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6 20:45
오랜만에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리버럴한 엄마와는 정치적인 얘기를 자주 하는편이라서 평소에 비례는 꼭 진보신당 찍어달라고 부탁하거나 하는 편인데 엄마가 아버지한테 그 얘기를 했나봐요.
따로 사는 처지라서 자주 말을 나눌 기회가 없고 또 제 막연한 선입견에 아버지는 그냥 전형적인 경상(북)도 아저씨라서 정치 관련해서는 제 스스로 꺼리는 경향도 있기는 했죠. 그 선입견도 그냥 생긴게 아니고 초등학생인가 중학생즈음에 아빠가 컴퓨터를 못다뤄서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고 싶었는데 그 기사가 노무현 욕하는 조선일보 기사였고 제가 대신 타이핑해준 댓글도 대충 '박정희 대통령이 그립다!'로 축약되는 내용이었거든요. 어릴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몇년 지나고 돌이켜보니까 정말 선거철 되면 닥치고 1번! 에 노무현 김대중을 좌빨로 생각하는 갱상도 머스마가 될 뻔 했다는 심정이었습니다.
근데 의외인게 무턱대고 정치현실에 대한 당신의 의견을 강변하실 줄 알았던 아빠가 의외로 사근사근 제 이야기를 들어주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저의 진보운운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하셧습니다.
'지금은 2012년이고 좌파니 우파니 하는건 1960년 70년대 늙은이들이 하던것이다. 북한을 보면 알겠지만 이미 걔네는 굶어죽고 있고 자유민주주의가 승리한게 사실이잖니. 이념에 너무 빠지지 말고 그러지 말거라'
프렌시스 후쿠야마 파크리인가?! 하는 잠깐의 드립이 떠오르고 생각이 든건 아버지는 아들에 관한 한 얼마든지 리버럴한 얘기를 하실 수 있는분이라는것이었습니다. 사회주의를 닭짓이라고 표현하는 진보논객도 있는 판국에 이 정도의 언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상식적인 얘기에 속하는 거죠. 그래도 역시 북한얘기가 나오고 현재 이슈되는 탈북자 얘기가 나오고 하다 보니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를 아버지께 설명드리는건 매우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간략하게 '새누리당에 친박과 친이의 갈등이 있는것처럼 진보에서도 북한에 대한 입장차이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집단이 존재한다. 난 그중에서 북한(조선노동당)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정도로 얘기하니 이해하시더라구요.
저는 의외로 말이 잘 통하는 아버지랑 정치얘기를 하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싸우기만 하는 노무현지지자인(문재인과 이정희사이를 오가는)누나를 생각하면서 매우 허황된 망상도 해봤어요. 북한이라는 실체가 현존하고 사표논리가 유권자를 지나치게 강요하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정치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진보신당 지지자가 되는것보다 보수층이 진보신당지지자가 되는게 어쩌면 더 쉬운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물론 진보신당의 현재 역량을 보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나 민주당을 좌파로 보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을 구분하는 일은 요원할 것이라는건 알고 있습니다. 그저 망상일 뿐이겠죠. 넵망상
걍 제목에서 말했듯 정치바낭이긴한데 아버지 얘기 들어가고 하니까 걍 횡설수설 두서없이 주저리 떠드는 얘기가 되었네요. 글을 쓸때 항상 마무리가 어색한건 천성인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