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위치> (Switch, 웅진지식하우스, 2010)에서 조직 행동론 전문가인 칩 히스와 댄 히스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꼭 고려해야 하는 3가지는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명확한 방향성 (기수) 

둘째, 감정적 동기 (코끼리)

셋째, 변화에 적합한 환경 (지도)

 

기수와 코끼리는 심리학자이자 <행복의 가설>의 저자 조너선 헤이트가 창안한 비유로, 이성과 본능, 의식과 비의식/습관, 전전두엽과 변연계의 대립쌍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본능과 감정이라는 코끼리 위에 올라탄 이성이라는 기수는 거대한 덩치와 에너지를 가진 코끼리를 조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지만 이 시도는 아주 자주 실패하죠.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행'의 목적은, 코끼리를 철저하게 길들이고 기수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데 있어요. 

 

하여튼 기수, 코끼리, 지도에 대한 실생활의 예를 들어보죠.  '살을 빼려면 야밤에 치킨을 흡입하면 안 된다!'라는 이성이 기수입니다. 합리적인 판단과 목표설정, 계획 등을 담당하지요. 반면 배고프면 먹어야 하는 본능, 참는 것은 싫고 짜증 난다는 감정, 그리고 밤만 되면 치킨이 땡기는 몸의 습관 따위는 코끼리의 영역입니다. 딱 봐도 코끼리가 압도적이지요.  그리고 지도는 코끼리를 탄 기수, 즉 우리를 둘러싼 환경입니다. 이 환경이 적절히 조작되면, 기수를 날려버린 코끼리가 발광해도 치킨을 자제할 수 있습니다.  전화와 인터넷이 다 끊겼다거나(나가서 사와도 되지만, 귀찮겠죠.) , 지갑에 돈도 카드도 없거나 등등. 

 

히스들은, 변화를 위해서는 기수, 코끼리, 지도, 3가지 조건을 다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특히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인 경우가 종종 있으며, 이성으로 본능을 억압하거나 원하는 쪽으로 부추기려고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며, 변화 동기와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주변 환경이 변화에 적합하지 않으면 사람은 상황의 위력 앞에 좌절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합니다.

 

 

 

 

 

 

2.

 

우선 기수, 즉 변화를 위한 이성적인 계획과 판단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다음을 이야기합니다. 

 

(난 왜 이 모양일까 현재를 한탄하고 과거를 후회하며 땅 파지 말고) 상황이 원하는 대로 변한 후의 긍정적인 모습에 주목하라.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지 생생하게 상상해보는 것도 좋다. 또 변화를 하기 위해 취해야 할 구체적인 '행동'을 명확히 하라. 모호한 목표, 막연한 케치프레이즈는 쓸모가 없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행동'으로 정하라. 변화가 일어날 때 최초의 신호가 될 만한 긍정적 상황, 행동은 무엇일까. 또 '변화를 위한 결정적인 스텝'을 최대한 간단히 압축시키면 어떤 행동이 될까. 이렇게 특정 행동을 정했으면, 행동 실행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 모 아니면 도다. 무조건 해야 한다.

 

 

 

 

 

3.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제가 원하는 변화가, 우울에 찌들은 좀비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의 소생이라고 합시다. 그런데 이 바람은 너무 막연합니다. 제가 기대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은 대체 어떤 걸까요? 구체화해보죠. 저는 좀 더 정돈되고 계획적이고 자기절제가 잘 된 일상 속에 매 순간 평온하면서 충실하게 살아가며,  진정 원하는 삶의 목표를 위해 열정적이고 활기차게 달려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아,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어요. 욕심만 많아서는. 다시 태어나도 될까 말까 한 것을!  좀 더 현실화해서, 변화의 폭을 확 좁혀보죠. 전 제 일상이 정돈되고 규칙성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근데 이것 또한 굉장히 막연합니다. 

 

<스위치>의 조언에 따라,  '기적의 질문법', 즉 '기적이 일어나서 원하는 변화가 생겼을 때 다음날 아침에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하는 질문을 곱씹어보죠. 이 질문으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최초의 성공신호'를 알아보는 거에요. 저의 경우, 이 신호는  '책상이 깨끗해진다.'였어요. 실제로 저는 책상 위나 옷장 정리 상태를 보면서 제 상태를 가늠하곤 했어요.  책상 위가 쓰레기통 수준으로 지저분해지면 상태가 악화된다는 신호였고, 주변 정리정돈을 하고 있으면 바닥에서 빠져나왔다는 증거였죠. 즉 제가 원하는 변화에 대한 최초의 긍정적 신호는 '깨끗한 책상'이었어요.

