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화차를 읽은지도 6년 정도가 지난 것 같습니다. 6년이 세월이 흐른 동안, 아니 화차가 쓰여진 20년 전과 지금이 얼마나 다를까 가늠해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소설이 발표되고 20년이나 지난 지금, 강산만 변했지 강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여전합니다.


저 또한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다를 게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분명 꿈도 있었고, 기대도 있었는데요.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두려움과 공포의 정체는 내가 차경선이 될 수도 있다는 거였죠. 적은 월급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인생에서, 부모님의 그늘이 아니면 도무지 살아갈 수 없는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한 발만 삐끗해도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는 제 안에 차경선을 키웠습니다. 현실에 닥친 일이 아님에도 손에 쥔 한 줌을 움켜쥐고 아득바득 살아야한다는 생각만 했었죠. 크게 굴곡진 인생을 살지도, 운 좋게 부모님 햇살 아래 따뜻하게 살았는데도 두려웠어요. 월급명세서를 볼 때마다 제가 쓸 수 있는 물질의 한계를 볼 때마다 움켜지지 못하게 될 때가 두려웠죠.


그래서 새로운 걸 시도하지 못한 채, 6년을 살았습니다. 이 마저도 내 손에 쥐어지지 못하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너무 두려웠거든요.

분명 꿈도 있었고, 청춘도 있고, 내일도 있었고, 희망도 있었고, 무엇보다 기대가 있었는데도요.

한 걸음 내딛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한 걸음 내 딛기에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제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고, 한 걸음 내딛다가 두 걸음 물러나게 되면 뒷걸음칠밖에 남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인생을 살게될까도 무서웠죠. 제 삶이 특별히 모자라서 제가 이런 두려움을 갖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만 한국이, 자본주의 사회가, 약자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 삶을 선택하지 못하게 만든 거겠죠. 

만약 제 실패를 사회가 용인해주었더라면 여전히 제가 선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제도와 구조 속에서 나 스스로 선택해서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는 걸 번번히 깨닫게 된 게.

무너지지 않으려면 버티는 것 밖에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 게.

꿈과 기대와 희망이란 단어는 강자만이 소유물이라는 걸, 어떤 시도도 자본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물론 이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그저 로또에 당첨되는 거라는 걸요.


그래서였습니다. 제가 무너지고 넘어지고 엎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만 있다면 넘어진 사람들도 이 사회가 받아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게요. 아니 힘과 용기가 없어도 힘과 용기를 주며 좀 더 주저앉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사회를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게요.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사회 안정망을 탄탄해져야한다는 걸요. 모든 문제를 개인화 하지 말고 구조로서 풀어내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도요. 문제를 개인화 시키면 그 어떤 문제도 해결가능하지 않다는 것도요.


그래서 저는 진보신당 당원이 되었습니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무너져도 꿈과 희망이, 내일을 향해 손짓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었거든요. 비정규직이라는 쪼가리에도 감사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꿈과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도록요. 몇 번의 실패에도, 부모님의 사랑이 아닌 사회가 제도적으로 저를 일으켜줄 수 있는 개인회생이 가능하도록요. 


꿈을 꿀 수 있는 곳에 투표해주세요. 한국의 수많은 차경선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생존에 대한 공포보다 꿈과 희망을 고민할 수 있는 차경선이 될 수 있도록, 선택해주세요. 오늘은 인생을 선택하지 못하더라도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정당을 선택해주세요. 


16번 진보신당입니다.


줄리엣과 사랑에 빠졌을 때 로미오의 나이는 16세였습니다. 이몽룡과 사랑에 빠졌을 때 춘향의 나이도 16세였죠. 16은 사랑의 숫자군요. 이번 총선 때 정당 투표의 숫자이기도 하구요. 16을 기억합시다. 16을 사랑합시다 -고종석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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