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내려와서 아이들 3명과 지낸지는 2달 째, 학교 도서관으로 봉사활동 다닌지는 한달 반 쯤 되어가네요. 초등학교에 있는 '학부모 도우미'가 중학교에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버리면 학부모들이 학교에 개입하는 것이 많이 줄어든데요. 그래서 도우미 자리가 있어서 잠깐 돕게 되었지요.


 저는 예전부터 도서관을 매우 좋아해서, 전국 여행을 다녀도 헌책방 거리와 도서관을 꼭 들리고, 어딘가 친척집이나 시골집, 외국을 가게 되더라도 그 지역 도서관을 들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대학시절도 다를 바 없어서 문헌정보학과 수업을 몇 개 들어봤을 정도죠. 그래서 평소에 책을 잘 사지 않아요. 빌려서 읽는 것이 버릇된지라 책을 정말로 사랑하지 않는 이상은 사질 않습니다. 이게 꽤나 못 된 버릇 같은데, 버는 돈이 거의 없으니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꽤 된 서점에서 책을 읽어도 되는가 논쟁에서는 약간 찔렸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만서도. 어쨋거나 도서관의 실정을 잘 아는 저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대출 반납만 하고 있기는 그러더라구요. KDC 분류라고 불리우는 800번대 초가 한국 문학으로 익숙한 도서관 책 분류 방식대로 분류되어 있긴 했지만, 100의 자리수 이하는 엉망으로 섞여 있어서 그걸 팔 걷고 정리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어째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고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교 / 문학 / 사회과학 / 자연과학 4개를 정리를 했더니 뿌듯하네요. (아직 문학은 진행 중이지만요. 아시겠지만 문학이 가장 권 수가 많습니다)


 봉사활동 말인데, 저는 기묘하게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군대가기 한 달 전부터 왠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서 여러 곳에 들러 해봤죠. 돈을 받지 않고 순수하게 업무를 한다는 건, 그 업무에만 집중하고 그 순간 순간을 농밀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나와 이 일은 전혀 인연이 없지만, 그렇지만 '봉사'로써 하고 있다는 건 탁, 하고 설명이 되지 않는 즐거움이 있어요.


 살면서 자기가 다니지 않았던 학교의 점심을 먹는 일도 꽤 신기한 일입니다. 학생수가 100명 안 되는 작은 학교라 밥 맛도 좋구요. 쉬는 시간에 앉아 있으면, 아이들이 복도를 통해 지나치는데 (복도 벽을 허물어서 만든 도서관이기 때문에 다 보입니다) 손에 신발을 들고 지나갑니다. 그런 관경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기묘해집니다. 한국의 다른 건축물 중에 신발장이라는 것이 2층 이상에 설치되어 있고, 거기까지 올라갈 때는 손에 신발을 들고 총총 걸어가야 하는 곳이 학교 말고 또 있을까요? 학교를 다닐 때나 경험해보는 특이한 일이에요. 최근에는 시험기간이라서 애들이 책을 빌리러 거의 오지 않습니다. 온다 하더라도 책을 만지작 거리거나, 입맛을 다시다가 다시 가는 경우가 대다수 입니다. 아마 시험이 끝나면 갑자기 많이 빌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태우고 끌고 다니는 3단 높이의 움직이는 책꽃이 이름을 아시나요? '북트럭'이랍니다. 책수레라고도 부르는 것 같지만 아주 소수구요. 여기는 없어서 인터넷으로 구매 해볼까 하고 한 번 검색을 해봤었습니다. 그런데 20~40만원 하더군요. 게다가 별로 이쁘지도 않고 실용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말입니다. 대학 도서관에 있었던 잘 빠진 것 - 원목 나무에 안쪽으로 눞혀진 책꽃이 공간에 3단, 깔끔하게 마감되어서 왁스칠 된 것 - 들은 섬겨야 할 정도더라구요. 새삼스레 지금까지 들러봤던 도서관들의 북트럭들이 무지 부러운데다 대단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요즘 중학생들은 정말 키가 크더군요. 저보다 큰 아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제가 학부모 도우미로 처음 학교에 들렀을 때, 전학생이 왔다고 소문이 났었어요. 왠지 울컥합니다. 연년생 꼬맹이 3명에 대한 이야기도 해보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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