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7 07:59
아군이 된 적 보정이라는 클리셰가 있죠.
주인공의 라이벌 또는 상대 조직의 중간보스급이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자기 조직을 배신하고 아군이 됩니다.
이런 경우 존재감이 너무 강력해서 주인공의 기가 눌리는 경우도 있고..
적에 대한 지식으로 아군을 승리로 이끈다거나, 적에게 충격을 준다거나 하는 등 여러모로 '필승'조건의 하나로 취급됩니다.
스포츠물에서는 나중에 청소년대표팀이니 국가대표팀이니 하면서 강력한 적들이 한팀이 되는 클리셰도 포함되고요.
그리고 보통 이런 캐릭터들이 인기투표에서 상위권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타이의 대모험'에서 흉켈, 드래곤볼 Z의 피콜로나 베지터, 라퓨타에서 도라 일당 등이 떠오르네요.
최근 안철수 교수가 이헌재 전부총리를, 문재인 후보가 윤여준 전장관을 영입한것 때문에 말이 좀 나옵니다.
그런데, 공주마마가 진보쪽 인사를 영입했다면 그쪽에서 말이 나왔을까 싶습니다. 비공식적으로야 말이 나와도 겉으로는 '대통합행보'라고 칭송해 마지 않겠죠.
최근 김종인과 이한구가 툭탁 거리긴 했지만 공주마마가 '다 그러면서 크는거다 둘이 다를바 없다' 라는 말로 정리했죠. 그 둘의 싸움에 대해 보수쪽에서는 더이상 태클 걸지 않는 듯.
손학규 전대표의 경우에는 한나라당 시절 3선의원에 경기도지사까지 하는등 잘 나가다가 민주당으로 옮기고 나서 캐고생(?)중이죠. 2007년에 옮겼는데, 당시 가카와 공주마마의 2파전에서 들러리가 되기 싫다며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한나라당의 가치와 잘 안 맞았다는 평도 있었는데 그런것 치고는 한나라당에서 꽤 잘나갔죠. 원래 민주화 운동도 했던 양반인데, 역시 민주화 운동을 했던 YS의 추천으로 정계 입장을 했으니 사실 YS가 물러나면서 한나라당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게 평생 후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손학규 하면 '한나라당 출신' 이라는 레이블이 붙어 있습니다. 그가 민주당으로 와서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분당 보궐선거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함으로서 한나라당의 기를 꺾어놨고, 그가 당대표였을때 박원순 시장과의 단일화를 이뤄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닥 언급되지 않죠.
아마 윤여준, 이헌재 영입이 보수부동층의 표를 얻어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기존 지지층이 흔들리는 영향도 있을테니 잘한짓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내 야권에서 '아군이 된 적' 보정 같은건 있을 수 없구나 싶습니다.
왜 그럴까 궁금한데.. 제 짧은 생각으로는 우리가 우리 후보들을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요.
워낙 뒤통수를 맞깔나게 후려쳐대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