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번째 본 홍상수 감독 작품이에요, 첫번째는 '잘알지도못하면서'

- 다른 사람들 리뷰를 보니 제가 혼자 너무 이것저것 의미를 부여한건가요.

  사실 전 두번째임에도 계속 불편했거든요. 영화를 다 보고나서야 전 작품을 기억하며 '이게 이 사람 스타일이구나'하고 조금 편해질수있었어요.

- 감상 다음 날 북촌로에 갔는데 바로 '다정'발견, 기분이 묘하더라구요.

 

 

 

모순적이지만 그의 영화적 매력을 영화답지않음에 있다.

감독주의 성향을 짙게 지닌 영화는 대중적 취향과 관객의 기호를 고려하지 않는다. 돌발적 행동으로 보는이를 당황시키는 주인공들에게, 우리는 최초의 당혹감 위에 동질감과 친밀감을 덧씌워 간다.

그것은 인물들이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경해마지않는 주인공부터 대사 한줄의 단역까지 대부분의 영화들속에서 인물들은 완벽한 문법으로 대화한다. 수많은 오고 감 속에서도 중첩과 혼선없이, 적합한 타이밍에 꼭 맞는 내용을 내뱉는다.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는 조금의 낭비와 흔들림도 없는, 완벽하기에 오히려 위화감이 느껴지는 '영화같은' 그들의 발화에 생략되고 감추어진 것들을 담아낸다. 그릇된 문법, 어긋나는 어휘,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어색함과 침묵의 시간을 그는 여과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바라는 만큼 '쿨'하고 대범할 수 없는 우리는, 모든 대화의 현장에서 자연발생하는 미묘한 감정들; 질투, 소외감, 잘난척, 허세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북촌방향」의 남자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년전의 돈 문제로 유준상에게 깐죽대는 선배나, 좋아하는 여자가 후배에게 감탄하자 자기도 옛날부터 그렇게 생각했다며 구차해지는 김상중을 보며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대화의 주도권에 대한 열망, 미묘한 권력관계에서 오는 열등감, 이성의 시선에 대한 의식 등 대부분이 자유롭지 못한  '찌질함'을 3인칭의 시점으로 관찰하며 뜨끔해하고 씁쓸해진다. 그것은 각종 사회적 기대와 부여받은 남성성 속에 모르는 척 감추고 살아가는 이면의 모습이다.

그들은 우리의 진짜 모습은 인터넷에 게시하는 '나 잘나가요'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더 멋지게(이쁘게) 보일까 한 줄의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는 '나'임을 상기시킨다.

 

 

서사와 구조에 있어서도 영화는 일반론을 따르지 않는다. 같은 장소 다른조합. 몇 번이고 반복되는 닮은 꼴 씬들은 대구적인 동시에 대조적이다.

지휘자는 같은 멜로디와 박자로 여러 변주를 만들어 낸다. 각각의 씬들은 분명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인과와 순서에 대한 작은 실마리조차 삭제된 나열법은 이 영화의 존재목적이 스토리텔링이나 메세지의 전달에 있지 않음을 확실히 한다.

영화는 섬세하고 화려한 풍경화보다는 반복적 무늬와 기하학 모양으로 가득찬 추상화에 가깝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자체로도 의미를 갖는.

 

낯설음은 곧 신선함과 전위성이 되고, 불친절함은 특유의 매력으로 관대함과 이해를 이끌어 낸다.

세련되고 멋내진 않았지만, 하나도 촌스럽지 않다. 마치 영화속 성준의 키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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