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책 이야기가 잔뜩 나와서 앗싸 신난다 읽다가...

 

제가 왜 책 사재기에 이토록 열중하나 이유를 알아낸 게 생각나서 ㅎ

 

 

 

책을 왜 좋아하기 시작했는지 원인을 몰라서 (집안 분위기가 독서권장은 아니었음.)

아빠 손잡고 들락거렸던 만화방에서 빌려 읽던 '(성인)만화책들'이 내 책 사랑의 시작이라고

짐작하고 있었어요. 만화책에서 습관들인 '몇 권 다 읽었다!' 이런거랑, 책장 하나 둘 넘기는 쾌감이랑

이런 것들이 보통 서적으로까지 확장된 게 아닐까..대강 이런..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알고 보니까, 제가 아주 어릴 적에, 한 살도 안 되었을 때부터 어머니가 맨날 책을 읽어주셨는데

그게 어머니가 진득하게 오래 같이 있어준 시간이었었나 봐요. 그 이외 시간은 집안일이

너무 바빠서 왔다 갔다.. 그러니까 우선 책과 함께하는 시,공간에 애착 담뿍 형성..

 

그리고 좀 커서 (4~5살?)는, 동생이랑 같이 놀았는데, 그때 했던 게 맨날 집에 있는 (하드커버라서

각 잡고 세우기 좋은 어린이용) 책들을 잔뜩 꺼내서, 집을 만들고 둘레에 담을 쌓고 해서

우리만의 성을 만들어서 그 속에서 노닥거리거나 책으로 도미노 놀이를 하며 놀았대요.

그러니까 책이 제 장난감이었던거죠.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는 어떤 친구 때문에 집 주변 교보문고(광화문)에 장기간 비비는 버릇이

생겼거든요. 그 후 심심하면 놀러 갔어요. 고3 때 공부하다가 스트레스 심하게 받으면 교보 가서 산책하다

오면 좀 풀리고.  그 후에도 우울증 심할 때마다 서점가서 나들이 하다 오는 게 일이었고..

 

 

그러니까..저한테 책은 어린 시절 장난감이었고, 좀 커서는 '정신적인 위안제' 비슷한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책에 집착이 강하고, 그렇게도 사재기를 했었나봐요. 돈 주고 살 때 쾌감도 있고 (도파민!)

사온 책으로 방안을 온통 채워놓으면, 서점이랑 비슷한 공간이 되니까(-_-) 뭔가 안정이...더구나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니 둘러싸여 있다 보면 본질(?)적인 안정감도 들고..

 

하지만 정작 그 책을 제대로 읽고 소화하는 데는 미숙했죠. 저는 그냥 '책'이 좋았던 거지,

책 속의 내용을 읽고 지식을 얻는 데서 희열을 느끼거나, 다른 세계로 몰두하면서 행복해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기는 잘 사는데 막상 책을 읽는 건 힘들어했던 것 같다는.

 

나도 오프라처럼 고통스럽던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며' 버텨냈더라면 좀 좋았냐.

그랬으면 사는 버릇 말고 '읽는' 버릇이 들었을 텐데. 쯧쯧..

 

그래도 100권 읽기 프로젝트 하면서 책 좀 많이 읽게 되었어요. 다행이라면 다행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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