텔 건너편 주택가의 도쿄팡야에 가는 꿈을...

친구도 보고싶고, 동네도 보고싶고, 음식도 먹고싶어요.

그러다가 잠이 깨면 현실은 눅눅한 이국이에요.

햇살이 눈부시긴 한데 남의 것 같아요.

외식하기에 편리한 주말을 빼고 평일에는 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제가 요리를 못하니(밥밖에 못 지어요) 반찬이 형편없어요. 남편도 맛없겠지만, 저도 너무 맛이 없네요. 영양가도 없고....

 

한국가서 엄마가 만들어주신 만두 먹고 싶어요.

매일매일 밤마다 한국 꿈을 꾸어요. 제가 하이디가 된 기분이에요.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짐승은 죽을 때면 자기 태어난 곳을 찾아간다던데,

죽는 일은 아니더라도 자기 삶의 중요한 마디마디- 동물성과 본능이 강조되는 시기에는

고향에 가고 싶어하는 것이 포유류의 본능인가?하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남편은 여러가지 사정상 저를 한국에 보내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아요.

저도 사정상 지금 가면 5개월은 남편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영 맘이 안 놓여서(...) 못 가겠어요.

마음으로는 너무나 가고싶은데...정말 훨훨 날아가고 싶다는 표현을 실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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