 

이 신호를 알아냈다면, 제가 할 일은 간단합니다. 그걸 현실화시키고,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거죠. 즉, 지금 바로 책상 정리를 하고, 매일 정기적으로 책상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거죠.  그런데 이게 또 잘 안됩니다. 정리정돈 잘 하기!!  늘 결심해도 작심삼일로 끝나곤 해요. 더구나 우울증이 심한 상태라면 뭘 해야 할지 감도 안 오죠. 그러면? 조금씩 해나가는 거죠. 변화의 폭을 최대한 좁힌 후, 각각 변화를  '바로 할 수 있는 행동'으로 구체화하는 겁니다. 오늘은 책상 위 책 몇 권만 책장에 꼽는다. 다음 날에는 널브러진 지갑과 가방등을 제자리에 둔다. 다다음 날에는 책상 위 자잘한 쓰레기를 버리고 깨끗하게 닦는다. 그 다음날은.. 이런 식으로, 직접 하는데 1분도 안 걸리도록 과정을 잘게 쪼개는거죠. 그러면 행동에 옮기는 게 훨씬 쉬워져요. 오늘 할 일은 책 몇 권만 책장에 꼽는 거잖아요.  그리고, 첫 단계를 밟고 나면 다음 단계들도 저절로 하게 됩니다. 어떤 동기는 일을 시작해야 생기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까 책 정리를 성공하고 나면, 자동적으로 가방이니 지갑을 제자리에 놓고 쓰레기를 손에 쥐고 걸레를 찾는 저를 보게 됩니다. 그럼 책상 치우기는 성공인 거죠.

 

가끔, 아주 가끔, 정말 상태가 안 좋으면, 처음 스텝, 즉 최초에 책을 책장에 꽂는 것도 정말 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우울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정말 몸이 피곤하면, 예를 들어 야근을 마친 후 너무 늦게 집에 들어왔을 때 화장을 지우고 세수하는 것이 너무너무 싫을 때가 있잖아요? 화장 안 지우고 자서 피부가 뒤집어져도 좋다 난 도저히 못 일어나겠다. 그냥 잘꺼야. 난 몰라. 이럴 때는 행동을 더 세밀하게 쪼갭니다. 자..침대에서 일어난다. 안 일어나지냐? 몸을 돌려. (머릿속으로 몸을 돌리는 걸 상상해봐요.) 그 다음 손을 바닥에 집어. 그리고 몸을 일으켜! 자,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두 발로 서서, 방에서 나가. 그리고 화장실로. 화장실!! 문 열고. 세면대 물 틀고, 어푸어푸. 폼 클렌저를...음, 써놓고 나니 참 추잡하네;; 뭐, 침대에서 일어나서 화장실로 가는 것 까지만 해도 그 다음은 저절로 되지요. 핵심은 행동을 아주 세밀하게 쪼개어, 아주 작은 행동 단위에만 온 의지력을 집중하면 훨씬 하기 쉽다는 거.

 

그렇게 책상을 치웠다면? 그 깨끗한 책상을 유지해야겠죠. 그 방법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런 거에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책상 정리 하는 습관 만들기.  '일어나자 마자 책상부터 치운다. 혹은 밤에 세수하고 난 후 책상을 치운다. 딱 1분만! '하는 식으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지에 미리 정해두기. 그리고 그대로 하기.   <스위치>에서는 이렇게 . '언제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겠다는 것을 미/리/ 결정하는 것'을 '행동계기'라 하더군요. 이렇게 정한 습관은 예외 없이 무조건 행동에 옮겨요. 그리고 매번 행동해 냈을 때 마다 자신에게 폭풍칭찬. 잘 했다. 훌륭해. 놀라운 진보다. 점점 더 발전하네. 오버스러운 칭찬 러쉬. 그렇게 매 행동마다 강화를 하는 거죠. 그리고 이게 반복되면 습관 형성. 그럼 우리는 변화에 승리!  그리고 이 작은 변화는 더 큰 변화들을 이끌어 내죠.  책상 정리가 되어 있으면 방 정리를 시작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매일 스케쥴 정리 등 다이어리를 다시 적기 시작할 수도 있고, 그 후 헬스클럽을 끊고 PT를 받거나 어학 학원에 등록하는 등 새로운 규칙성을 생활 속에 추가할 수도 있고. 그러다가 생활이 정돈되고 규칙성이 생기면, 독립 준비를 한다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는 등, 이전에는 엄두도 안 났던 큰 변화를 시작해 볼 마음의 여력이 생길 수도 있고. 언제나 사소한 변화가 큰 변화의 시발점이 되는 거죠.

 

 

 

 

 

 

4.

