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22 14:12
그는 지금 여기가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더는 밀려 내려갈 곳이 없으므로
이제 박차고 일어설 일만 남은 것 같다
한밤중에 깨어나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면
들끓는 세상이 잠시 식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갈증은 그런 게 아니다
바닥의 바닥까지 내려가
여기가 바로 밑바닥이구나 싶을 때
바닥은 다시 천길 만길의 굴욕을 들이민다는 것을
굴욕은 굴욕답게 캄캄하게 더듬어 온다는 것을
그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저어보지만
스스로를 달래기가 그렇게 쉬운 게 정말 아니다
그는 바닥의 실체에 대해
오래 전부터 골똘히 생각해온 듯하다
그렇다고 문제의 본질에 가까워진 것은 아니지만
바닥이란 무엇인가
규정하자면
털썩 주저앉기 좋은 곳이다
물론 그게 편안해지면
진짜 바닥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강연호, 바닥
바닥까지 내려가면 올라올 길만 남았다고, 아니, 더는 내려갈 곳 없을 줄 알았어요. 그렇다면 편안해 지진 않겠지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언제쯤 내려가야, 정말 바닥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다 내려온 것 같은데, 이제 박차고 올라갈 일만 남은 줄 알았는데,
실은 바닥의 바닥이 아닌 바닥의 시작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요.
단순히 생리 탓이라고 돌려보기도 하고, 다시 또 즐거워질 거라 믿으며 달래보기도 하지만,
진짜 바닥은 이 순간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가.
다시 천 길 만 길의 굴육으로 들이미는 건 아닐까.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순간순간 올라올 수 없는 더 깊은 바닥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가.
바닥의 실체에 마주하기 전까지, 바닥 안에서 살게되는 건 아닐까.
캄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