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휴 전날 처가집에 갔어요. 

형님댁이 둘째를 가지신터라 입덧이 심해서 장모님 혼자서 명절음식 만들 준비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여보님도 긴급투입되셨고.. 저는 장인어른이랑 둘이 티비를 보다가 슬그머니 가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어요.

장인어른이 여보님에게 '이런거 시키면 안돼~' 라고 하셨는데 제가 '저희 집에서는 딸이 없어서 결혼전에도 자주 같이 했어요'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두나 송편은 빚어봤지만 전부치는건 처음이었어요.

아버님이 혼자 TV를 보시기 뻘쭘하셨는지 잠시후에 '나도 뭐 할거 있나?' 하고 오셨어요.

그래서 아버님은 동그랑땡을 쥐어 주시고, 저는 부쳤습죠.

생선전, 동그랑땡, 호박전, 새우전을 부치는데 3시간이 걸렸습니다. (처가는 큰집이라 음식을 엄청 많이 하십니다.)

그 사이에 장모님이랑 여보님은 다른 음식을 하셨고.. 이래저래 음식준비가 대충이나마 끝나니 12시가 되더군요..

저희가 안갔으면 장모님 혼자서 밤샘하셨을지도.. ㅠ.ㅠ


전 처음 부쳐봤는데 잘 부친다고 여보님이 부침천재라고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셨습니다.

다음 설에는 본가를 먼저 갈 차례인데, 그때도 여보님이랑 어머니랑 저랑 음식을 하면 아버지도 동참하실지 아니면 끝까지 '난 음식을 못한다'로 일관하실지 궁금하네요.

결혼전에 어머니랑 저랑 둘이서 만두를 빚고 있으면 아버지는 동참 안하셨거든요.




2.

처가에서 하루 자고 아침에 세배드리고 본가로 이동했습니다. 

평소 1시간정도면 가던 거리인데... 2시간 걸리더군요. 명절 당일 아침에 이동하는 차가 은근 많더라구요.

동생네랑 같이 새배를 드리고 음식먹고 윷놀이 하고 놀다가 또 저녁을 먹고...

동생네는 갔어요.

사실 저도 화요일은 회사 출근대기-출근은 아니지만 연락오면 출근해야 하는 대기-인지라 저도 늦어도 화요일 아침에는 집에 내려가야 했어요.

하지만 월요일 밤에 내려갈 생각이었습니다.

아니 왜.. 동생네는 집에 가는게 당연한데 우리는 안자고 간다고 살짝 서운함을 비추실까요. 왜..왜..어째서..!

회사일때문에 일찍 내려가야 하는데 여보님은 부담을 느끼셨는지 그냥 자고가면 안되냐고 하시는데...

회사에서 아침일찍 연락이 올지도 모르는데, 차라도 막히면 곤란하다면서 그냥 내려가겠다고 했습니다.

회사 규정상 대기자는 연락하면 30분내 출근인데, 본가에서 회사까진 안막혀도 1시간이라...

그러니까 아버지가 '차가 막힐지도 모르니 좀 늦게 가라' 라고 나름 중재를 하셔서 쇼파에 나란히 앉아 VOD로 완득이를 보고 10시반에 출발했네요.


어머니가 며느리들한테 최대한 편하게 해주시고 딸같이 대하시려는건 알고 있지만..

아무리 30여년 같이 살았어도 결혼을 해서 따로 사니 부모님 집보다는 홈 스윗홈이 더 편한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래서 박재정이 그렇게 새벽씨랑 붕가붕가 하겠다고 했구나..(응?) 싶네요.


그리고 큰며느리와 둘째에게 기대하는게 조금 다른 것도 느껴집니다.

그나마 '조금'이라 다행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장남이라 결혼전에 집안 대소사를 미리미리 챙겨서 그런지...

새해 달력 받으면 음력으로 따지는 부모님 생신이랑 저랑 제동생 생일, 부모님 결혼기념일 등의 요일과 일정을 확인하는게 일이었으니...(...)

동생네는 안자고 가는데 당연한거고, 우리는 안자고 가면 서운한거고.. 집에 형광등이 나가도 동생네가 왔을땐 생각 안나시다가 제가 가면 등 나갔다고 갈아달라고 하시니...

이러니 여자분들이 장남을 기피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습니다.





3.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댁에서는 편하게 쉬래도 쉬기가 어렵죠. 

친정에서 음식하고 다음날 시댁가서 또 부모님이랑 보내서 그런지 여보님이 열이 살짝 나시길래 화요일은 둘이서 아무것도 안하고 뒹굴뒹굴 쉬었습니다.

아점은 제가 계란참치볶음밥을 해보았고, 저녁은 본가에서 싸주신 만두 데워먹고 끝.


명절전에 팀장이 '대기자들이랑 화요일 저녁때 밥사주마' 라면서 연락하겠다고 해서 화요일 저녁은 혹시나 해서 7시까지 기다려 봤습니다만...

역시나 연락은 없었습니다.

내 이럴줄 알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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