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5 13:11
처음 스토리라인만 보고는 중동의 혼돈 속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인물 중에 어쩐지 잭 블랙 느낌이 나는 사람이 하나 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한듯..;
감독 겸 주연이 벤 애플렉이란 얘기를 듣고난 후에는 그런 생각을 더 강하게 굳혔죠.
아무래도 제게 벤 애플렉의 이미지는 조금 가볍고 유쾌한 청년이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니까 이건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엎는 영화이고,
생각해보니 굿윌헌팅과 아마겟돈 이후로 벤 애플렉의 영화를 제대로 봤던 적도 없고...
그렇지만 예상을 뒤집는 영화에 당황하거나 황당함을 느끼기보단 매우 재밌게 잘 보고 나왔습니다.
옆자리 남자의 코로 숨 쉬기 힘든 입냄새만 아니었어도 정말 간만에 쾌적한 영화관람이었을텐데...orz
스토리는 잘들 아실테고.. 아무리 실화이고 성공한 첩보작전이라지만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그저 코미디 이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저를 비롯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코미디일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영화는 상당히 무게감있고 진지하게, 다큐에 가까운 색으로 진행됩니다.
저도 여기저기서 얼핏얼핏 본 적이 있었던 이란혁명 당시의 유명 보도사진들을 그대로 재현하기도 하고,
사건의 중심에서 벗어난 당시의 정세를 영화의 중심에서 진지하게 다루진 않지만 스쳐지나가는듯
혹은 숏컷으로 잘려진 장면들이 쫀쫀하게 이어지고 이란/미국 양쪽의 다른 입장을 끊임없이 교차편집하면서
계속 관객에게 생각의 여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가짜 영화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짧고 굵게 보여주면서도 헐리우드라는 동네가
얼마나 거품 가득한 상태로 허술하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풍자도 슬쩍 긁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저들이 결국 무사히 이란을 탈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장감에 발을 동동 굴렀던
마지막 공항 탈출 장면의 스릴은 정말 최고였어요.
벤 애플렉, 진짜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감독이더군요. 덥수룩한 수염도 잘 어울리고...
괜히 동림옹의 후예로 언급되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굿윌헌팅도 맷 데이먼하고 같이 각본을 썼었죠.
영화를 보고나니 영화 속 이란과 이란인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극단적이다,
미국중심적인 시각이다 등등의 비판이 있는데 저 역시 이란인들에 대한 폭도적 묘사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인질들의 목숨보단 정치적인 이해를 앞세우는 미국 정부에 대한 묘사 역시 썩 호의적이지 않고,
두 시간 남짓의 상업영화에 모든 얘기를 다 풀어놓을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자기 고용주의 손님들이 도피하고 있던 미국인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챘으면서도
입을 다물었던 대사관 관저의 가정부가 혼돈의 국경에서 이라크로 넘어가는 후일담을 짤막하게 보여줘서
마음이 놓이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하더군요.
그나저나 가짜 영화제작에 참여했던 제작자 레스터 시걸과 특수분장전문가 존 챔버스,
이 중에 존 챔버스는 저도 들어봤고 아는 이름인데 레스터 시걸이라는 이름은 몰라서 한 번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imdb에도 아르고의 캐릭터로만 검색이 되고 구글링을 해도 아르고에 관한 문서만 잔뜩 나오네요.
실제로 어떤 영화를 제작한 프로듀서인지 좀 궁금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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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공항에서의 추격신이나 검문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 낸 것 이라고 하더군요. 비행기가 기체의 문제가 있어, 조금 연발하기는 했지만 이란 측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까지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터가 작전 승인을 머뭇거린 것은 단지 30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것도 작전 승인 초반이었기에, 영화에서는 극중 재미를 위해 만들어 낸 듯.
나름대로 영화 도입부의 설명을 통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보입니다. 영화 후반부의 캐나다 노력 운운하는 자막은, 영화가 북미에서 처음 선보였던 토론토 영화제 이후 캐나다 측에서 작은 항의가 있어, 추가적으로 삽입한 것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