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봉 이후 일주일도 넘게 지난 오늘에서야 개봉했네요.


스포일러를 피하려고 노력했으나, 검색어에까지 오른 콜슨 요원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피할 수 없었고, 로키 배후의 흑막인 타노스와 치타우리 군대에 대해서도 알 수 밖에 없었으나...실제 어벤져스 만화에 그리 밝지 못해 타노스란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던 터라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콜슨 요원은 클라이막스에서 콜래트럴 데미지로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지, 콜슨 요원의 죽음이 어벤져스 결성의 방아쇠가 될 줄은 몰랐어서, 그가 죽음을 맞이할 땐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라 깜짝 놀라면서 봤고요.

어쨌든 제가 이미 알고 있던 스포일러는 제 영화 감상에 피해를 주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정말 만족했어요. 전 참 행복합니다.

이런 개성 강한 히어로들을 모아서 그럭 저럭 나쁘지 않은 영화만 만들어줘도 고마울 지경이었어요.

(그저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봤던 판타스틱 4 시리즈와, 그 애정마저 날려보낸 엑스맨 3를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아니 판타스틱 4는 픽사 애니메이션인 인크레더블보다 못한 팀플레이를 보여줬잖아요.)

근데, 그럭 저럭 나쁘지 않은 영화가 아닌 꽤 괜찮은 영화가 나와주었어요!


네, 알아요. 이 영화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각 캐릭터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겐 불친절한 영화이고, 진행도 살짝 덜컹거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쩌면 말 장난이 너무 많았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전 그런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정말 만족한 영화여요. 행복했다니까요!

전 캐릭터에도 익숙합니다.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2, 토르, 퍼스트 어벤져 모두 극장에서 봤고, 블루레이를 소장했으며, 어벤져스 감상을 대비하여 얼마 전부터 모두 다시 복습했어요.

히어로물에 관심없던 아내님에게도 선행 학습 완료시키고, 복습에도 참여시켰죠. 


모두 복습 철저히 한 상황에서 영화를 보니, 오히려 각자 영화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캐릭터들에 대한 깊이들이 더해졌더군요.

아이언맨 2도 물론 그러하지만, 어벤져스 준비로 인해 토르와 퍼스트 어벤져 본 편들은 각자의 특성에 큰 악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벤져스 세계관을 위한 준비 때문에 각 영화가 충분히 깊어지지 못했어요. 

토르는 아스가르드인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비해..벌어지는 문제가 참으로 소박합니다. 세상을 파괴할 듯 강림한 디스트로이어는 동네 주유소를 폭발시키죠;

퍼스트 어벤져는 이야기 자체는 큰데, 전개가 참으로 소소합니다. 액션씬은 예고편에서 전부 공개될 정도고, 캡틴 아메리카는 강한 신념과 한 번 흘끗 본 지도도 잊지 않는 뛰어난 기억력 외에는 인상적인 부분이 약합니다. 그가 진정한 캡틴인 모습이 좀 약해요. 전술가로의 면모가 본 편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죠.

물론 각 영화들이 너무 허황될 수도 있는 신들의 이야기와, 촌스러울 수 있는 2차 대전의 슈퍼 솔져 이야기를 허황되지 않고, 촌스럽지 않게 전개시킨 장점은 있지만요.


그런데 이러한 아쉬움이 어벤져스를 통해 많은 부분이 해소가 됩니다.

토니 스타크는 여전히 자아도취 심한 천재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토르는 우직하고, 착한 이미지가 더욱 드러납니다. 강한 힘이 있지만, 그 힘을 무작정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동생을 사랑하죠.

로키는 아버지에게든, 형에게든, 아니면 그 누구에게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드러냅니다. 독일에서 시민들을 무릎 꿇게 하는 장면에선 정말 로키스러웠어요.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형의 말을 끝까지 자기 식으로만 해석하는 컴플렉스 강한 모습도 보여주고요. (아, 최근 제가 본 영화들의 악역 중 제일 좋아요. 톰 히들스턴 멋져요!)

캡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신념 가득하고, 지식과 유머는 조금 부족해도, 책임감도 강하고 전술 센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 사람이 왜 캡틴인지 보여준달까요.

물론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도 멋집니다. 외계인과 신이 쳐들어온 상황에서 일반인이라 조금 안쓰럽긴 한데, 포스와 멋진 모습은 슈퍼 솔져 못지 않더군요.


그리고 헐크. 

아, 이안 감독의 헐크 이후로 쭈욱 귀여워하는 캐릭터였는데, 이제 이 귀여움을 드디어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겠더군요.

