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2012.06.19 20:32

가녘 조회 수:1968

일단 전 기독교인이라는 걸 밝힙니다.

모태신앙을 갖고 있어서, 기독교 이외의 종교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았죠.

이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알라가 여호와와 같은 말이라는 것과,

유대교, 기독교에서 공통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을

무슬림들도 똑같이 여긴다는 건 알고 있었죠.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낳은 적자 이삭과 이삭의 적자 야곱이 유대인들의 조상이 됐고,

아브라함의 첩 하갈이 낳은 첫째 아들 이스마엘의 자손들과,

이삭의 첫째 아들 에서의 자손인 에돔 족속 등이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이 됐다는 정도로요.


거기에 조금 더 알게 된 건 중앙아시아에 대한 대학 교양수업을 들으면서였죠.

이슬람에 대해서 깊이 있게 알게 됐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자가 많은 종교에 대해서 내가 아는 게 이렇게나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었죠.

이태원에 있는 중앙성원도 갔었고요. ㅎㅎ


제 경우엔 이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깜짝놀랄 만한 것들을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달라서 당황했던 것의 예로,

'한 손엔 쿠란, 한 손엔 칼.'이라는 게 

이슬람의 최고 성서인 쿠란이나 하디스, 순나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이슬람은 포교에 대해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교리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는 일차로 멘붕이 왔죠.

'믿고 싶으면 믿고, 싫으면 말라'는 식이라는 거죠.


거기에 이어서 두 번째 멘붕.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에 참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범죄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배교라고 하더군요. ㄷㄷㄷ


또, 샤리아에 참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범죄가 여섯 가지인가 되는데,

사형제폐지론자인 저로서는

살인과 강도는 그나마 이해가 되지만,

배교와 간통(아마도 여성만의!)이 참수형이라는 건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더군요.


부르카와 히잡에 대해서도 착용을 강제하는 명문은 없다고 하더군요.

다만, 경전(아마도 순나인 듯)에 음탕하게 몸을 드러내지 말라는 식의 내용이 있는데,

종파별로 이맘들의 해석에 따라서 히잡을 쓰기도 하고, 부르카를 두르기도 한다고 하고요.


아비뇽 유수 이후 정교분리가 천 년 가까이 진행이 된 마당에 

이슬람에서는 신정일치, 종교와 정치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본다는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종교법인 샤리아를 그대로 집행하는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예멘 등등

저쪽에서는 실제로 샤리아 안 지켜서 참수당하는 사람들이 한 해에 몇 명씩 생긴다고 하더군요. ㄷㄷㄷ


하지만 육신오주의 쉽고 기본적인 교리만 지키면 모두 동등한 무슬림으로 여긴다는 것,

구체적으로, 무함마드 이후에 어떠한 성직자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신 아래에 모두 동등한 사람만 있다는 '평등의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물론 제가 느끼기에는 좀 판타지스런 점도 있습니다.

육신(六信), 즉 여섯 가지 신앙의 대상이라고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들을 보면,

알라, 천사들, 경전들, 예언자들, 심판, 운명론이라는 여섯 가지를 믿는 것이라고 합니다.

근데, 여기에서 특히 '천사들'이라고 하는 부분이 말이죠,

사실은 지니예요, 알라딘과 요술램프에 나오는 그 램프의 요정 같은 것 말이죠.

선한 지니도 존재하고, 악한 지니도 존재하고,

이들의 존재로 불가사의한 일이 생기기도 하고,

사람이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는 이 모든 것을 믿는 게 신앙의 내용이라는 거죠.


또 무함마드 이후의 예언자를 부정한다고는 하지만,

무함마드의 혈육과 후계자들에 대한 권위는 엄청나게 인정해줍니다.

많은 수의 중동의 왕가들이 그러한 근본을 갖고 있죠.

특히 길고 긴 이름 중에 '칼리파'가 들어가는 사람은 백퍼 왕족, 아니면 토호들을 거느리는 제후의 신분이라는 것.


신 아래 동등한 무슬림이라고는 하지만,

이맘이라는 사람들에게는 평신도 신분의 성직자라는 의미론적 모순을 담고 있는 설명이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고요.

몇몇 이맘들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죠.

이란의 호메이니와 하메네이 같은 사람들이 그 대표죠.


뭐, 여기까진 그렇다치고,

저한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역시 기독교와 신약성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죠.

예수를 예언자 중의 하나로 취급한다는 것 정도는 전에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긴 했지만,

사복음서를 성서로 보고, 육신(六信)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건 생각지 못했었으니까요.

예수의 지위에 대해서는 기독교와 견해를 달리하는 건 물론이지만요.


이태원 중앙성원에서 받은 소책자에는,

복음서의 말씀을 인용하고 거기에 대해 해석하면서,

예수님(중앙성원의 소책자에 '님'이라는 의존명사를 붙였더군요!)이 중요하고 방대한 말씀을 전해준 위대한 예언자임이 틀림없지만,

하나님의 아들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적혀있더군요. ㅎㅎ


어쨌거나 제가 알게 된 바로는,

이슬람에서 예수는 동정녀의 아들이고,

십자가에서 사망하지 않았으며,

하늘로 승천했고,

심판 때에 다시 내려올 위대한 예언자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성서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아주 소수의 무슬림들에 국한된 것이고,

기독교 문화와 접할 일도 없고,

성서라고 해봐야 가끔 이맘이 낭송하는 쿠란을 듣는 정도가 전부인 많은 수의 무슬림들은

예수라는 사람이 대체 누군지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선데이 크리스천에게 히스기야가 누군지 아느냐고 물으면,

"아... 음... 왕이죠. 맞나?"라고 하고 말 사람이 대부분일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슬람을 신앙의 대상이 아닌 분석의 대상으로 보았을 때엔

이슬람이 예수를 적당히 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있다고 하더군요.


