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노닥거리다가 근처에 있던 책을 아무거나 집어들었는데 88만원 세대였습니다.

 

펼치자 나온 쪽이 우연히 셜록의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의 실종"에 대한 인용이었습니다.

인용 의도는 물론 다른 것이었지만,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와 필립 그린 이라는 두 명의 인물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단지 두 인물에 대한 소개만으로도 어찌나 찰지게 눈에 달라붙고 재밌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셜록의  각 단편이 낱권으로 분리되어서 있던 전집 기억하세요?

아동용 편집은 아니었고 약간 누런 색 표지에 전 에피소드가 다 있어서 얇은 책으로 50권도 넘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 집에 있던 전집인데 너무 재밌어서 갈 때마다 대여섯권씩 빌려오고 단숨에 읽어치우고, 또 빌려오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읽을 땐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고 미친 듯이 읽었었는데, 오늘 우연히 88만원 세대에서 발견한 2페이지의 인용에 갑자기 셜록이 그립습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9권짜리 셜록홈즈전집을 사야 하나... 잠깐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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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에 나온 부분만 다시 인용하면, 아래와 같아요.

우석훈의 책에서 셜록에게 버닝한 나머지 아래를 타이핑하다니...

미안해요. 우석훈씨.. 저는 X세대에 가까운지라, 88만원 세대의 험난함보다는 어릴 때 읽었던 셜록을 먼저 봤네요.   

 

홈스가 왓슨에게 한 프랜시스 카팍스 여사에 대한 설명 :

프란시스 여사로 말할것 같으면, 고 러프틴 백작의 직계이며 유일한 생존자일세.  

자네도 기억하고 있겠지만 영지는 남자 후손한테 넘어갔네. 프랜시스 여사는 한정 재산을 상속받았는데,

그 중에는 특이하게 세공된 다이아몬드와 은을 댄 희귀하고 오래된 스페인제 패물이 있다네.

그런데 그녀는 지나칠 정도로 그것을 몹시 아껴서 은행에 보관하는 걸 한사코 거부하고 항상 가지고 다녔다네.

좀 딱한 여자지. 프랜시스 여사 말일세. 아름다운 여성이고 아직 탱탱한 중년이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20년 전의 잘 나가는 미인들의 대열에서 홀로 낙오자가 돼 버린 걸세.

 

로잔느 내셔날 호텔 지배인이 왓슨에게 한 필립 그린 각하에 대한 설명 :

맞습니다. 그런 표현이 딱 들어맞는 사람이지요.

턱수염을 기르고 온몸이 구릿빛으로 탄 거인이라, 고급 호텔보다는 농부가 하는 여관이 훨씬 잘 어울릴 법 했습니다.

거칠고 사나워 보여서 감히 비위를 거스르고 싶지 않은 사내였지요.

 

필립 그린 각하가 홈스에게 한 부탁 :

홈스 선생, 맹세코 이 세상에 프랜시스에 대한 나의 사랑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한 여자에 품었던 남자는 없을 거요,

나도 내가 거친 청년이었다는 건 알고 있소. 나와 같은 부류가 다 그랬지.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눈처럼 순결했소. 그녀는 거칠고 상스러운 것을 티끌만큼도 견디지 못했소이다.

그래서 내가 저지른 짓들을 알게 되자 나하고는 더 이상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소. 하지만 그녀는 나를 사랑했다오.

놀라운 일 아니오! 그토록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는 오로지 나만을 사랑하며 그 동안 독신으로 견뎌온 거요.

세월이 흘렀고 나는 남아프리카의 금광촌인 바버론에서 돈을 모았소.

그러자 그녀를 찾아서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소.

나는 거친 사람이고, 거친 인생을 살다 왔고, 그래서 왓슨 박사가 그런 얘기를 했을 때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어버렸소이다. 

하지만 제발 부탁이니 프랜시스가 어떻게 됐는지 말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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