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에도 여전히 음악적 궁금증을 자아내며 여전히 까칠한 밥 딜런의 새 앨범 <<Tempest>>가 나왔습니다.

요절하지도 않고, 음악계의 '어르신'이 되기도 거부하며 

"끝나지 않는 투어"라고 불리는 콘서트 공연을 이어가는 와중에

오랜 시간 산전수전을 겪은 할아버지의 시각으로, 그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의 심연을 꾸준히 탐구하는 모습이

록 음악의 영웅 가운데 유일무이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침 요즘 네이버뮤직에서 재즈평론가 남무성 씨가 록 음악의 거장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데,

지난주에 올라온 밥 딜런 편에 취재 부족이 특히 유감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20915

딜런의 초기 성공작 "Blowin' In the Wind" 표절 시비에 대한 부분인데,

시비가 있었다는 사실까지만 묘사하고 그 결말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의 결말을 덧붙이자면,

1963년 "Blowin' In the Wind"의 원작자라고 추정됐던 고등학생 Lorre Wyatt은

11년 후인 1974년 조용히 자신이 거짓말을 했었다고 실토합니다.

당시 학교 밴드 보컬이던 그는 밴드 멤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Broadside 등 포크 잡지에 실린 노래 악보들을 뒤져 그 가운데 한 곡을

밴드 멤버들에게 불러주고 자신이 작곡한 것이라 했던 겁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바로 딜런의 "Blowin' In the Wind"였습니다.

당시에는 이처럼 잡지에 노래의 악보를 출판하는 일이 종종 있었고, 딜런은 1962년 이 곡을 잡지에 싣고 이듬해인 1963년 앨범에 실었습니다.

그 사이에 Wyatt은 이 노래를 자신의 것이라 사칭하며 학교 공연에서 불렀었으므로, 졸지에 딜런은 "고등학생 곡을 훔친 가수"가 된 것이었습니다.

마침 딜런이 막 유명세를 타며 (지금도 그렇지만) 기자들에게 까칠하게 굴던 와중, 그와 관계가 좋지 못했던 <<Newsweek>> 기자가

표절 의혹을 기사화하며 딜런이 상당히 곤욕을 치르게 되었습니다.

결국 10여 년이 지나서 모든 게 명확해졌지만,

루머가 대개 그렇듯이 실상은 의혹보다 세간의 관심을 덜 받았던 모양입니다.


이번에 나온 앨범을 듣고 난 후 흥미진진한 장편 소설을 읽은 느낌이었습니다.

딜런 음악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에게는 추천해 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정말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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