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6 19:47
아무래도 다음 주가 개봉관에서 고비일 것 같아서 수요일 오기 전에 서둘러 봤습니다. 의뢰인이랑 카운트다운 개봉하면
동네 극장에서 마음 편히 보기 힘들겠죠. 저희 동네 멀티플랙스 두곳은 도가니 개봉하니까 파퍼씨네 펭귄들 회차가 싹 사라졌습니다.
올 추석 시즌 영화들이 왕건이 없어서 파퍼씨가 운이 좋았어요. 거의 3주나 버텼으니까요. 파퍼씨 뿐만 아니라 콜롬비아나,푸른소금,활 등
대부분 상영시기를 잘 잡았죠. 통증도 뒷심 발휘한다고는 하지만 여태 100만 못 넘겼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전회차 상영하는 개봉관 많습니다.
컨테이젼은 헐리웃 배우들 잔뜩 나오는 때깔 나는 재앙,재난 영화를 기대하고 간 많은 관객들에게 신나게 까일 만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영화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박스오피스 1위작에 호화출연진 나오는 영화라 하더라도 이게 소더버그 신작이기 때문에
평범한 헐리웃 재앙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죠. 포털사이트 관객 평은 6점 밑으로 떨어졌지만 평론가들 평이나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네요.
보고 나면 이게 뭔가 싶은 부분은 있지만 사실적으로 바이러스 전염을 잘 다뤘네요. 흥미진진하진 않았습니다.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제외하면
새로울것도 없고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편하게 가는 경향이 있어서요. 시간이 긴 영화가 아닌데 굴곡이 없어서 시계를 몇 번 봤어요.
기네스 펠트로가 도입부에서 어이없게 죽어버리지만 그녀가 바이러스의 발단이고 간간이 플래시백이나 사진으로 등장해서 존재감은 있었어요.
소더버그 작품이고 이 정도 존재감이라면 분량과 상관없이 맡을만 한 배역이네요. 많은 배역과 수많은 지역, 여러 나라가 나오는데 뚝심있게
균형을 잘 잡고 만들었어요. 감독의 야심이 별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 균형감각과 완성도를 보여준걸 보면 소더버그는 확실히 천재성이 있어요.
바이러스 침투를 건조하게 다큐스타일로 가는 영화라 재작년 신종플루로 난리났던걸 떠올리며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그때 병원에서 일했었는데 난리도 아니었죠. 다들 마스크 쓰고 있고 아침마다 출근하면 체온 검사하고 오전부터 밖에 천막치고 있는 검사소에서
사람들 몇시간씩 대기하고 있고 매점 미어 터지고 마스크 수급 안 되고 곳곳에 입원한 사람들 투성이고 학생들 매일같이 단체 검사 받으러 오고...
대단했어요.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 없으니 무섭더군요.
간만에 소더버그 영화가 박스오피스 히트를 쳐서 반가운 마음에 봤는데 영화적 재미는 떨어졌어도 유명한 배우들이 계속 나와서 배우들 보는 재미도 있고
괜찮았습니다. 아이맥스로 봐도 좋아는 후기도 많지만 영화 질감이 투박해서 일반 영사로 봐도 괜찮은것같습니다. 전 필름상영으로 봤습니다.
마리옹 꼬티아르 옆에 있는 동양 배우가 낯이 하도 익어 누군가 했더니 다크 나이트에서 나왔던 배우였군요.
마리옹 꼬티아르는 잘 나가기는 한데 대체 언제까지 이런 앙상블 영화에만 나올까요.
그러고 보니 리플리에 나온 주연배우 셋이 다 나온 영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