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했을 때, 내가 원한게 그렇게 무리한건 아니지 않았나 싶어요.

모든 사람이 필요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대통령이나 잘나가는 연애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들도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건 아니니까.

그런건 고사하고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를 필요로 하기를 바랬어요. 없지 않았으면 싶었던거죠. 어딘가에, 잘 찾아보면, 한 명 쯤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그래요. 누구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싶었어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나에게 투정부려줄 사람이, 가끔은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두 명 부터는 머리 아플테니까 이것도 딱 한 명만, 딱 한 명만 있으면 좋았을거 같아요. 내가 필요로 하는 사람. 내 삶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여 내가 필요할 때마다 찾게 되는 사람.



지금도 그래요. 이게 무리한, 터무니없는 바람이었다고는 생각 안해요. 다들 그러고 살고 있잖아요.

실은 내 주제가 부족하여 그게 아니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남들 다 그렇게 사는게 보이면 그렇게 살아보고 싶을 수도 있는거 잖아요.

다른 친구들이 다 비싼 장난감 가지고 놀고 있으면 나도 가지고 싶을 수 있는거 잖아요.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아닌건 없어요. 물리적인 시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그건 최소한 무언가 일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나와 내 인생은 분명 무언가겠죠.


하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그게 무엇인가가 아니라 그게 어떤 의미인가 하는거 같아요.

존재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것은 무언가겠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건 아니거든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가로수랄지 돌맹이랄지, 그런게 그 누구에게도 아무 의미 없을 수 있는 것처럼.

글쎄 그래서 그 무언가가 어떻게하면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의미를 부여받거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그리되는게 아닐까 싶어요.



저 재수없는 꼰대 새끼. 가 누군가가 누군가로부터 부여받은 유일한 의미일 수 있겠죠.

으아아아 절대 꼰대가 되고 싶진 않지만 하다 못해 그런거라도 없는 것 보단 있는게 나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

혹은 남들이 안해주면 내가 나에게 혹은 내 인생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잠용물용. 대기만성. 비록 지금은 때를 만나지 못해 숨어 있으나 언젠가는 큰 일을 하게 될 인재. 같은 식으로 이 상황을 되도 않은 방식으로 포장할 수도 있는거니까.

차마 양심상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병신 새끼, 쓸모없는 새끼 콱 뒈져버려라 라는 식으로라도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거니까.

"나한테 내 인생의 의미는 뭘까. 글쎄 아마도 벗을 수 없는 굴레같은거?"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정말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런게 있기는 한거니까.



그래서 결론은 뭐냐. 그 딴게 없다는 겁니다.

아무 것도 없어요 그냥. 남들한테도 나 자신한테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짓은 아무 의미 없을거에요.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는게 아니에요. 그건 제 기준에서 그 무엇보다 의미있는 상황입니다. 부정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그거보다 강렬하고 확실한 상태도 많지 않죠.


이런 건 좌절하거나 절망할 건덕지도 없는거 같아요.

그냥 별거 아닌게 아닌가. 분명 내 눈 앞에 내 인생이라는게 펼쳐져 있긴 한데, 그거 말고는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구경을 하고 있긴 하지만, 이게 보면 볼수록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고... 왜 이런걸 하고 있나 싶은거죠.



단지, 가끔 아주 가끔씩 후회나 아쉬움 같은 감정이 느껴지긴 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되돌릴 수 없다는걸 깨닫고 아주 잠깐 허탈해졌다가 다시 한 번 멍하니 내 눈 앞에 펼쳐진 것들을 바라보겠죠.



그냥 지금이 잠깐씩 스쳐가는 그 순간이겠죠. 왜 이러고 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 된걸까.



그래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무 의미 없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따져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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