 

유명한 시간관리법 중 데이비드 알렌이 만든 GTD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건 'Getting Things Done'의 약자로,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로 번역도 되어 있죠. (GTD를 지원하는 어플리케이션도 몇 개 나와 있어요. 저는 'Things'을 써요.) 이 방법의 프로세스는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류가 비전과 가치를 정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 후, 그 다음 일을 하는, 톱-다운 방식인 것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해요. 즉 해야 할 일을 모두 모은 다음, 바로 할 수 있는 일 부터 닥치는대로 해나가는 거죠.

 

우선 머리 속에 들어 있는 '해야 할 일'리스트, 즉 일을 끝내지 않아서 이게 뇌 속에 잔류하여  (알렌은 '오픈 루프'라는 용어를 써요.) 무의식중에 인지 용량을 갉아먹고 있는 일들을, 싹싹 다 긁어서 밖으로 토해내요. 예를 들어 '오늘 강아지 밥 주문이 필요.' 부터 '영어회화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에, '언젠가 세계여행을 하겠다.'같은 소망까지 싹 다요.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일이 하나도 없도록, 모두 다 종이나 컴퓨터 등 외부 저장매체에 기록해요.  이게 일의 '수집'단계에요.

 

그 다음 수집된 일을 '관리, 가공'하는데, 이 단계의 판단 기준은 '현재 실행가능한가?'에요.  이 글의 목적에 맞게 '실행 가능한 일'들만 따지면, 그 일에 대해서 두 가지를 결정해요. 그 일이 완성되었을 때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다음 행동은 무엇인가. 특히 '다음 행동'을 아주 강조해요. 즉 to do list와 구체적인 다음 행동은 전혀 다른 것이며, 우리가 행동하는 데 실패하는 이유는 구체적인 행동목록을 고민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막연하게 지칭하는 애매한 문장 따위를 list에 쓰기 때문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오늘 강아지 밥 주문.'이라는 일거리가 있다면, 원하는 결과는 '*** 브랜드의 Xkg 포장 강아지밥 도착'일 테고, 해야 할 구체적인 다음행동 목록은 1) 익스플로러를 켠다.  2) 강아지 쇼핑몰에 간다 (늘 가던 곳이 없으면 검색해서 적절한 홈페이지를 찾는다.)  3) 강아지밥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선호 브랜드가 없으면 정보탐색 단계 추가.)  4) 결제한다.(카드? 현금?) 등이라는 거죠. 

 

 이렇게 GTD은 '강아지밥 주문'같은 막연한 일거리 대신 구체적인 행동목록을 정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요. 사람이 행동하지 않는 것은 게으르거나 일을 할 생각이 없어서라기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기 때문이며, 해야 할 일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확정되면 행동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는 거죠. 즉 우리가 '코끼리 위에 올라탄 기수'에게 알려줘야 할 것은 해야 할 일을 막연하게 표현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명확한 다음 행동목록이라는 거에요.

 

 

 

 

 

5.

 

 

그런데 변화를 시작할 때, 최초 행동 목록이 너무 많으면 좋지 않대요. 기수는 여러 가지 행동 목록을 정할 수 있지만, 본능을 지배하는 코끼리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지면 예상되는 고통이 부담스럽고 두려운 나머지 변화 자체를 거부할 우려도 있죠. 그러니 최초 행동목록은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대요. 예를 들면 '기적의 질문'을 통해 얻어낸, '변화에 성공하면 그 다음날 아침에 하고 있을 사소한 행동변화' 같은 것이거나(제 경우 '책상 치우기'), 혹은 사람들이 변화의 흐름으로 접어들도록 그들의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옮길 수 있는, 일종의 지렛대에 해당하는 행동이거나.  '최소한 이것만 해도 변화는 시작되고, 시작은 반이니, 이것만 해내도 반은 성공하는 거다.' 하는 결정적인 무엇이오.

 

제 경우, 우울증을 탈출하는데 (약물치료나 심리치료 등 본격 치료를 제외하고)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은 명상이였어요. 하지만 '명상을 한다!'라는 것도 참 막연한 진술이죠. 그래서 제가 명상을 위한 최초 지렛대로 택한 것이,  '매일 1000번 들숨 날숨에 주의집중을 한다.'는 구체적 행동목표였어요. 나중에는 1000번도 너무 많아서, 하루 10번, 일어나고 잘 때, 밥 3끼 먹을 때, 화장실 갈 때, 기타 해서 하루 딱 10번.  그때 마다 들숨 날숨 10번씩 주의 집중하기를 시도했어요. 그러면 하루에 100번으로 시작했죠. 그러다 15번, 20번 등 횟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생각 날 때마다 들숨날숨에 주의집중 하다 보면 어느새 1000번 정도는 채울 수 있어요. (의지력이 강하면 첫날 부터 1000번 채울 수도 있지만, 전 의지박약 전문이라;;)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가부좌 틀고 눈 감고 앉아서 3분만 있자. 그 다음은 5분. 그 다음은 10분. 하는 식으로, 점점 시간을 늘려갔어요. 물론 전문 명상 클래스를 들으면 얼마 안 가서부터 정좌 50분 앉아있기!!를 시도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헬쓰도 비싼 돈 주고 PT 받으면 첫 날 부터 제대로 운동 할 수 있죠.) 혼자 할 때는 이게 잘 안 되지요. 그러니 서서히 늘려나가는 거죠.

