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현상에 대한 짧은 생각

2012.07.2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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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가 현재 야권에서 대권주자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겁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안철수는 서울시장 후보 양보, 재산 기부, 힐링캠프 출연 등으로 그 바람이 수그러들때 즈음이 되면 절묘하게 전면에 등장하여 철옹성 같았던 박근혜 대세론에 커다란 위협을 가하고 있지요. 이만한 인지도와 파급력은 야권 그 어느 누구도 갖지 못했던 것이며, 특히 최근 힐링캠프 출연에서 “국민의 생각을 듣고 출마를 결정하겠다”는 발언으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았습니다.

야권에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등이 대권 후보로 도전하고 있지만, 그들이 안철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다소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떠한 행보를 보이고, 안철수와 어떠한 관계를 맺어나갈지는 두고 볼 문제이지만, 많은 국민들이 정파를 떠나서 ‘안철수’를 원하고 있다는 점은 결국 그를 대선에 출마하게 만들 것이라고 봐요. 그렇다면, 안철수는 박근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선거의 여왕은 안철수가 난감하다

박근혜를 수식하는 말 가운데 ‘선거의 여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가 전면에 등장한 선거에서 거의 불패에 가까운 전적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근래의 4.11 총선에서도 박근혜의 힘 덕분인지, 갖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제 1당에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박근혜의 ‘정치력’을 상징하는 것은, 사실 이 선거를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박근혜가 자신의 표를 관리하는 능력은 분명 아버지의 후광이라고 치부할 수 없습니다. 분명 박근혜가 수하 - 친박연대에서부터 당내 반박세력까지 -를 관리하는 방법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며, 결국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놔두지 않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죠. 친박연대가 분명 국회의원과 권력이라는 자리에 의해서 만들어진 집단인 것은 맞지만, 그 연대력은 박근혜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더구나 그들의 지원을 받아서 고고한 공주님이 가끔씩 서민 코스프레도 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는 식으로 이미지를 관리해나가는 과정들을 보면 박근혜 본인의 이미지관리나 친박연대의 서포트가 상당히 훌륭하다고 봅니다. 분명, 박근혜는 ‘자신의 표’를 잃지는 않을거에요.

하지만 자신의 표가 아닌 표를 끌어들이는 능력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박근혜의 확고부동한 표가 전체 국민의 20~25% 가량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원래 계산대로라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전체국민의 40~50%를 제하고, 부동표 가운데 사표 방지심리나 대세를 따르는 식으로 박근혜를 찍을 인구를 생각해보면 박근혜가 넉넉하게 이기는 게임입니다. 그러나 상대가 안철수라면 달라집니다.

안철수는 부동표는 물론이고,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던 국민들을 끌고 나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컴퓨터 백신 개발자, IT회사 CEO, 대학 교수 등을 거치며 안철수가 쌓아온 인지도가 탄탄하다는 점, 그리고 그가 지금껏 보여준 언행 - 특히 청춘 콘서트나 각종 예능프로에서의 - 이 이런 부동표에게 어필하기 때문입니다. 안철수는 보수쪽의 표도 상당히 끌어올 수 있는 후보에요.

따라서, 안철수와 박근혜가 대결하는 구도로 가면 대선은 박빙의 싸움이 될 것입니다. 단순히 이미지 관리나 수첩에 적힌 메모를 보고 자신이 해야할 말을 기계적으로 읊어대는 것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요. 결국 자신을 노출해야한다는 얘기인데, 박근혜의 경우 그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공주님이라는 신분상의 한계(?), 서민 생활을 모른다는 것, 국정철학이나 견해를 밝히는 능력에 의문부호가 찍힌다는 점 등등. 이런 점에서 안철수는 어느정도 박근혜를 앞설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안철수의 문제점이라면 당연하게 이어지게 될 새누리당의 정치적인 공세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있느냐입니다. 대선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로만 국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혹여 안철수가 대선에 나온다면 (아무리 호구같고 정체성도 희미하며 이번 대선 지나면 없어질 것이 유력하다고는 하지만) 민통당의 힘을 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철수가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느냐의 문제는 어쨌든 민통당이 최대 변수가 될 겁니다.

민통당이 힘을 빌려주기는 할까? 민통당이 협력한다고 하더라도 원만하게 협력이 이루어질 것인가? 민통당의 호구짓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지금껏 보아온 민통당의 행보나 능력으로 보아서 이러한 문제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관리를 안철수가 어떻게 해내느냐가 대선에서의 승패를 가르겠지요.


안철수가 진짜 위험한 이유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대통령’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다시피, 안철수가 정치판에 지지세력이 없다는 점, 정치 능력에 대한 검증 등등이 문제가 될 수 있긴 하지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위험한 진짜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안철수를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그에게 걸렸던 기대와 좌절을 예로 드시는데요, 물론 전격적으로 인기 몰이를 한 점, 같은 영남 출신 등등 여러 가지 면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보다 안철수를 오바마에 비교하고 싶습니다. 

4년전, 오바마는 ‘HOPE'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인기몰이를 했고, 진보와 보수, 나아가 전 세계를 아우르며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대통령에 등극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그 인기가 시들해진 느낌입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부시가 한 삽질을 확실하게 메우지 못한 점, 의료보험법 개정에 실패한 것 등등 여러 가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어가면, 희망으로 대표되는 오바마의 이미지에 미국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을 투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오바마라는 희망의 아이콘에,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투영했습니다. 경제 문제 해결, 군사적 안정, 복지시스템과 인권 문제 등등. 하지만 오바마가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는 슈퍼맨은 결코 아니죠. 개인적으로 봤을때,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써 최선의 정책들을 편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다만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이죠. 언제나 기대는 현실보다 한참 위에 있는 법입니다.

안철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기대를 받지 않는 대통령이 어디있겠냐만은, 이명박 대통령 시대 이후,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헤쳐나가야할 현실은 너무 가혹한데, 안철수에게 걸리는 기대는 한없이 높을 것입니다. 나아가 앞서 얘기했다시피, 안철수에게는 정치적 세력 기반도 확실하게 다져지지 않았지요. 만약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오바마의 케이스처럼 내부에서 그의 정책을 막는 통수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고, 국민들은 실망하게 되겠죠.

안철수에 걸리는 그 무한한 기대들을 보면서, 안철수가 짊어져야하는 기대의 무게들을 보면서 저는 안철수 바람이 품고있는 위험을 봅니다.


위험하지만 기대하게 만드는, 안철수의 ‘공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안철수에게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앞서 선거 공학적인 측면에서 안철수의 당선가능성 어쩌구를 이야기 했지만, 현 시점에서 박근혜를 잡을 수 있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보기 때문이죠. 나아가 안철수라면 만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누구나가 열심히 한다고 인정할만한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다. 

안철수가 내 건 키워드는 ‘공감’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공감하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고. 개인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그의 생각보다 녹록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가 공감을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웠다는 것이 포인트라고 봅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해나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그 어떤 정치인이 '공감‘을 화두로 내걸었습니까? 우리가 봐온 안철수는 그 말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운 사람입니다.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공감하려는 노력 자체를 잊어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에게 걸리는 국민들의 무한한 기대가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면, 그래서 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면. 혹여 그가 그에게 주어진 기대에 충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그를 뽑은 의의를 찾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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