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박근혜 분리 현상과 진보 정당의 분열에 대한 잡생각...

제 기억에 이명박 정권 내내, 박근혜가 이명박과 심각하게 대립한 적은 많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세종시 건이 있네요. 친이계는 세종시 공약을 엎어서 행정수도 이전을 안해보려고 했는데 같은 당 내에서 친박계의 협조를 얻지 못했고, 결국 나가리였죠. 아마 올해부터 일부 부처가 내려가는 걸로 알고있어요. 이 사실을 어필하면 적어도 충청권에서는 박근혜는 꽤 민심을 얻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국정 운영에서 박근혜는 엄연히 여당의 핵심 수뇌부였고, 대부분 이명박 정부의 정책 방향을 보조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총선부터 시작해서, 박근혜는 이명박과 적당히 선을 긋기 시작했거나, 아니면 긋는 것처럼 연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내곡동 특검 수사기간 연장 거부에 대한 논평 등을 보면 여전히 가제는 게편이라는 생각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명박이 잘못한거 많은 거 안다. 나한테 맡겨주면 그거 고치고 극복하겠다."는 박근혜의 주장이 먹히고 있습니다. 알고보면 같은 당에서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는데 말이죠. 설마 둘이 같은 당이라는 걸 사람들이 인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ㅡㅡ

결국 안철수의 사퇴 이후에도 박빙이긴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박근혜가 약간 우세를 점하고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은 정말 같은 새누리당 소속임에도 박근혜를 떨어뜨림으로써 이명박을 심판할 생각이 없는듯 합니다. 이명박을 거품 물고 욕하면서도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을 사람이 무지 많다는 거겠죠. 저로서는 이해가 안됩니다만, 다르게 보겠다는데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진보정당들이 줄줄이 분열되어 있는 건... 옳은 일 같기도 하면서도 반대로 무의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쩌다보니 새누리당 빼고는 다 진보로 분류되고 있는 지금의 정치지형을 두고 보면, 민주당 - 통합진보당 - 진보정의당 - 진보신당이 모두 따로 존재하는데, 아마 새누리당 안에는 민주당 - 진보신당의 간극보다 더 큰 간극이 있어도 당선가능성 하나를 보고 새누리당에 같이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전적으로 놓고 보면 아주 심하죠. 박정희 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 운동 출신 인사들이 그 딸과 같은 당에 있으면서 그 딸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니 ㅡㅡ

진보쪽이 지나치게 결벽을 떨어서 힘이 없는거다 뭐 이런 말 들을 때마다 그래도 따질 건 따지고 구분할 건 해야지 생각했는데...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새누리당의 막강 파워가 느껴질수록 걍 좀 비슷하다 싶으면 뭉쳐서 힘부터 내고 보는게 똑똑한건가.. 유권자 입장에서도 당 내에서 "쟤들은 왜 같은 당이야?" 싶은 차이가 생기거나 "저걸 가만 둬?" 싶은 부도덕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열차게 지적하다 안되면 박차고 나가지 않는다고 실망하면 안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