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대범하게 대처했다고 생각되면서도 꽤 놀랬는지 아직도 심장이 쿵쿵 거리네요.

집에 가던 중이었는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어요. 처음엔 그냥 같은 방향으로 가는 행인인 줄 알았는데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누가 옆에 와서 서는 거예요. 저는 그 때까지도 길을 묻는 사람인가 했어요.

근데 이 남자 왈, "저랑 성관계 좀.."

키는 170이 좀 안 될 것 같은, 어린? 젊은 남성이었는데, 말투가 어눌한 걸 보면 정신장애가 있을 것도 같고.

여튼 저는 어디서 나온지 알 수 없는 깡으로 "싫어요!"하고 외치면서 크게 손을 뻗어서 확 밀었어요.

그랬더니 순순히;; 뒤돌아 반대편으로 가더라구요.

 

가슴이 쿵쿵 뛰는데 정신 없이 몇 미터 더 걸어온 다음에 집 근처 다와서야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그 남자가 물리적 위협을 가한 것도 아니라서 신고를 해야할지 망설여졌지만,

놀랍게도!!! 저는 이 남자에게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거든요. 그 사람이라는 걸 딱 알겠더라고요.

그 때는 거의 새벽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고, 엘레베이터 타는 곳까지 따라 들어왔었는데

신체 부위를 만져도 되냐고 묻길래 그때도 '싫어요!'라고 했더니 그냥 가버리더라구요.

집까지 안전하게 들어온 다음에야 경비실에 연락해서 이야기했더니

경찰에 신고해봤자 소용없다고-_- 그러셔서 그냥 말았어요.

그치만 같은 사람에게 두 번 당하고 나니, 그리고 이번에는 시간도 9시 정도로 이른 데다

이쪽 길에는 초등학교 중학교도 있어서 아이들과 학생들도 많이 다녀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112에서는 심각한 태도로 신고를 접수해주었어요. 순찰차도 금방 도착했고.

제가 지나온 길을 자세히 확인하고는 그 주변을 돌아보셨다는데 안타깝게도 잡지는 못했어요.

경찰분이 놀라워하셨던 게, 그 길이 그렇게까지 후미진 길은 아니고

바로 옆에 개천이 흘러서 그 쪽에 난 산책로에는 항상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제가 그 남자를 만나기 전만해도 자전거 탄 아이가 지나가고 그랬는데;;

 

이쪽 부근을 배회하면서 만만한 여자들만 골라서 좇아오는 걸까요?

제가 두 번이나 겪은 걸 보면, 이 동네 여자분들 중에 같은 일 겪은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은데..

혹시라도 저처럼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겁을 먹는 여자분들이나 나이 어린 학생들, 여자 아이들

이런 사람들에게는 더한 해꼬지를 하는 것일까 싶어서 걱정이 되요.

구청 홈페이지에 가서 그 길에 조명을 좀 더 밝게 해달라고 민원을 넣어야겠어요.  

으으 놀란 것 때문에 그런가 가슴께가 뻐근하네요ㅠ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32
126094 생산성, 걸스로봇, 모스리님 댓글을 읽고 느낀 감상 [20] 겨자 2018.10.24 471015
126093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 - 장정일 [8] DJUNA 2015.03.12 269807
126092 코난 오브라이언이 좋을 때 읽으면 더 좋아지는 포스팅. [21] lonegunman 2014.07.20 189492
126091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의 글 ㅡ '무상급식은 부자급식이 결코 아니다' [5] smiles 2011.08.22 158052
126090 남자 브라질리언 왁싱 제모 후기 [19] 감자쥬스 2012.07.31 147376
126089 [듀나인] 남성 마사지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9] 익명7 2011.02.03 106110
126088 이것은 공무원이었던 어느 남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1] 책들의풍경 2015.03.12 89307
126087 2018 Producers Guild Awards Winners [1] 조성용 2018.01.21 76265
126086 골든타임 작가의 이성민 디스. [38] 자본주의의돼지 2012.11.13 72970
126085 [공지] 개편관련 설문조사(1) 에 참여 바랍니다. (종료) [20] 룽게 2014.08.03 71721
126084 [공지] 게시판 문제 신고 게시물 [58] DJUNA 2013.06.05 69113
126083 [듀9] 이 여성분의 가방은 뭐죠? ;; [9] 그러므로 2011.03.21 68482
126082 [공지] 벌점 누적 제도의 문제점과 대안 [45] DJUNA 2014.08.01 62753
126081 고현정씨 시집살이 사진... [13] 재생불가 2010.10.20 62417
126080 [19금] 정사신 예쁜 영화 추천부탁드려요.. [34] 닉네임고민중 2011.06.21 53616
126079 스펠링으로 치는 장난, 말장난 등을 영어로 뭐라고 하면 되나요? [6] nishi 2010.06.25 50800
126078 염정아가 노출을 안 하는 이유 [15] 감자쥬스 2011.05.29 49807
126077 요즘 들은 노래(에스파, 스펙터, 개인적 추천) [1] 예상수 2021.10.06 49784
126076 [공지]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듀나 게시판 회원 20% 할인 (3/6-9, LG아트센터) 동영상 추가. [1] DJUNA 2014.02.12 4945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