 

하기로 마음 먹은 행동이 운동이다. 그럼 종목을 정하죠. 달리기로 하자. 그러면 일주일에 3번,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밖으로 나가기. 아침에 하기로 했으면, 그 전날 운동복과 운동화를 침대 옆에 놓아두고 침대에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비비며 운동복 입고 밖으로 나가는 상상을 마구마구 하다 스스르 꿈나라로 가는 거죠.  그렇게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 옷 입고 밖으로 나가면 첫날 부터 무리하지 말고, 처음에는  2분 뛰다 3분 걷고 반복하며 딱 30분 채우기. 일주일에 3번. 다음 주는 5분 뛰다 2분 걷고 반복해서 30분. 일주일에 3번. 그 다음주는 7분 뛰고 3분 쉬기 반복. 일주일 3번. 그 다음주는 30분 완주! 핵심은 달리기를 하는데 고통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몸에 적응시키는 거죠. 억지로 힘든거 참고 뛰면 '달리기=고통'으로 연계가 되어버리니까, 의지력이 살짝 약해지는 순간 달리기를 포기하기 쉽대요. 사실 인내심이 약하고 성질이 급한 사람들일 수록 첫날부터 무리해서 30분 달리고, 그 다음날도 작심 삼일이라고 억지로 꾸역꾸역 달리고, 그 다음 날은 몸이 뻐근해서 쉬고, 그 다음날은 억지로 달린 고통이 너무 생생해서 운동을 이리저리 미루다가 어느 순간 운동 자체를 포기... 제가 늘 그랬거든요. 이게 참 안 좋은 행태더라고요. 알면서도 잘 안 고쳐지지만. 그러니까 핵심은 변화는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 부터, 서서히 조금씩 해나가기.

 

 

 

 

 

 

6.

 

마지막으로 이성을 지배하는 기수에게 전수해야 할 기법으로 강조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의 상황을 그려보라'라는 것이에요. 초대박 난  <꿈꾸는 다락방>이나 <시크릿>에서도 '바라는 바를 생생하게 상상해보라!'는 주문을 하잖아요. 이 이미지화, 상상의 힘은 심리학 쪽에서도 많이 연구되었던 모양이에요. 이미지는 언어, 논리와 비교할 때 인지적으로 비교도 안 되게 효과적인 도구인데, 뇌의 구조 자체가 상상하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의 차이를 크게 못 느낀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변화에 성공한 모습을 상상해 보는 것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강화하고 성공했을 때의 감정을 미리 경험하게 하는 등 다양한 기작으로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대요. 그러니까 원하는 목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해서 자꾸자꾸 그려보고 정기적으로 상상해 보라네요. 이게 참 좋은 게, 하기도 쉬운데다가 재미까지 있어요. 머릿속에서 이것저것 영화 찍으면서 놀면 흥미진진..

 

비슷한 맥락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변화를 이미 성취해 낸 사람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벤치마킹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해요. 상담 선생님도 '변하고 싶으면, 네가 원하는 모습을 가진 사람을 딱 집어서 그대로 따라해봐라.'하는 조언을 하셨어요. 거울 뉴론이니 하는 뇌과학적 증거도 있지만, 복잡한 거 다 빼도, 눈앞에 존재하는 '성공한 실체'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이미지로 상상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은 명백하죠. 

 

참 재미있는 게, 제가 시니컬하고 상태가 안 좋을 때일수록, 본받고 싶은 사람, 존경하는 사람들이 사라져요. 모두 다 짜증 나고, 성공한 사람들은 다 운이나 빽이나 신이 내린 (나는 없는) 타고난 재능으로 성공한 것만 같아요. 그런데 제 상태가 좋아지면 배울 만한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이 보여요. 모두가 다 존경하는 위인급의 유명인사부터 시작해서, 제 주변에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지만 정말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삶을 꾸려나가거나, 매일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거나, 일과 사생활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잡으며 지혜로운 삶을 살고 있거나 하는 놀라운 사람들을 무수히 접하게 되어요. 그전에는 왜 안 보였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가까이에들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사람 중 제가 바꾸고 싶은 부분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분들을 집중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가만 보다 보면, 별다른 노력 없이 저도 그분들과 약간 비슷해지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참 좋아요. 그리고 내 삶의 위인, 마음 속의 멘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참 복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아주 가까운 사람이라면 최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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