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곳에 가끔씩 유기견이 옵니다.
오늘은 어떤 남자분이 6개월쯤 돼보이는 강아지를 데리고 왔는데 다리엔 깁스를 하고 있었어요.
사무실의 수의사 선생님이 아예 그쪽으론 딛지를 못하는 걸 보고 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하는데,
제대로 수술을 하고 깁스를 한 건지 아니면 급한대로 부목만 대놓은 건지는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여튼 추측을 하자면 개가 다쳐서 돈이 많이 들게 되니까 갖다버린 듯합니다.
어중간하게 긴 털은 희고 눈이랑 코는 새까만 게 정말 예쁜데다 성격까지 좋은 녀석이었어요.
조금만 예쁘다 해주니까 사람도 잘 따르고,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건지 아니면 많이 굶었는지 사료도 와구와구 잘 먹더라고요.
(유기견이 올 경우에 대비해서 사료를 서랍에 준비해놓았는데, 이때까진 먹는 개가 없었어요)
강아지를 데려오신 분 말씀으론 오전부터 강아지가 이동용 가방에 담긴 채 버려져있었다고 합니다.
키울 생각으로 병원에 데려갔더니 병원에서 나중에 주인이 나타나거나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
일단 신고를 한 후 정식으로 절차를 밟으라고 일러주셔서 저희 사무실로 강아지를 데리고 오신 거죠.
10일간의 공고기간이 지나면 이 강아지는 다행히 새로운 주인에게로 가겠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동물들이 훨씬 많겠지요.
진짜 같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는 신세가 되더라도 키우던 동물은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유기견을 만나는 날에는 정말 지옥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잔뜩 겁 먹어 주변을 살피고, 사료가 아니라 간식을 줘도 먹을 생각을 못하는 불쌍한 개들을 보면
짐승 버린 인간들은 몽땅 지옥 가서 죗값을 치를거다-라는 위안(?)이라도 얻고 싶달까요.
하지만 역시 사후세계따윈 없을테고
짐승 버린 인간들은 자기가 버린 개 생각은 하지도 않을 거고
등따시고 배부르게 희희낙락 제 명대로 잘만 살다가 죽을 거고
죽고나면 그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