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혼자 영화 보러 다니는 취미가 다시 붙었습니다. 한창 볼 때는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고 그것도 부족해서 다시 보고 DVD방 가서 또보고 하는 멋진 생활 습관을 가졌습니다. 제 평생 그렇게 영화를 다시 볼 시간은 없을 거 같아요. 덕분에 남들은 TV에서 해줘도 안볼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좀비가 나오는데 왜 해병대 정신을 부르짖으며 격투기로 넘어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둠'이라든가 데본 아오키가 이쁘게 나왔던 DOA, 미쿸 피구 룰은 되게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피구의 제왕', 외골격을 가진 지네 껍디를 벗기면 척추와 갈비뼈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북한에서 만든 애니 심청, 한쪽은 파랗고 한쪽은 빨간 화면이었던 3D 샤크보이와 라바걸, 마약은 나쁩니다, 그러나 가끔 하면 몸에 좋습니다 캠페인의 맥스 페인, 일본 호러는 일본 게임과 만나선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오토기리소우, 결정적으로 지금도 뭔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라운드 제로였나...제로였나.... 제로가 들어갔는데...추리+연쇄살인번+스릴러+예지+초능력=이해불가였던 그 영화들까지. 핫핫핫. 다 정가주고 봤습니다.


2.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서울의 DVD방은 영화 관람보다는 다른 목적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하고 있고 다운받아서 보지 않으니 영화를 확실히 안보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영화취향이라는게 꽤 갈리니까요. 결정적으로 전 정말 재미있게 본 캐빈인더우즈가 동행인에게는 욕이 라임을 타고 나올 영화라서. 이후 혼자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3. 혼자 보니까 좋대요.  맘 편하게 책한권 들고 다니면서 기다리면서 시간 맞으면 두 편도 보고, 본 거 또 보고. 회원가입 한달이 조금 넘은 메가박스 포인트로 영화 한편 볼 수 있습니다.


4. 덕분에 금요일부터 꽤 신나는, 기대되는, 즐거운, 흥미진진해졌습니다.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에 혼자 영화보기,에서 혼자 영화를 보기 위해 약속을 하지 않는 수준이니까요.


5.  거기다 씨네 바캉스. 8월 11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악마의 키스, 이블데드 패키지를 예매했습니다. 좋다고 벙싯거리다 세상을 보니 어쩜 이렇게 불쌍하고 외로운 족속을 보았는가,라는 긍휼한 마음으로 짠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6. 밤에 세편 연속으로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렇게 보고 나면 사람의 몰골이 아닙니다. 숭합니다. 숭한 수준이... 찜질방에서 양머리하고 식혜먹는 수준의 생얼이 아니라 70도 원적외선 장작불 불가마에서 모래시계를 세번 돌리고 나온 몰골에 가깝습니다. 그나마 불가마 들어갈때는 화장이라도 안했지만 화장한 얼굴이 번쩍거리며 뭉쳐서 아이라인은 번져있고 마스카라 가루는 떨어져서 볼위의 주근깨로 화했으며 영화보다 얼굴에 손대서 군데군데 지워져 있습니다. 이쯤 되면 모공을 가리는 화장이 아니라 모공이 돋보이는 화장입니다. 게다가 영화보느라 피곤해진 눈동자는 시뻘개져 있습니다. 졸면 안된다고 커피도 잔뜩 먹어서 카페인 과잉입니다. 그런데 그런 심야 연속상영을 보는 사람들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 숭한 꼬라지로 시뻘건 눈동자에 영화보고 흥분해있습니다. 


....핫핫핫.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와 서로의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해로운 면상이다" "환경보호보다 정서보호를 먼저 해라" "이것이 얼굴이 범죄이니 격리수용이 시급하다" "이래서 화장이 예의라는 것이다"라는 강도높은 타자 비방을 가지며 다음에 이딴 짓을 할거면 따로 하자,는 결의를 했습니다.


7. 사실은 그래요. 전 영화볼 때 제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영화에만 집중하는 편이고 같이 영화를 보던 친구는 영화를 보는 자세가 비슷했어요. 먹을 것을 들고가지 않고 정말 배가 고파서 먹어도 예고편을 보면서 다 먹고, 영화를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예고편. 영화볼 때 대화따위 사파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선은 오직 화면에 고정. 쿠키는 꼭 봐야하고 왠만하면 크레딧도 보고 나오는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만큼 다양한 영화관람 습관이 있었습니다. ...네, 그런거죠.


8. 결론은 혼자 영화 보러 가는 사람은 정말 혼자 가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긍휼히 보지 마세요. 독서마냥 혼자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심야영화도 혼자 보고 싶어서 가는 거예요. 거길 꼭 애인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심 안되요.


9. 결정적으로 혼자 맨 뒤에 앉아 있다고 해서 당연히 자리 옮기라고 하지 마세요. 일행이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온 사람이 무조건 맞춰줘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특히 제 옆자리 비었다고 핸드백 놓기 편하게 한칸 더 옆으로 가라는 말은 어디의 센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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