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시리즈 바낭

2012.11.29 10:25

fysas 조회 수:2767

※ 혹시 몰라서...... 이 바낭 글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대한 스포일러 투성이입니다. ^^;

 

 

 

 

 

호빗 개봉을 앞두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확장판으로 다시보기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왕의 귀환 마지막까지 다 봤네요.
영화 개봉 당시엔 각 편별로 극장에서 대여섯번씩 보고, 확장판 DVD 나오자마자 사서 보고,
케이블티비에서 한참 열심히 해줄 때는 해줄 때마다 다 보고 그랬었는데 또 생각해보니까
케이블 방영이고 DVD고 다시 보는 게 한 3~4년만인 것 같더군요.
그렇게 많이 봤는데도 마지막으로 본 게 3~4년 전이라니...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어요.


저는 개님 이름을 '반지'로 지었을만큼 이 시리즈의 짱팬입니다.
이 시리즈는 제 취향에 하나의 커다란 분기점인데, 반지원정대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한테 판타지 장르란 유치하고 호들갑스러운, 그러니까 웬만하면 피해야할 장르였거든요.
그러다 사촌언니가 잘생긴 남자들 많이 나온다고(..) 꼬셔서 반지원정대 관람, 많은 여자들이
처음에 그랬듯이 레골라스 꺄아아>_< 하고 재관람, 엄머 아라곤이랑 보로미르도 멋있네? 하고
다시 재재관람, 아니 호빗들 왜 이렇게 귀여워! 간달프 할배도 짱이얌ㅠㅠ 하면서 재재재관람..
마지막엔 엘론드의 드넓은 이마에까지 오덕오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내년에 개봉될 이야기도 완결 아니라는데!!! 당장 결말이 궁금해!!! 하면서 원작도 찾아읽었죠.
그런데 문제는 처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게 그 악명높은 동서문화사판..orz

 

http://blog.naver.com/waitmorning/60089701334

 

제가 좋아하는 톨키니스트 블로거 테시님의 반지의 제왕 출판역사에 관한 포스팅 링크입니다.
동서문화사판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위 블로그의 포스팅에 6번 항목으로 대체하겠습니다. -_-;
21세기의 비라이센스 해적판인데다 오역 아닌 번역을 찾기가 힘들었던 그 판본...
반지의 제왕 처음 읽는, 번역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던 저도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특히나 안그래도 국내 독자들이 괴로워하는 각종 노래들의 번역은 그냥 단어의 나열일 뿐...

 

일단 결말을 보고 싶다는 의지로 속독을 하면서 페이지를 넘겨넘겨 결국 반지는 파괴되고
프로도도 안 죽고 원정대에서도 더 죽어나가는 사람 없구나... 라는 내용까지 파악은 했어요.
그리고 두개의 탑을 관람했는데... 속독으로 읽긴 했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파악했던 내용과는
뭔가 좀 많이 달라서 뭐가 달라진 거지? 하고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제대로 나온 씨앗을 뿌리는 사람 버젼 7권짜리 판본을 사서 제대로 다시 읽었죠.

원작을 제대로 읽고 난 소감은.... 원작 팬들은 영화의 뭉텅뭉텅한 편집과 인물들 생략에
많이들 분노했다죠. 특히 얼마전에 듀게에서도 얘기가 나왔던 톰 봄바딜의 생략에...
그런데 저는 이 펑퍼짐한 스토리를 이렇게 잘 축약하다니 짱이닷!!!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작을 먼저 좋아했던 팬이 아닌 영화를 먼저 좋아했던 팬의 마음가짐인지는 몰라도 그랬어요.
다만 원작을 읽고나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바뀌었다는 것..
영화(+동서판본 속독)만 봤을 때 제가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는 비쥬얼 담당 레골라스였는데
원작을 읽고나니 자꾸만 파라미르한테 마음이 가더만요.
영화에선 좀 오락가락하지만 파라미르는 반지의 유혹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평범한 인간에게는 놀라운 의지력의 소유자이고 전쟁의 혼란속에서 바른 가치와 옳은 길을
내다볼 줄 아는 지혜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을 얻기 위해
자기를 꺾고 명령에 따르는 인간적인 감수성도 가진 인물이죠. 주요 인간캐릭터 중에서
먼치킨 종족인 두네다인 아라곤을 빼면 가장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_<


아... 사실은 오랜만에 본 확장판 잡담을 하고 싶었는데 사설이 벌써 ↑이만큼..orz
서론이 너무 긴 관계로 본론은 짧게 하겠습니다. 월급루팡짓을 너무 길게 할 순 없으니.. ^^;

