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서도 전쟁피로보다 무서운 대화피로가 조금씩 오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


 '비키니 이야기가 이렇게 커질 것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의견은 비키니코피 사건 초기부터 많이 있었는데요... 저는 비키니코피사건의, 나꼼수들을 중심으로 놓고 해석한 본질을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책임"

이 라고 봅니다. 이번 건에 있어서 저의 개인적 입장은 좀 아리까리하고 왔다갔다 해요. 어저께 만난 지인과의 대화에서는 제가 페미니즘적 입장을 공격하는 입장이었고 앞서 제가 쓴 두 글도 결국은 페미니즘적 해석의 문제점? 같은 것에 대한 지적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미리 말을 하고 넘어가자면 저는 이 논쟁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고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어요.

 각설하고, 사건 초기부터, 김어준의 의도는 그런게 아니었다, 라거나, 그들이 여성을 비하할 생각은 없었다, 라는 말들은 많이 나왔죠.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볼 때, 나꼼수들이 여성을 가볍게 생각할 리도 없고, 그들은 여성을 존중하려 한다는 것을 의심하기는 힘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것이 페미니즘적이진 않고 기사도적인것이라 치더라도 말이죠. 그러나 문제는 나꼼수들이 (일부라도)여성들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것인데, 그 모욕감의 원인이 모호하다는 것, 즉 나꼼수들의 그 발언과 행동의 과정에서 "그들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 가 벌어졌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이 논의가 겉돌고 있다고 한다면, 그런 부분때문이 저는 크다고 봐요. 논쟁을 파토내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는, "네가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너의 무의식때문이다" 라는 것인데, 지금의 논의에서는 사회적 무의식으로서의 마초이즘이나 여성의 남성우월사회에 대한 포섭(불법미인의 노출에 대해)같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렇기에, 이 사건은 어떤 의미에서든

"인정함"

이 필요하다고 저는 봅니다. 나꼼수들도, 여성주의자들도 인정할 부분은 있다고 보는데... 정치라는 것이 가치의 점유를 넘어 가치의 "독점" 이라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은 지금 드러나고 있는 양상에서도 잘 볼 수 있다고 보네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글들은 서론이었는데...--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비키니 코피 이야기는 피곤하니 그만하자'

라 는 말이 유발하는 것에 대해서입니다. 저는 저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의 대다수가 선의를 갖고 하는 말이란 것을 인정하고 존중합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대충 "서로간에 존중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본질적이지 않은것같은 문제를 갖고 너무 오래 이야기가 이뤄지면서 상처만 커지고 있는것 같으니,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라는 정도의 의도로 볼 수 있다는게 제 생각이네요. 물론, 저런거 말고도 수많은 의도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저런 발상은 "선의" 에서 나온다는 것을 저는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만! 그러한 말들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 라는게 된다는 것이네요. 위에도 말했듯이, 저는 이번건을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의해 빚어진 갈등으로 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여성주의와 여성문제라는 보다 일반적인 논제로 확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사회는 이러한 문제 - 여성주의의 문제에 대해 논의가 현실적으로 무척이나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듀게에서나 그런게 많은거지...) 그렇기에, 저는 이 참에 여성주의의 문제가 이야기가 많~~~~~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엔 떡밥도 좋죠. 정치적 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싸나이마초" 김어준을 중심으로 촉발된 이야기니까요.

"영업적" 측면에서 말하자면... 평상시에 별 일 없을때 여성주의에 대한 화두가 터졌다고 봅시다. 과연 그 논의가 제대로 확대될까요? 그냥저냥 당사자 몇사람만 이야기하고 끝나겠죠.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이 상황에서 논의가 터지니 말 그대로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시점이죠. 수많은 논점과 주장들이 라지에타가 빵빵터지면서. 저는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건 자체에 대해서는 여성주의적 입장이 무리수다, 라고 생각하는 저입니다만, 어쨌건 여성주의의 문제가 이토록 대중적으로 크게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진 적이 있던가? 하면 저는 그렇지 않았다고 보며, 그렇기에 이 기회는 여성주의에 대해 제대로 논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거죠.

그렇기에, '비키니 코피 이야기는 피곤하니 그만하자' 라는 말이, 결과적으로 그 논의의 씨앗을 누르게 된다는 점에서, 그 주장의 선의를 존중하면서도, 저는 그런 입장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 나 더, "피곤하니" 라는 표현을 굳이 넣었습니다. 그렇죠. 피곤해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겠냐? 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피곤한" 체제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당연히 관심사도 다르고 주관도 입장도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의 구체적 발로는 "다른 입장에 대한 기본적인 무관심" 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바로 그러한 다른 입장의 사람들 모두에게 "기본적으로 동등한 자격" 을 주는 체제인 것이기에, 필연적으로 피곤해질 수 밖에 없는 체제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이 피곤함을,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보다 심화된 민주주의를 위한 입장료로 생각하는게 어떻겠는가?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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