그리고 역대 영화들 중 처음으로! 바지가! 찢어졌습니다!!!!

이안 감독의 헐크에선 에릭 바나가 헐크로 변하든, 인간으로 돌아오든 바지가 그 탄력을 잃지 않고 그대로 줄어든 반면, 그런 비판을 대비했던 인크레더블 헐크에선 인간으로 돌아온 배너 박사가 늘어난 바지춤을 붙잡고 겨우 겨우 발걸음을 떼었죠. 

그러다가 이번 어벤져스에선 바지가! 바지가! 찢어져서 벌거벗었어요! 물론 타이밍 좋게 친절한 경비 아저씨가 사이즈 안 맞는 바지를 가져다주긴 하지만요.

아, 그리고 뉴욕으로 등장할 때 그 사이즈 안 맞는 옷과 정말 어울리는 너덜거리는 오토바이라뇨! 아, 거지왕 히어로의 이름에 버금가는 모습입니다!


아..헐크에게 일갈하는 로키의 모습도 멋지죠. 처절한 외침이 끝나기도 전 화면 밖으로 끌려나가는 모습이라뇨.

쿨 쉬크하게 패대기치는 헐크의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패대기 당하고 얼빠진 로키님의 모습이 일품입니다.


역시 제 최고 애정하는 캐릭터는 헐크, 그 다음이 토르, 로키 형제입니다.


전 토르 영화 보고 딱 떠오른게 아기 거위였습니다.

아기 거위가 눈 뜨고 처음 보는 걸 엄마로 보면서 따른다고 하잖아요.

토르가 아스가르드에서 쫓겨나고 처음 본 게 제인. 

세상 물정 모르는 잘생긴 청년이 안쓰러워 제인은 계속 도와줄 수 밖에 없고, 그런 모습에 더욱 제인에게 기댈 수 밖에 없는 토르..


그런데 어떤 분은 그 부분을 보고 대형견을 떠올리시더군요!

밥 줄께 따라올래? 하니까 우쭈쭈쭈 따라오는 대형견요!

그런데...이것도 적절합니다! 정말 토르는 털이 복실거리는 대형견의 느낌이 강해요!

우직하고, 착하고, 한 번 애정 준 사람에겐 끝까지 애정을 줍니다!


로키는 영화 처음에 소환되었을 때 다크 서클에, 창백한 모습이 무척 힘들어 보이잖아요.

그런 로키 보자마자 드는 생각이 '그러게, 집떠나면 고생이지' 싶더라고요. 흑흑. 황금의 도시 아스가르드 냅두고 뭘 그리 사서 고생하니.

그런데 영화 시작하자마자 액션씬 작렬! 

토르에선 말만 많지, 막상 액션은 소박했는데, 어벤져스에선 시작하자마자 날아다녀! 모두를 홀려! 

그리고 중간 중간 아련 아련해! 형님 만나선 계속 반항하고, 블랙 위도우에게도 자기 감정 들키고, 토니가 형님 언급하니까 표정이 일그러져!


아...정말 좋았어요. 몇 년을 기다릴만한 영화였습니다.


일단의 청년 양덕들이 제 오른쪽에 포진해있었는데, 그들의 리액션 때문에 자막 없는 영화 감상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들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조스 웨던(감독)을 욕하더군요. 이런 영화로 여름 시즌을 열었으니, 다른 사람들이 다른 영화들을 볼 맛이 나겠냐며!


오오! 오오! 


전 행복합니다!


또 보러갈래요!!!!!!




덧. 북미 추가 쿠키인..슈와마 먹는 장면 정말 정말 별 것 아닌데..정말 정말 웃기더군요. 끝까지 슈와마를 먹는 캐릭터는 토르와 배너 박사 둘 밖에 없어요. 캡아와 토니, 나타샤와 클린트는 이미 배불러서 식사 자체는 멈췄어요. 몸빵 캐릭인 토르와 헐크 둘만 끝까지 먹고 있는게 어찌나 웃기던지요.

 그리고 깨알같이 직원은 청소 중. 정말 사건 종료 직후에 갔는지...어지러운 잔해를 정리 중이더라고요. 하하!

 그나저나...한국에서 없던 장면이 북미 개봉에서 추가되어서 서운해하시기도 하는데...여기선 일주일을 더 기다렸어요! 다들 어벤져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때 전 필사적으로 피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요. ㅜㅜ 

 일주일 늦게 접했지만, 새로운 장면을 더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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