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정도 뒤에 결혼하는 친구가 오늘 갑자기 문자를 보냈어요.

 

가방모찌(?)라고 하던가요 (무슨 용어가 있었는데;)

결혼식에 올 수 있으면 축의금이랑 식권 같은 것 좀 챙겨줄 수 있겠냐고요.

 

전 이 친구가 말 꺼내기 전부터, 아니 얘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부터

얘 가방은 내가 들어주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그렇게 한다고 했죠.

 

그리고 이어서 온 문자가 제목이에요.

정확히 저 말만 딱 온 건 아니지만, 문자 보는 순간 응? 싶으면서 기분이 상했어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도 잘 안 되고, 농담이라고 해도 별로 재밌지도 않고...

부케는 농담인 걸로 알겠다고 답문을 보냈더니 자기 농담을 바로 캐치했다고 답문이 오더군요.

 

진심이 뭔지 모르겠네요.

진짜 농담이었는지, 아니면 제가 농담으로 알겠다고 하니까 농담이었다고 이야기를 한건지.

제가 진지하게 답했으면 뭐라고 더 이야기를 했을지...까지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고요.

 

 

사실 얼마 전이 제 생일이었어요.

이 친구는 당연히-_- 연락이 없었고요.

오늘 가방모찌 이야기 하기 전에 '결혼 준비 하느라 바빠서 놓쳤다, 늦었지만 생일축하한다'라고 운을 뗐을면

이 정도로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얜 정말 모르나봐요.

 

듀게에서는 생일 축하 연락에 쿨하신 분들도 많지만

저는 가까운 사람들 생일은 챙기는 편이라 내심 저도 축하를 받고 싶었나봐요. 당연히 이 친구 생일도 축하해줬고요.

 

제일 만만하게 너라고 가방 좀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면서 얜 정말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나한테 연락하는구나 싶었어요.

아니 사실 꼭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했던 건 아니에요. 서울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뉴스 나오면 비 피해 없냐고 연락이 오긴 했었죠.

하지만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서 섭섭하게 하는 것들만 막 각인이 되네요. ㅎㅎ;;

 

 

이렇게 사소한 걸로 꼬투리 잡고 있으니까 괜히 엄마한테도 짜증이 나는 거예요.

이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 말씀으로는 2살 때부터 같이 놀았다고는 하는데..당연히 기억은 없;;)

같은 동네 살면서 친하게 자랐던 터라 부모님들도 서로 잘 아는 사이거든요.

 

하여튼 고향에 내려가면 엄마가 꼭 얘한테 연락했냐고 물어보세요. 안 했다고 하면 고향 내려 왔는데 바빠서 못 보고 간다는 연락이라도 하라고요.

엄마도 이 친구랑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한 걸 대충 눈치로 아시니까 너라도 먼저 연락하고 그래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시는거죠.

아니 제가 어린 애도 아니고 이 나이 먹도록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고 잔소리를 듣는다니요......이게 말이 되나요? ㅠㅠ

 

몇 번을 그러시길래, 제가 얘한테 먼저 연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그러니? 하시고는 다음에 고향에 가면 또 니가 먼저 연락 좀 하라고...(반복반복)

사실 친구는 이제 다시 고향에서 일을 하게 됐고, 제가 어쩌다 한번 내려가니깐 제가 내려갈 때 연락을 해야지 만날 수 있기는 해요.

하지만 저도 길어야 3~4일 정도 집에 있는거고 도착하는 날, 떠나는 날 고려하면 집에 편하게 있는 시간이 한 이틀이나 될까요.

게다가 엄마도 정작 친구 만나러 나간다고 하면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가족이랑 같이 시간 안 보낸다고 섭섭해 하시면서 연락은 연락대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시니 답답하죠.

만나는 건 둘째치고서라도 멀리 있다가 가까이 왔으니까 연락을 하라는 거겠지만...뭐 연락 안 한다고 또 얘가 섭섭해 할 애도 아니거든요. -_-

 

 

정말 쓰고보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유치하고 찌질하네요. ㅋㅋ

솔직히 오늘 문자 내용이 그렇게 짜증날만한 내용이 아닌 걸 잘 알고 있는데도 짜증을 내고 있는 제가 너무 찌질해서 짜증이 나고

짜증을 그만 내야지 하면서도 계속 짜증을 내다못해 이렇게 찌질한 글을 기어이 쓰고 있어서 또 짜증이 나며 

그러다가 이제는 스스로 어처구니 없어서 웃기기도 하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ㅋㅋㅋㅋ

 

 

아아. 찌질한 글인데도 쓰는데 1시간 가까이 걸리네요. ;ㅁ;

 

이제 10시! 아름다운 그대에게나 보면서 눈을 정화시켜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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