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중에서 Otello의 극장 상영을 봤습니다. 링컨센터가 지척에 있는데도 옷 예쁘게 입고 공연 보러 갈 정도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마음 편하게 극장에 갔어요. 근데 상영 시간이 4시간에 가까워서 결국 끝나고 회사가서 11시까지 일하다가 집에 기어들어왔습니다.


짧은 감상은, 이아고가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인줄 몰랐음요, 속아넘어간 오-데 부부가 다 잘못임요!! 이 정도 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아고 역할 맡으신 분의 퍼포먼스가 좋았어요. 사악한데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극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에 반했습니다. 그리고 이 감상에 자신이 없는 관계로 뉴욕타임즈 리뷰를 찾아봤는데 "이아고가 제일 잘했음" 이렇게 써있더군요. 왜그런지 뿌듯했습니다. 막귀도 좋은 건 알아듣는구나 뭐 그런 'ㅅ'


지난번에 실제 공연 가서 본 Il Travatore도 그렇고 이 극장상영도 그렇고,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관객 대부분이 50대 이상의 백인이에요. 그러고보니 지난주에 미국 시인 협회에서 주최한 시 낭송에 갔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뭐랄까, 순수한 비극을 보면서 대놓고 눈물을 쥐어짜려고 만든 듯한 마지막 장면에서 찔끔 울어주고 나니까 좋긴 좋은데 감정적으로 많이 지칩니다. 사무실로 가서 일하면서는 블룸버그 시장의 허리케인 샌디 관련한 기자회견을 보고, 여느때처럼 "프랑스어로 무지개" 밴드의 음악을 들으니 조금 힘이 났어요.


회사 건물을 나오니, 작년 아이린 직전의 고요함과는 또 다르게 바람이 엄청 불더라고요. 좀 번화가쪽으로 해서 걸어온 탓도 있겠지만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 1/3 정도가 다 할로윈 의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 취향상 섹시한 제복 같은 걸 입은 언니들이 좋았는데, 저랑 거의 같은 템포로 전신 오렌지색 타이츠 남성(추정)이 걸어가고 있어서 마치 동행으로 오해받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그때 마침 전신 하늘색 타이츠 남성(추정)이 다가와서 오렌지색 타이츠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서, 호오 친구끼리 맞춰입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고 남남이더군요. 서로의 의상을 칭찬해주는 훈훈한 분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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