기독교의 구약성서에 보면 유대인들이 이방신들을 섬기는 죄에 빠지는 내용이

모세오경에서부터 말라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 되죠.

문화 교류의 측면에서, 그 지역의 인종적, 언어적 유사성 등에 비춰보면,

유대인들이 타민족의 종교를 접한 만큼, 타민족도 자연스럽게 유대교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구약성경에도 이민족으로서 유대인들의 신을 경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나오죠.


유대교의 교리와 역사는 주변에 나라가 세워지고 망하고를 몇 번이나 반복해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죠.

거기에 예수의 제자들은 유대교의 폐쇄성을 일소했고, 

이방인의 사도인 바울의 가르침에 근간을 두어 

피 한 방울 안 섞인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게까지 기독교가 퍼져나간 겁니다.


그리스인, 로마인에 비하면 유대교의 전통에도 익숙하고 혈연적으로도 가까운 

그 근방의 사람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기 더 쉬웠을 수도 있죠.

실제로 무함마드 생존 당시에 아라비아 반도에는 토착신앙과 유대교, 기독교가 공존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시대에도, 이슬람의 절기인 라마단이 되면 검은 천막을 친 직육면체의 구조물을 

셀 수도 없이 많은 무슬림들이 둘러싸고 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천막을 쳐놓은 직육면체의 구조물이 카바 신전입니다.


무함마드 당시에 카바에는 수 백 개의 우상이 세워져있었다고 합니다.

무함마드는 카바 신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죠.

무슬림의 조상은 아브라함의 첫 아들 이스마엘이고,

아브라함에게 버려진 하갈과 이스마엘이 물이 없어 죽어가던 때에 신의 도움으로 물을 얻은 곳이 카바였고,

사실 그곳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이 제사를 드린 곳이었으며,

이후에 아브라함이 이스마엘과 함께 신전을 재건했고,

무함마드가 다시 한 번 그곳을 신을 위한 장소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유대교에 대한 민족적 열등감(유대교에서 신은 철저하게 유대인 러버인 탓에)을 보완하고,

유대교적인 전통을 적당히 가미한, 

그런 무함마드의 스토리텔링 이후에 이슬람교의 교세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죠.


아랍민족이면서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도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당시의 기준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종교지도자인 무함마드와,

기독교계 개종자들의 절대자인 예수의 지위를 절충할 필요성이 있었고,

무함마드 본인 스스로가 최고의 예언자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의 속성을 공유하지는 못하는 인간으로 머물게 하는 대신,

예수의 지위를 신의 아들에서 한 발자국만 물러난 자리로 끌어내리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뭔가... 주절주절 썰이 길어졌는데,

이슬람도 알다보면 재밌어요.

오해하던 게 이렇게 많았다뉘...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2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40
74552 [듀나In] 대용량 화일을 이메일로 전달 하려면? [5] espiritu 2012.06.19 1156
74551 크리스탈, 언니의 굴욕 갚으러 왔습니다. [14] 자본주의의돼지 2012.06.19 4481
74550 저도 디아3와 에로엘 잡담 [2] nobody 2012.06.19 1314
» 이슬람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10] 가녘 2012.06.19 1968
74548 [자유의지 다이어트 모임_147일차]D11 [8] friday night 2012.06.19 778
74547 유투브에서 4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한국영화를 무료관람 서비스 하네요. [8] 감자쥬스 2012.06.19 1795
74546 프로메테우스 4D / 예민한 듀게? [9] 오늘만 2012.06.19 1992
74545 연인의 이성친구 [9] 작은가방 2012.06.19 3222
74544 선풍기, 코털, 선그라스는 위험합니다. 조심하세요. [19] 자본주의의돼지 2012.06.19 3765
74543 djulol 하세요. 두번하세요. [5] 메피스토 2012.06.19 1501
74542 [벼룩] 휴고보스 남성용 팬티 변태충 2012.06.19 3961
74541 문득 생각난 옛일 하나 [19] bebijang 2012.06.19 2362
74540 없던 버릇이 생겨난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2] 패니 2012.06.19 996
74539 [채팅] 약속된 시간이 왔어요~ 그대 앞에 있어요 두려움에 울고 있..기는 개뿔.. 가가합시다! 異人 2012.06.19 1251
74538 여러 가지... [8] DJUNA 2012.06.19 2636
74537 오늘 하루.. [5] Weisserose 2012.06.19 1088
74536 박정현 8집 초간단 후기 [8] 프레데맄 2012.06.19 3407
74535 [바낭] 구하라 리즈 시절 / dsp 남매 / 뭐 암튼 일 하기 싫어서 적는 아이돌 잡담 =ㅅ= [7] 로이배티 2012.06.19 3755
74534 (설문) 1시간 덜자고 운동하기 vs 그냥 자기 [7] 블랙북스 2012.06.19 2107
74533 유로 2012 뻥글랜드를 응원합니다. [8] herbart 2012.06.19 14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