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재밌네요. 국내 최초의 법정 장르 영화를 표방했던 의뢰인보다 훨씬 밀도있고 긴장감 있고 재미도 있는

법정물이었습니다. 의뢰인이 표절이 강하게 의심되는 좀 찝찝한 상업영화였다면 부러진 화살은 실화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따라한 흔적도 없고 무척 흥미있습니다. 사실이 소설보다 기이하다는것을 또 한번 보여준 작품이었죠. 의뢰인보다 재밌는 법정물이었고

비슷한 사회 폭로성 영화였던 도가니처럼 보는 이를 괴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에 충분히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무겁고 답답한 소재인데도 안성기 캐릭터의 고집과 신념이 너무 강건해서 거기에서 파생되는 유머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답답하고 어이없긴 한데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의 아웃사이더라 독특하고 이런 인물이 실제 인물에 기초해서 만들어졌다는것 때문에

더욱 흥미있습니다.

 

세련된 스타일의 영화는 아닙니다만, 괜찮은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속도감도 높고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오랜만에 주연 맡은 안성기의 연기를 비롯해 중장년 출연진들의 연기도 좋습니다. 안성기가 연기한 배역을 캐릭터화 시켜서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겠더군요. 안성기가 극중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 무질서하고 권력적인 사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그가 옳은 말만 하면 많은 부분이 좀 벙찐달까. 그러면서도 또 끄덕끄덕하게 되고 응원하게 됩니다.

김지호 캐릭터는 김지호가 잘 할 수 있는 중성적인 느낌의 배역인데 괜찮았습니다. 괜히 보이시한척 굴지 않아도 김지호 자체에서 그런 느낌이

풍겨서 보이쉬한 사회부 기자처럼 보이기 위해 괜히 욕을 달고 살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남자 선배들한테 형! 이라고 안 해도

그럴듯한 분위기가 나옵니다.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정지영 감독이 한참 대작이나 영화제용 영화를 만들다가 스릴러 블랙잭을 들고 나왔을 때 느꼈던 오락적인 흥미와

재미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어요. 정지영 감독은 장르물을 비교적 그 나잇대 감독 중에선 잘 만드는 편이었죠.

특별출연한 이경영과 문성근은 각기 다른 못된 판사 역을 맡았는데 까메오 수준은 아니고요. 꽤 나옵니다. 역시 연기 좋습니다. 특히 문성근이.

영화를 보니 꼼꼼하게 실제 일어났던 일을 조사해서 담은것 같더군요. 이정도면 군더더기 없이 잘 연출된 사회물이자 법정물이었습니다.

초반부터 본론으로 이야기가 들어가고 감상주의같은거 거의 없이 빠르게 전개되서 금방 집중이 됐어요.

관객들 반응도 좋았고요. 배우진이 약하고 영화 홍보도 잘 되지 않아서 과연 구정 개봉작 대란에서 살아남을지 불안하지만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워낙 부당한 일들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 만든거라 내공도 느껴지고요.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에 있어 어줍잖은 자의식이 보이지 않아서 특히 좋았어요.

욕심없이 후다닥 기획하고 후다닥 시나리오 써서 후다닥 찍어낸 것 같지만 결과물을 보면 잘 만들어진 영화. 딱 그런 느낌이 든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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