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 유머 자작시

2012.05.22 13:56

곽재식 조회 수:4256

참... 소시적에 별 부끄러운 짓을 다 했습니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어디에 웃기려고 기고 해야 해서 짜서 쓴 것인 듯 한데, 오랫만에 발견해서 한번 되돌아 봅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스스로 바보질 하면서 잘난척 하는 게 농담이랍시고 이런게 참 많이 유행했지 싶습니다.

(한 번 웃고 넘어가면 쪽팔림 방지 차원에서 24시간 후 이 포스팅은 수동폭파될 예정입니다.)



제목: Wissenschaftliche Liebe


하루 하루 바쁘게 보내면서
너를 떠올리는 때마다 내 시계 위에
점으로 찍으면,
그 그림은 미분 가능하다.

미분 가능 지점마다 생각나는,
너의 따뜻한 손
가느다란 팔
바쁘게 뛰어갈 때면 숨에 차 떨리던
너의 조그마한 어깨

그 몇몇 모습들이 베이시스 셋이 되어
내 마음속에 가득 스팬되는
너와의
추억의 공간

우리 떨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같은 별에서 같은 항성에서 오는 가시 광선에
눈부신 빛을 함께 받고 있고.
포화 수증기압을 넘어선 새하얀 구름들이
저 파란색으로 빛이 산란된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을
같이 보고 있고.

그리하여 대류하는 공기의 이쪽은 너의 숨결을 싣고
저쪽은 내 뺨을 스치니

항상 내 마음은 벤젠 고리의 비편재화된 전자
나의 가슴에도 너의 가슴에도
그 파동함수의 떨림은 동시에 중첩되어 있다.

내 심장에 가득찬 효소의 기질 특이성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는 반응하지 않으나
너를 그리워하며, 심작 박동을 뛰게하는 촉매 반응으로
가득하여.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는지,
너는 알지 못하건만
그 마음 네가 내 변하지 않는 마음을 의심할때,
그 상상의 열 배만큼, 백 배 만큼,
거기에 엑스포넨셜을 취하고, 또 취하여
델타 함수의 꼭대기로 치솟을만큼
나는 오히려 너를 믿으니.

내가 맥스웰 방정식의 앙페르 방정식을 풀 때
너는 또 가우스 자기장 방정식 풀었던 것 처럼.
나는 오히려 너를 믿으니,

너는 분명히 지금 나처럼 나를 떠올리며
가슴시려하며,
너는 나 없이는 외로워서 살 수 없음을
다시 떠올리며,
여름날 같이 걸었던 길과 같이 나누었던 이야기를
또 기억하며,

이 세상 많은 좋은 일들과
필즈 메달의 영광과
노벨상의 명예와
실리콘 밸리의 부유함과
네이처, 사이언스, 왕립학회의 화려함들을 모두 합쳐,
그래도
너와 나,
세상에 그 둘이 있어야만 그것으로 나이키스트 조건으로,
난 그 기쁨을 같이 할 수 있다.

그러니,
나의 가장 사랑하는 이여.
세상의 많은 문제들을 만날때마다
꼭 이것 두 가지는 기억하기를.
F = ma,
나는 너를 사랑한다.



해설: 1연의 내용은 자세히 읽어 보면 나는 너를 24시간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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