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밤마실!

2010.07.25 23:26

걍태공 조회 수:2232

며칠전 폭풍 운동 후에 밤마실이 최고라는 장인어른님 장대리님 장외인간님의 댓글을 보고 나름 뜻한 바가 있었죠. 남들처럼 초컬릿 복근, 식스팩은 아니더라도 O자 배둘레햄은 면해야 하지 않겠느냐, 언제까지 운동하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유산소 운동으론 숨쉬기를, 무산소 운동으로 마우스로 하는 웨이트를 병행하고 있죠"따위 실없는 소리만 하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가 일단 칼을 뽑으면 두부라도 잘라야 하는 법인데, 집에 두부가 없더군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단 핑게로 선풍기 앞에 앉아서 떠나지를 못했어요. 그래 주말이 되면 녹슬어가는 자전거를 타고 강변까지 진출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체력이 되면 강을 건너갔다 오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전의를 불태웠죠. 결행의 날로 정한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 듀게를 구경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프렌즈 한두편을 보고 잠들었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덧 일요일 아침이 왔습니다. 자전거는 커녕 24시간 침대에서 벗어나지도 못한거죠. -.-;


오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점심 약속이 없었더라면 일요일도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때려치고 일년짜리 대학원을 이번에 수료한 친구는 가을학기부터는 아예 중국사 전공 신입생이 되어 대학교에 입학한다는군요. 회사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선 "훗, 나는 이제 그런 걸로 고민안하지."라는 친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크게 들어주고 돌아왔지만, 지금 다시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용기가 참 부러웠습니다. 풋풋한 신입 여대생들과 소개팅 주선자가 되어주실 수 있는 위대한 분께 감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인 불찰도 지금은 후회하고 있구요. 친구야, 용서해라~


집으로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 가라앉기 시작하더군요. 한낮의 열기도 어느정도 가라앉았다는 생각이 들기에 불현듯 자전거를 몰고 나섰습니다. 몇달만에 타는 자전거, 체력이 조금 걱정되어 간단하게 집 근처의 공원을 돌아오는 정도로 그만두려고 했어요. 길을 일단 나서고 어느정도 달리자 바이커스 하이가 느껴지더군요 (바이커스 하이가 진짜로 있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친김에 정말로 강변까지 달렸습니다. 한시간반 정도 걸려 도착한 페리 선착장에서 강을 건널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이미 체력이 다해가는게 느껴졌기 때문에 바람을 쐬며 강변의 야경을 구경하다 집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길엔 정말 체력이 고갈됨이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허벅지와 엉덩이엔 통증이......


집에 돌아오니 어느덧 밤 열시가 넘었습니다. 찬 물로 샤워를 하고 앉았어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운동 후의 나른한 상쾌함이 기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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