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선 다른 무엇보다도, 부부 공동의 취미 생활입니다(...)


사실 전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반감은 많았죠. H.O.T가 튀어 나왔을 때 전람회, 이소라, 015B 듣고 브릿팝 듣고 고전 팝음악들 챙겨 들으면서 '뭐 저딴 쓰레기를 음악이라고!' 라며 빈정대던 사람들. 그게 접니다. 쿨럭;

하도 관심이 없어서 2007년. 빅뱅과 원더걸스가 '거짓말'과 '텔미'로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 그런 일이 있는지조차 몰랐어요. '거짓말'은 지금 제가 가족분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 분께서 '주머니 쏘게 꼬기꼬기~' 하면서 탑 흉내낼 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텔미'는 그냥 옆 자리 선생님이 하도 만두, 만두 하길래 소희 사진 찾아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 노래들이 그 정도로 인기 많았다는 건 여전히 몰랐구요;



(꼬기~ 꼬기~)


그러다 지금 가족분과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 바닥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 분이 타고난 아이돌 덕후의 피를 갖고 계셔서;

취미가 겹치는 게 거의 없어서 대화를 하다 보면 뭔가 한계 같은 게 있었는데. 제가 아이돌 덕후의 걸음마를 시작하니 무척 즐거워하시더군요. 그래서 삘 받아 열심히 공부-_-하다보니 이젠 제가 '오늘의 떡밥 리스트'를 뽑아 보고하고 가족분께선 그걸로 아이돌계를 판단하시는 그런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요즘엔 좀. 부담스러워하시더라구요. 제가 너무 커버렸

그래서 이젠 좀 자제해야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orz


+ 반대급부로 그 분께선 앨리 맥빌을 저와 함께 끝까지 정주행하셨고 콘솔 게임을 조금 즐기시게 되었습니다. 아아 서로에게 이토록 좋은 영향을. <-



2.

요즘은 뜸해졌지만 한 때 제가 서바이벌 프로에 몹시 불타올랐던 적이 있는데요. ^^;

아이돌 팬질이란 게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에서 한 참가자를 찍어 놓고 응원하는 것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장점이나 개성이 있는 참가자=아이돌이 나타나고. 거기에 끌려서 응원하게 되고. 그런데 당연히 한참 부족한 부분이 많은지라 보다보면 안타깝거나 걱정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괜히 좀 더 관심 두고 응원하게 되고. 다른 경쟁자들이 얼른 좀 떨어졌음 하는 맘도 가끔은 들고. (하하하하하;) 별 관심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얘 좀 괜찮지 않음?' 이런 얘기도 가볍게 던져 보고. 그런 거죠.


근데 오디션 프로는 어디까지나 오디션 프로잖아요. 반면에 아이돌은 말 그대로 현실 세계에서 '실전'을 치르는 사람들입니다. 고로 드라마의 스케일이나 에피소드의 면에서도 압도적이거니와 그 강도도 몇 배로 강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니 중독성도 3배. -_-;;



3.

사실 이건 2.와 이어지는 맥락으로 볼 수도 있는데... '어떤 팀에게 끌리는가'에 대한 이야깁니다.


아이돌에게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과 보여주는 무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들의 '스토리'입니다.


스윗튠이 만들어주는 꾸준한 퀄리티의 곡들이 있었지만 결국 카라가 뜰 수 있었던 건 한승연을 대표로 한 '생계형 아이돌'의 스토리였고. 그런 스토리가 있었기에 '허니'로 첫 1위를 하고 엉엉 우는 멤버들을 보며 덕후의 길로 빠져든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었던 거죠.

지금 제가 응원하는 인피니트의 팬덤 내에서 팬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들을 봐도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울림 엔터테인먼트라는 소규모 회사에서 내놓은 첫 아이돌이고. 대부분 다른 회사 오디션에 수차례 낙방하고 혹시나 해서 모여든 멤버들이었고. 철저하게 무명에 리더가 정치인 어떤 분(...)을 닮았다는 거나 화제가 되던 그런 팀이 매일매일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몽땅 연습에 때려 박아서 고 퀄리티의 무대로 덕후들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 이게 강하거든요. 정말로 '좋아했는데 이래서 더 좋다'는 팬들 만큼이나 이런 스토리가 있기에 이 팀이 좋다는 팬들도 많습니다.

(물론 이것과 다른 스토리를 좋아하는 취향도 많습니다. ^^;)


어쨌거나 포인트는. 아이돌 팬질에는 '리얼타임 실화 인간극장'을 보며 감동 받고 싶어하는 심리도 크다는 겁니다.



(이런 거 말이죠.)


저도 그래요. 애초에 스윗튠이 만들어주는 노래들이 제 취향이라 인피니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긴 하지만 또 보다보니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구석이 많거든요. 어설프고, 풋풋하고, 뭐든 열심히 하려는 열정 같은 게 느껴지고. 그래서 잘 되는 걸 보면 흐뭇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아래 물긷는달님 글에 달린 @이선님 리플처럼) 바로 지금이 인피니트 팬질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뜨긴 떴다지만 완전히 뜬 건 아니기 때문에 이 팀의 인간극장 클라이막스는 아직이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인피니트에겐 '우주 대스타가 되어 팬질해주는 보람도 없어질 때'는 아예 오지 않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대성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솔직히;) 만약 그렇게 대박이 난다면 저 역시도 응원하는 맘은 식게될 겁니다. 대박 나고 최고 대우를 받게 되는 순간 제가 즐길만한 스토리는 끝이니까요.



4.

그래서 결론은.


아이돌 덕후질이란 건 재밌습니다.

너무 빠지지 말고, 지나치게 진지해지지만 않을 수 있다면 응원하는 팀 하나 정해 놓고 프로 스포츠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요.

그래서 적어도 당분간은 제가 덕후질을 접을 일은 없을 듯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하하.



5.

마지막으로 뜬금 없는 뱀발을 붙여 보자면.


그런 면에서 카라는 최악의 아이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앨범 내면 순위 프로 순회 1위 정도는 거뜬히 하긴 하는데 여전히 참 살 떨리게, 간신히 간신히 합니다. (다비치에게도 밀려요. 엉엉.)

개별 활동도 옛날 옛적 구하라의 '청춘불패' 출연을 제외하면 크게 성공한 게 없어서 뭐 하나 나올 때마다 역시 신경을 쓰게 되고. 근데 계속 잘 안 되고

탑스타 대우를 받긴 하는데 팬보단 안티가 많아서 별의 별 쓰잘데기 없는 걸로 여기저기서 1년 내내 까이고 있다 보니 신경을 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남들이 일본에서 성공하면 국위 선양이고 이 팀이 일본에서 잘 팔리면 '일본 아이돌ㅋㅋ'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겁니꺄!!! 왜!!!!!!)

해체 위기에 타 아이돌과의 연애 사건에 잊을만하면 떡밥이 하나씩 팡, 팡 터져주구요.

여자 아이돌 중 순위권 팀으로 인정받긴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멤버 개개인의 인지도나 인기도를 보면 갈 길이 구만리구요.


아무리 뜨고 성공해도 관심을 끊고 덕질을 그만 둘 수가 없어요. 엉엉엉.


...이라고 적었지만 요즘 보니 슈퍼 주니어 팬들조차 뮤직뱅크 1위 못 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들을 하고 있더군요. 그냥 골수 덕후들 사고 방식이 다 저런가 봅니다. <-



6.

마무리는 뻔뻔스럽게.



맛 가기(?) 전에 단물을 쪽쪽 빨아 먹어 줘야죠.

목요일 여덟시. 티켓 오픈을 기다립니다. 우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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