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면서도 마음이 울렁울렁거렸어요

아! 이 영화는 내가 만들고 싶은 아니 만들고 싶었던 그런 영화겠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보고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겁나기도 하고 

그러다 오늘 유료시사를 찾아서 봤습니다.


감독이 70년생이던데 그렇다면 본인의 1학년때가 아니라 복학생때가 배경이겠더군요 (평균적인 남자라면)

이 영화로 데뷰하려고 했지만 제작사들한테 다 딱지를 맞아서 두번째로 하게 됬다고 하던데 

명필름과 감독의 협업이 어떤 식으로 진행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감독의 버젼은 좀 더 개인적일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 영화가 감독의 오리지날시나리오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다면 솔직하게 누가 거절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명필름과 작업하면서 시나리오가 어느정도 변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하게 이 영화는 너무 잘 만들었어요

잘 만든 영화라는 건 쓸데없는 장면이 없다는 게 공통점인데 이 영화가 그렇지요 놀랍게도 한국멜로(?)영화임에도 말입니다.

좋은점만 지적하자면

일단 관객한테 아부하지 않아요,

좀 더 명확하게 이야기하자면 보통 이런 영화들이 주타겟으로 상정하는 2-30대 여성들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거겠죠

쓸데없이 로맨틱하지도 않고 신파로 빠지지도 않고 주인공들의 감정을 학대하지도 않습니다.

다음으론 결말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입니다. 

너무 딱 떨어져서 감동이 덜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영화속 캐릭터들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물씬 느낄수 있었습니다.

주인공들과 어머니-아버지와의 관계묘사도 좋았어요

특히 남자주인공과 어머니와의 관계묘사는 가슴이 울컥해져서 한순간 멍해져 버렸어요

그외 소소한 장면구성의 디테일이나 배우들의 호연등은 기본으로 들어가지요

생각보다 어중간하건 건축학개론 강의의 챕터들과 에피소드들의 연관성 부분이겠지요 

아직 한국문화의 상징이나 은유같은 것들이 발달하지 못 한 관계로 그 부분은 외국의 좋은 영화와 적당한 수준차이를 보입니다


저는 거의 정확하게 이 영화의 20살 남자주인공을 제 자신과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의 거의 대부분을 체험해 본 것 같네요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와 대학교의 위치만 다를 뿐이지 나이와 캐릭터 친구관계등등 에피소드도 비슷하네요 

낮에 옥상에서 시디플레이로 전람회의 노래를 들었던 장면 같은 걸 저로 치환하면 

저는 밤에 옥상에서 아이와로 유재하를 같이 들었죠

심지어 어머니의 식당에서 여자친구와 마주친 다음에 피하는 것 까지도 거의 같습니다. 저희집도 식당을 했죠

여자친구를 뺏겼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아요, 

상대가 여자친구의 교회오빠였죠 저는 영화속 주인공보다 더 찌질해서 같이 웃으며 교회가는 걸 보고도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여자친구한테 못되게 굴었죠

물론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해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겠죠 

특히 이 영화처럼 별다른 걸 이야기하지 않는 영화일수록 더욱 그렇고

만든 사람의 피와 땀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상상하지 않아도 그려집니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을 거예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다만 

저도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하필이면 지금 제 상황에서 이 영화를 보다니 

좋았던 시절은 돌아오지 않아요, 현재에 충실해야죠, 

엄태웅이 한가인이랑 다시 맺어지지 않는 건 당연한 겁니다. 약혼자와 함께 미국엘 가야죠 

첫사랑이란 이루어지지 않는거잖아요, 그렇잖아요..........


문득 

감독이 처음 썼던 시나리오의 엔딩은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사족) 엄태웅이 한가인을 처음 만났을때 '누구?' 라고 물어봤을 때 정말 몰라봤을까? 저는 알았다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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