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처럼 가볍게 살아가기

2010.07.06 02:35

soboo 조회 수:2873

 

 얼마전에 짤막한 감상기를 남겼던 영화가 있었는데 '인 디 에어'였어요.

 

 '가벼운 인생' 이라는 화두가 강하게 전달되던 영화였습니다.

 

 그렇게 가볍게 살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사회적 모순에 짖눌려 사는 분들을 생각하면 차마 사치스러운 발상이라는 건 알지만

 

 어디 개개인의 삶이라는게 두부 모자르듯 해지나요.

 

 

 전  지금 나이로부터 13년 전즘엔가 가볍게 살아가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시작했어요.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스러운 발상과도 맥이 상통하구요.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이 제 이상향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는 아마존 밀림보다는 대도시 밀림 체질이더라구요.

 

 대도시에서 익명으로 살아가기,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다가 아무런 흔적 없이 조용히 가면 참 좋겠다는 그런 생각

 

 그냥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거죠. 

 

 

 이런식의 삶이라는건 제가 무언가에 대한 절박함의 노예로 살았던 20대에 대한 반동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아둥바둥 해봐야 나는 누군가의 도구일 뿐,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어떤 돌이킬 수 없는 '구조'를 인식하게 된거죠.

 

 '매트릭스'처럼요.

 

 

 그렇게 정리가 되면 첫번째로 통과하게 되는 것이 '냉소의 언덕'이더군요.

 

 그런데 '냉소의 언덕'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어요. 

 

 특히나 타인의 열정을 부정하고 조롱하는 일반적인 냉소의 언덕 거주민들에게서 느껴지는 역겨움이 '이건 아니구나' 싶더군요.

 

 '타인의 열정을 존중하는 냉소'라는 일견 모순적인 타협을 시도해봤지만 그리 여의치는 않네요.

 

 

 아마도 결정적으로는 '자기보호본능'의 발동이지 않을까 싶어요.

 

 큰 기대나 소망이 좌절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층층이 쌓여가는 내부의 상처들,  균열들을 피하기 위한

 

 

 

그런데, 한편 이렇게 사는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하게 됩니다.

 

적어도 내적인 평온은 찾을 수 있어요. 정치적인 긍정성도 있구요.

 

 욕망을 순화시키는거(억제가 아닙니다)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지는거 말이죠.

 

 불교의 가치관(이런 표현이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과 유사한거 같네요. 

 

 아무래도 이런 저런 종교적 입장에서 쓰여진 글들 중에 불교가 그나마 와 닿았던 내력은 있었네요.

 

 

 

 적어도 이렇게는 깨닫고 있어요. 인생사 새옹지마라거나 공수래 공수거라는게 단지 허무주의만은 아닌거라는거요.

 

 지금 또 무슨 부질 없는 헛된 욕망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지 되돌아 보고 있는.... 초저녁 단잠을 자고 깨어나 말짱해진 정신으로 이제 또 어찌 잠이드나 하는 걱정으로

 

 궁시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1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50
126255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1099
126254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10
126253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501
126252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56
126251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418
126250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164
126249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310
126248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329
126247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2976
126246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25
126245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69129
126244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17
126243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60
126242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41
126241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648
126240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845
126239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49889
126238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817
126237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4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