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러가지 의미로 저에게 뜻깊은 날이라 무얼 할까 하다가 박찬욱이 남긴 책들을 다시 한 번 봤습니다

박찬욱의 엣날책, 그나마 최근책, 박찬욱과의 인터뷰가 담긴 책등등 한 5권 정도 되는군요


전반적으로 느낀 건 확실히 박찬욱은 유머가 있어요

과거에 형편이 아주 어려웠을 때도 그랬죠, 그게 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의 취향 또한 굉장히 고상하죠 본인도 스스로 밝히듯이 B무비를 좋아한다는 점을 빼 놓고는 과거 한국에서 보기 힘들었던

서구엘리트문화에 박식한 사람입니다


가장 재밌게 본 건 정성일의 책에 나오는 박찬욱과 정성일간의 친절한 금자씨 인터뷰 챕터였어요

정성일은 지나치게 진지해요 그래서 그의 질문은 가끔 도가 지나치죠, 

그에 반해 박찬욱의 대답은 여유가 있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적확합니다. 

사실 그 대담을 한 시점에서 두 사람이 놓인 처지가 이런 분위기를 낳은 보다 중요한 요인이엇을 텐데 

그 부분은 뭐 패스하고요, 살짝 기분이 나빠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정성일이 JSA 이전의 작품들을 거론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냐는 질문을 하는데 거기서 박찬욱은 배우에 대해 말합니다.

본인이 그 두 작품에서는 배우의 연기지도라는 것에만 너무 얽메여 배우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 이런 요지였는데

은근슬쩍 눙치는 답변이라서 기분이 좀 나빠졌죠

솔직하게 말했어야죠 대본을 후지게 써서 그런거라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시나리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못 했다고 연출(협의의 의미죠)만 잘 하면 되는줄 알았다고 

박찬욱은 훌륭한 감독이지만 좋은 시나리오 작가는 아니예요, 지금도 여전히 그렇죠

그럼 JSA부터의 작품은 뭐나구요? 일단은 원작이 있는 작품들도 있고 그외 박찬욱의 오리지날 대본, 공저대본같은 경우는

이제 성공을 거둔 박찬욱 밑에 쓸만한 작가들과 충분히 준비할수 있는 시간이 있었죠

훌륭한 감독이 꼭 좋은 작가일 필요는 없죠, 영화역사를 통틀어봐도 기껏 몇명 될까말까 할텐데

굳이 박찬욱이 그렇게 눙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뭐 한국처럼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풍토에서 괜히 본인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을테니

적당히 눙쳤겠지만 천하의 박찬욱도 

이 너무나 당연한 명제 [감독은 연출만 잘 하면 된다] 라고 말할 수 없는게 안타까웠습니다.


나이가 먹으니 하루하루가 소중해집니다.

저는 동양인이고 나약한 사람이라 인생의 한 순간, 한 순간들을 무언가 자신한테 의미가 있는 것들이라고 억지로

해석하려 했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안 좋은 일이 있을때면, 분명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시련을 하늘에서 주는 걸꺼야 하면서 도망쳤습니다.

아직도 미국인처럼 제 인생을 자본주의와 청교도주의가 조합된 삶의 기준으로 제 인생을 재단하면서 

'나는 함부로 인생을 낭비했어' 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계속 있었는데 항상 나만 생각하면서 그 사람들을 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부끄러워 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하늘이여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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