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5 13:14
나탈리 드세이가 메트 오페라에서 비올레타로 등장한다면 당연히 가야지 하고 별 생각없이 메트 HD라이브 "라 트라비아타"를 보러 갔다가 영 껄끄러운 심리 호러물을 보고 돌아왔습니다.
서곡에서부터 비올레타와 함께 등장하는 음울한 아저씨(나중에 그랑빌 의사로 밝혀지죠)가 죽음의 전조로 계속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이분은 3막까지 대사도 없고 해서 영락없이 사신같은 분위기입니다), 단순간결한 세트를 지배하는 대형 시계가 얼마 시간이 남지 않은 비올레타를 압박하는데 영 공포영화 분위기 입니다.
내용상 비올레타의 절친이어야할 플로라를 포함한 파리 사교계 인사들이 몽땅 남장을 하고 나와서 유일한 여자인 비올레타를 괴롭히는 1막도 으시시했는데, 3막의 파티에서 파리 사교계가 여전히 남장이지만 가면 쓴 폭도가 되어 알프레도를 조롱하는 것도 여간 거슬리네요. 그나마 애정있는 아버지어야 할 제르몽이 2막에서 아들에게 폭력을 쓰는 장면을 보면 비올레타에게 매정하게 군 것은 약과가 되고요.
원래 알프레도가 생각없는 연인이자 아들인건 알고 있지만 여기서는 유난히 어린애처럼 구는데 정말 오만정이 떨어져요. 알프레도가 사람들을 불러놓고 비올레타에게 돈다발 던지는 장면의 쓸데없는 잔인함이 정말 싫었는데, 여기서 형틀처럼 놓인 시계 위에 누운 비올레타의 치마 속으로 지폐를 쑤셔넣는 장면은 정말 호러 수준이고요.
그러나 매우 효과적인 연출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듭니다. 1막과 2막 사이에만 휴식이 있고, 2,3,4막을 다 붙여서 커튼도 안내리고 그냥 진행하는데요. 2막 끝에서 버림받았다고 울먹이는 알프레도를 파리의 가면무도회 참석자들이 몰려들어서 조롱하면서 3막이 그냥 이어집니다. 마찬가지로 알프레도의 폭언에 쓰러진 비올레타를 달래기는커녕 동물 구경하듯이 둘러싼 사교계 사람들이 슬슬 물러나면 그냥 이게 비올레타의 병상인 4막이 되고요.
아주 잘 아는 오페라인데 이렇게 무섭게 해석해 놓은 걸 보니 기가막히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뭐하군요. 역시 연출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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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5 14:59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 중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 유명한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윌리 데커 프로덕션 정도.
뭐 상당 부분은 비야손과 네트렙코의 미모 덕 입니다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