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공포에 대해 토로

2012.07.11 16:13

테르미도르 조회 수:3266

...친구 뒷담화 같은 느낌이 되어버릴 것 같지만, 정말 토로라도 좀 하고 싶어서요.


며칠 전, 간만에 옛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습니다. 갑자기 박근혜에 대한 생각을 물어오더라구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페북에 이런저런 포스트를 보고 말을 걸어온게 아닐까 싶네요.

해서 대선이라던지 현 정부의 부도덕 - 전 치졸함이라고 했지만 -  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두런 두런 나누다가, 사실 자신의 생각이 객관적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말을 걸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은 총선 끝났을 때와는 달리 아무래도 박근혜 쪽으로 기울었다면서.


사실 개인적으로 '사실 이 정부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잘 하고 있고, 나는 듣는 의견이 반대 의견 뿐이라서 못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 때문에 한 번 제대로 된 보수 지지자를 찾고 있긴 했어요. 제가 인간관계가 꽤나 좁은 탓인지 환경 탓인지 적극적이지 못한 탓인지 만나질 못했지만요 - 그나마 만난 아이는 논리가 엉망이었고요. 해서 옛날에는 꽤나 친하기도 했겠다...하고 말을 들어봤죠.

논거는 이랬어요.


1. 박근혜라면 소수만이 납득하는 반민주주의적 행태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2. 다른 대통령을 뽑으면 여소야대가 되는데, 그 때문에 국정 운영이 난항에 빠지면 안될 것 같다.

3. 박정희와 노선은 같아도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4. 과거를 답습하는 한 이 나라에서 설 곳이 없을 것이라는 것 쯤은 자각하고 있을 것이다.

5. 부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욕심도 별로 없어보인다.

6.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려는 것은 박정희의 방법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선 박정희의 선택이 옳았음을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방법 면에선 다른 방식을 취해서 잘 해낼 것이다. 잘못하면 박정희의 이름을 더럽힐테니까.

7. 대선 출마 선언식에 갔는데, 연설을 들어보니 여전히 부모이야기를 하더라. 역시 박근혜의 목표는 효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녀의 목표,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8. 지지자들도 박정희의 학정에까지 지지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지지자들은 박정희의 경제발전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고, 반대파는 박정희의 잘못에 반대를 보내는 것이다.


2번에서는 이명박이 보였어요. 8에서는 친구의 무지가 보였고요. 그래서 그것들은 아무래도 좋은 문제였죠.


하지만 제가 두렵던건, 2, 4, 5, 6, 7이었어요.


테르 - 뭘 보고 그렇게 박근혜를 믿는거야?

친구 - 감이야 :-)


거짓말 좀 보태서, 피를 토하고 싶었어요.

대체 그 친구는, 뭘로 저런 믿음을 갖게 된 걸까요.

대체 박근혜는, 뭘로 저런 믿음을 갖게 만든 걸까요.


전 설사 모든 과거와 무관계하더라도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박근혜를 믿을 수가 없는데, 그 친구는 반대로 과거를 포함해서 박근혜를 신뢰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따박따박 다 반박해주었지만, 고맙다면서 알바교육 받으러 가보겠다더라구요. 할말이 없어서, 추적자나 보라고 했습니다. 역시나 안 보고 있다데요.


위의 그 어떤 논거에도 동의할 수 없었고, 나름대로 논파했다고 생각하지만, 친구의 마음은 돌아설 리 없어보였어요.

박근혜의 지지자들은 다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도통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정말로 박근혜의 지지자들이 다 저렇게 생각한다고 하면... 이번 대선, 정말 못 이길 것 같아서. 절대 못 쓰러뜨릴 것 같아서.



...그래서 저는 대화를 끝내고서 진심으로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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