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들어요. 이렇게 매일 들은지 2년쯤 된 것 같네요.

다만 생방송으로 듣지는 않고 늘 다시 듣기로 듣는데, 그건 중간에 이것저것 딴짓을 할때 잠깐 멈춰 둘 수 있어서지요.


클래식 음악과 친해지는 방법으로 라디오 방송을 듣는 걸 추천하는 글을 듀게에서 본 이후로 이 방송을 듣게 되었어요. 그 전에도 이미 입문자 단계는 아니어서 꽤 많은 음반을 갖고 있었지만, 라디오를 들으면서부터는 제 취향이 아닌 곡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듣는 습관이 생기더군요. 클래식 음악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깨닫게 된 것은 물론이고요.


물론 KBS 클래식 FM채널에는 <명연주 명음반>말고도 많은 방송이 있지만, 진행자의 이야기보다는 음악을 계속 듣는 걸 좋아하다보니 어느덧 이 방송을 편애하게 되었어요. 전곡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실황음악>도 있지만, 프로그램 구성이나 분위기 면에서 저에겐 <명연주..>가 훨씬 더 편안한 느낌이예요. 이젠 정만섭씨 목소리를 하루라도 듣지 않으면 많이 허전해요.


늘 열심히 듣고 있지만,특히 구하기 힘든 음반이나 숨어있는 명연을 소개해줄 때면 정말 귀를 곤두세우고 듣게 됩니다. 그리고 진가를 몰랐던 곡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는 정말 감동받아요. 오늘 방송된 곡들 중에서는 하차투리안의 첼로협주곡이 그런 경우였어요. 별 기대없이 들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곡이었어요. 


얼마 전에 읽은 서경식씨의<나의 서양음악 순례>에서 이 방송 이야기가 나오는데 많이 반갑더라고요. 듀게에도 매일 이 방송을 듣고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덧-

얼마 전에 쇼스타코비치의 회상록을 읽다가, 하차투리안의 첼로협주곡에 대한 일화를 알게 됐어요. 로스트로포비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쇼스타코비치는 이 곡을 처음 듣고 여러 군데 고칠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차투리안은 지적을 받으면 길길이 날뛰는 성격이어서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네요. 그런데 이 곡을 헌정받고 초연한 로스트로포비치도 곡에 수정이 좀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그걸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아람 일리치, 정말 대단한 곡을 쓰셨군요. 황금같은 작품이예요. 그런데 몇 군데가 은이예요. 약간 도금을 하면 더 좋겠어요."

그랬더니 하차투리안은 기꺼이  곡을 수정했다고 하는데....오늘 이 곡을 듣고 느낀 감동에 로스트로포비치가 기여한 바도 있는 거겠죠? ^^  

그나저나 쇼스타코비치의 표현에 따르면 로스트로포비치는 "손으로 하는 일은 거의 다 할줄 알고 외교술까지 뛰어난 진정한 러시아인"이었다는군요. 반면 하차투리안은 게을렀다는데, 이 얘기는 스비야토슬라프 리흐테르의 회상록에도 나옵니다...근데 그렇다고 무시해버리기엔 좋은 곡이 여럿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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