 


1.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슬픈 장면으로 많이들 꼽히는 게 프로도가 샘을 쫓아내는 장면,
파라미르가 아버지의 강요에 다시 출정하면서 살아돌아오면 좀 더 귀한 아들로 대해주세요
하던 장면 등등이 많이 꼽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로한의 곤도르 원정 직전, 세오덴 왕이
에오윈에게 유언처럼 남기는 당부가 제일 슬픕니다.
나중에 에오윈은 몰래 원정길에 따라가지만 그걸 모르는 세오덴은 친딸은 아니지만 딸보다
더 귀하게 여겨온 조카딸에게 에도라스를 잘 방어하라고 당부하면서, 자신은 돌아올 수 없는
원정길이라는 것을 예감한 표정으로 부디 살아서 새 세상의 빛을 보라고 말하죠.
그 순간의 세오덴은 왕으로써의 책임과 의무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던져서 사랑하는 자식의
미래를 밝혀주는 그냥 한 사람의 부모일 뿐입니다.
이 장면 정말 볼 때마다 펑펑 울어요. ㅠ_ㅠ


 

2. 레골라스빠로 시작했지만 오랜만에 보니까 올랜도 블룸의 레골라스 분장이 어색하더군요.
사실 전 이 영화로 시작해서 올랜도 블룸이라는 배우를 꽤 좋아하게 됐더군요.
10년이 지나도 연기를 못한다로 시작해서 이제 직업이 그냥 미란다커 남편이다, 플린이 애비다
등으로 까이지만 (그러니 영화출연 좀 해라 이 아저씨야ㅠ_ㅠ) 그래도 꽤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발음이 흐리멍텅하긴 해도 영국 남자 냄새 물씬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취향이거든요.
그래서 얼마 안돼지만 지난 10년 동안 올랜도 블룸 출연작들을 꾸준히 보다 보니까 오랜만에
원래 머리색, 눈색과 전혀 다른 금발의 파란눈 분장하고 나오는 레골라스가 어색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분장이 어색한 게 아니라 그냥 그의 눈빛과 표정 등 모든 연기가 어색했던 걸지도....


 

3. 저도 톰 봄바딜 편집은 정말 신의 한수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도 글로르핀델 캐릭터가 없어진 건 많이 아쉬워요. 만약에 영화판에 등장했다면 엘프들 중
레골라스만큼 간지폭풍일텐데 뜬금없이 할디르 키워주지 말고 글로르핀델 캐릭터 넣어주지..


 

4. 많은 것들이 짤려나갔지만 그래도 제일 아까운 에피소드는 샤이어전쟁입니다.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인 호빗들이 엄청난 모험을 통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이건만 분량 문제와 스토리 진행의 일관성 등을 위해서 확장판에서도 결국 빠졌죠.
샤이어 전쟁의 원흉인 사루만과 그리마는 아이센가드에서 초라하게 죽어버렸고...
뭐, 원작에서도 그들의 죽음은 초라하고 오히려 원작에 비하면 비교적 간지있는 죽음이긴 했죠.
그래서인지 사루만 역의 크리스토퍼 리 옹께서는 사루만의 마지막을 마음에 들어하셨다는데...


 

5. 데네소르도 영화로 오면서 많이 피해를 본 캐릭터입니다만, 존 노블의 연기는 최고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좋은 연기를 한 명만 꼽으라면 존 노블의 데네소르 연기예요.
지극히 평면적인 미치광이로 변한 캐릭터에서 갈등을 살려내는 건 그 연기 덕이었다고 봐요.
파라미르가 마지막 출정을 할 때, 피핀의 노래 속에서 전투나 아들의 생사는 나 몰라라 하며
탐욕스럽게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의 미묘한 눈빛, 차갑게 굳어있던 표정과 눈빛이 반주검이
되어 돌아온 아들 앞에서 허물어지는 찰나의 변화, 마지막 순간에 파라미르를 보는 눈빛까지..
정말 데네소르가 나오는 장면장면은 모두 명장면입니다. -_-b


 

어제 DVD를 보면서는 뭔가 더 할 말이 많았는데 하룻밤이 지나니 생각이 안나네요.
호빗 개봉 기념으로 반지의 제왕 3D 재개봉이나 확장판 특별상영 이벤트 같은 거 안 하나
기대했지만 피터잭슨은 일단 호빗 때문에 정신 없는 것 같고, 국내에선 상영관 대란이고...
암튼 호빗은 꼭 개봉 첫주에 아이맥스 예매해놓고 달려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이 기나긴 바낭을 마치고 이젠 일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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