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 13:47
검찰 출신의 박병화 대법관 후보가 낙마해버리면서 전원 충원엔 실패했지만, 여튼 4명의 대법관 공백 중 3명이 해결되었습니다. 이제 아예 안돌아가는 재판부는 없게됐으니, 속도를 좀 내겠죠. 대법원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거야 뭐 두말 해서 뭐하겠습니까만, 유독 수많은 정치인(혹은 정치적으로 얽힌 사람)의 운명을 판단하고 있어서 더 신경이 쓰입니다. 이번 대법관 교체로 그동안 진보적인 의견을 많이 내던 대법관들은 사실상 모두 물갈이가 되었는데, 판결의 흐름이 어디로 가고, 이들은 어떻게 되려나요.
- 먼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사후매수죄 사건이 가장 급해 보이네요. 1심 및 2심 모두 유죄로 확정되면 교육감직 박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고, 원래 법에는 대법원은 3개월 내에 선고하라고 되어있는데 이미 3개월을 넘겼습니다. 대법원이 그냥 일정대로 한다면 다음달이라도 결론이 나지 않을까 싶은데, 현재 곽교육감은 자신을 옭아맨 법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놓은 상태라 좀 골치아프게 됐습니다. 만약 대법원이 과감하게 상고를 기각하고 곽교육감을 날렸는데 헌재가 위헌결정을 해버리면 이거 뭐 어찌해야 할지... 재심을 한들 그땐 이미 새 교육감이 선거로 뽑힌 후일텐데?
-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사건도 걸려있습니다.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불을 받은 혐의에 대해 1심 및 2심에서 모두 무죄. 곽교육감 사건에 비하면 사실 좀 싱거운 사건이고, 굳이 유죄취지로 파기되진 않을 것 같네요. 하긴 어차피 무죄로 확정된다고 해도 검찰은 이미 다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한 전 총리를 추가 기소해놓은 상태니까 별로 자유로워지지 않네요. 그 혐의도 1심은 무죄이긴 했습니다만.
- 노회찬 의원은 도대체 이 사건을 몇 년째 하고 있나요. 처음 기소된게 무려 2007년입니다. 삼성 엑스파일에 이름이 나온 떡값 받은 검사 명단을 실명으로 까버렸다가 기소당했는데, 1심에서 유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엎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다시 시작된 2심에서는 유죄가 나왔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그 사이 노회찬 의원은 이번 19대 총선에서 이기고 국회의원직을 회복했습니다만... 만약 대법원에서 상고기각으로 유죄를 확정하면 다시 실업자... 안그래도 통합진보당에서 구 당권파에게 치여서 독립을 모색하고 있는데 의원직마저 잃으면...
- 불꽃남자 강용석. 아나운서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집단명예훼손죄로 기소. 1심 및 2심에서 모두 유죄. 그 사이에 의원 임기는 끝났고 19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으니 이 판결에 의원직을 걸 일은 없습니다만... 이쪽은 좀 길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집단에 대해 안좋은 소리 했다고 그 소속 구성원에 대한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처벌받는 경우는 그닥 많지 않은 걸로 알아서... 오죽하면 본인도 개그맨 최효종을 똑같은 혐의로 고소하는 쇼까지 했을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야 뭐가 어떻게 되건, 이 사람이 다시 정치인으로 부활할지는 의문. 별 상관 없는 판결이 될 것 같네요.
근데 딴 나라도 선출직 정치인들의 목줄이 이렇게 법원에 걸려있는 경우가 흔합니까? 이거 뭐 툭하면 뭐 하나씩 걸려서 1차로는 검찰에, 2차로는 법원에 운명을 거는 꼴을 봐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